'슬의생2' 환자를 살리는 건 의사만이 아니다

양선영 2021. 8. 25. 14:4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 리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9화 넌 내게 반했어

[양선영 기자]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지난 8화는 익순(곽선영 분)과 준완(정경호 분)이 심야 고속버스에서 마주치며 끝이 났다. 좌석에 앉아 눈을 감았던 준완은 익순이 지나가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린다. 아무 생각없이 자리에 앉았던 익순은 자신을 바라보는 준완과 눈이 마주친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는 표정을 비추는, 애틋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었다.

익순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고 착각한 준완과 자신의 병을 숨기고 이별을 택한 익순의 사연은 안타깝다. 이별을 하고도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 하는 두 사람을 지켜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이 애달픈 연인들의 재회를 고대했을 것이다. 믿을 사람은 익준(조정석 분)뿐이었다.

9화는 우연해 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에 '조금' 힘을 쓰는 익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어쩌다 보니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익준은 익순이 타는 버스를 예약해 준완을 탑승시키고, 익순의 병으로 만남이 불발되자 준완에게 전화해 익순이 율제병원 응급실에 있음을 알린다. 이별의 이유가 이들의 재회를 또다시 방해하지 않도록 확실한 처방을 한 것이다.

익준의 조력으로 준완과 익순은 드디어 만나게 된다. 물론, 두사람의 재회에 익준의 도움이 꼭 필요했던 것은 아니며,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준완과 익순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지만으로는 성사가 늦어지거나 힘든 일이 있다. 이런 일들에 도움이 더해지면 한결 수월해지고 진행이 빨라진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9화는 어느 이야기에나 빠지지 않는 '조력자'들을 주목한다.

환자를 살리는 이름없는 영웅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9화 중 한 장면.
ⓒ tvN
 
슬의들이 모두 제 일에 열심이다. 정원, 송화, 익준, 준완은 수술을 하고, 석형은 막 분만을 마친 산모의 후처치를 하고 있다. 수술에 집중한 슬의를 돕는 것은 간호사들과 좀더 배우고 경험을 쌓아야 할 레지던트·펠로우들이다. 장래에 의사가 되어 수술을 해야 할, 수술실 한쪽에서 깜빡 잠든 홍도(배현성 분) 역시 수술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환자를 살리는 것은 의사만이 아니다. 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환자 한 명이 수술을 무사히 마치기까지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돕는다. 송화가 필요로 했던 작은 수술용 가위부터 준완의 수술에 사용된 거즈와 심정지액 등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수술을 위해 필요하다. 그 많은 것 중 우리가 아는 것은 얼마나 될까.

뜬금없어 보이는 율제병원의 탁구 대회는 대다수가 인식하지 못했던 진료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드라마 덕분에 알게 된 익준이 소속된 간담췌외과도 생소했던 과이지만 대회 우승을 한 핵의학과는 관련 진료나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면 거의 알지 못했던 과일 것이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9화 한 장면
ⓒ tvN
 
유명하지 않다하여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진료과의 유명도가 그 과의 가치 우위나 중요도를 가름하지는 않는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하여 진료과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과나 소아과처럼 널리 알려진 과나 핵의학과처럼 생경한 과나 병을 다스리기 위해 존재하기는 매한가지이다. 

탁구 복식의 기본 규칙이 같은 팀의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공을 받아쳐야 하는 것처럼 여러 진료과들은 서로를 돕는 파트너들이다. 시합도 못치르고 대회장을 떠난, 다른 과에 비해 응급 상황이 많은 응급의학과와 흉부외과처럼 과 나름의 특성과 상황들이 존재감 인식에 차이를 만들 뿐이다. 

드라마는 영상의학과의 역할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정보도 제공한다. 3년 전 간이식 수술을 받은 김필성 환자에게 담관합병증이 발생해 담관·공장문합술을 해야만 한다. 익준은 함께 치료를 한 영상의학과 교수 희성(유재명 분)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한다. 희성은 부산으로 이동 중이었고 익준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급히 되돌아온 희성이 초음파 기계를 밀며 수술실에 들어선다. 익준과 2년을 함께 진료 본 김필성 환자를 위해서였다. 

영상의학과는 X-ray,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초음파 등의 영상 자료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진료과이다. 진단 전이나 치료 후에 환자의 상태를 영상 자료로 살펴 볼 것이라 생각했던 영상의학과 의사가 수술 현장을 함께하는 장면은 뜻밖이었다. 영상의학과가 수술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서운한 마음 토닥이는 "내가 알아줄게"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9화 한 장면
ⓒ tvN
 
응급실이 급박해진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한 고주영 환자가 정신을 잃은 채 이송되어 온다. 응급의학과 봉광현(최영준 분)은 만신창이가 된 환자의 상태를 재빨리 점검하고 레지던트들과 함께 응급 처지에 나선다. 광현은 수혈을 지시하고, 환자에게서 복강내출혈과 기흉을 발견해 당직인 준완과 익준을 호출하고, 당장에 급한 처치를 시작한다. 목숨이 달린 급박한 상황에서 다소 안정을 되찾은 환자는 익준과 준완의 집도 하에 무사히 수술을 마친다. 

위급했던 고주영 환자의 상태가 궁금했던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연재민은 흉부외과 레지던트 임창민(김강민 분)을 따라 입원실을 방문한다. 환자의 아내는 남편이 자신이 인어공주의 왕자님 같았다고, 의식이 돌아와 두 의사(준완·창민)를 본 순간 자신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을 했다고 창민에게 전한다. 그렇게 아내가 수술을 담당한 준완과 익준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사이 재민은 사라진다.

표정이 어두운 재민을 찾은 광현에게 재민은 "인어공주가 따로 없다"는 말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응급의학과의 처지에 대해 하소연한다. 흉부외과나 간담췌외과처럼 당당히 진료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광현은 "나도 그랬어"라며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재민이 가졌을 서운한 감정을 가졌을 법도 한데 말이다.

광현은, 자신은 환자가 괜찮은 것으로 뿌듯하다며 "내가 알아줄게"라는 말로 재민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준다. "누구의 공인지 뭐가 중요해"라는 광현의 말에는 그 흔한 상대적인 박탈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뭘 바라고 환자를 보는 게 아니잖아"라는 말은 그가 무엇에 집중하는지를 잘 드러낸다. 광현이 집중하는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이다. 자신이 맡았던 환자가 괜찮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다. 그는 자기 과의 공만 가려진다는 무의미한 비교로 불행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함께 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자신의 공을 알아주지 않을 때 어떤 기분이 되는지 우리는 잘 안다. 담담한 광현보다 침울한 재민이 자연스러우며, 함께 했다면 공을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이 있다. 광현은 응급의학과의 일이 그러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위급한 환자를 잠시 돌볼 수는 있지만 주치의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응급의학과가 치료의 시작이 될 수는 있지만 끝이 될 수는 없다. 응급의학의들의 존재는 감지되지 못하거나 잊혀질 수밖에 없다. 감사가 쉽게 돌아오지 않는 자리에서 광현은 제 일에 최선을 다하고 환자가 무사히 응급실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도움을 받게 된다면 알아채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겨진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살리고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거품으로 사라져 간다. 그러나, 인어공주가 왕자를 살렸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자리를 지키는 누군가는 숨겨진 조력자를 알아보기 마련이다. 간혹 선량한 동료들은 숨겨진 그들의 공을 드러내기도 한다.

고주영 환자의 아내는 남편에게 가장 위기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궁금해한다. 준완은 응급실에서 잘 대처해 주었기 때문에 환자가 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중상을 입은 채 의식을 잃고 실려 온 고주영 환자가 응급실에서 받은 처치로 곧장 수술을 받을 수 있었음을 준완은 안 것이다. 응급 처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준완과 익준의 수술도 어려워졌을 것이다.

'23시간 55분' 아기 환자를 돌본 간호사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9화 한 장면
ⓒ tvN
 
정원 역시 자신에게 전해진 감사가 돌아갈 자리를 찾아준다. 장 수술을 한 신생아 환자 시온이 순조롭게 건강을 되찾는다. 내일이면 퇴원이 가능하겠다는 정원의 말에 아가의 부모는 감격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정원은 자신이 시온을 보는 시간은 그저 5분일 뿐이며 남은 23시간 55분 동안 시온을 돌본 사람들은 신생아실의 간호사들이라고 말한다. 

이에 시온의 부모는 간호사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고 그 안에 고마움을 전하는 쪽지를 넣어 놓는다. 쪽지를 읽은 간호사의 눈에 살짝 눈물이 어린다. 노고를 알아주는 작은 글귀에 아기가 우는 잠깐을 목격하고 오해하는 다른 보호자로부터 받은 상처가 조금은 아물지도 모른다. 모르고 하는 말이었지만, 모르기 때문에 아껴야 하는 말이었다.

만약 간호사 없었다면 신생아들은 어떻게 될까. 정원의 능력이 제 아무리 뛰어난다 해도 수술만으로 아기를 살릴 수는 없으며, 그가 하루종일 아기를 돌볼 수도 없다. 장 수술을 한 시온의 장 상태를 규칙적으로 살피고 변·섭취량·체증 증가를 체크하는 것은 간호사이다. 정원이 시온의 회복을 도왔듯 간호사 역시 시온의 회복에 크고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된다. 그중에는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눈에 띄는 멋진 자리에서 칭송을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드러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자일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주목받는 자리를 선망한다. 알아주지 않는 자리의 일은 어쩐지 하찮게 여겨진다. 

그러나, 잘 눈에 띄지 않고 누구나 하고 싶은 환호를 받는 일이 아니라 해도, 그 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 주연이 없다면 조연이 존재할 수 없듯 조연이 존재하기에 주연도 있을 수 있다. 세상은 드러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힘으로 움직인다. 이 관계는 주된 사람을 돕는 보조적인 관계이기 보다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보완적인 관계이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9화 한 장면
ⓒ tvN
 
그럼에도 우리는 비교하며 의기소침해지고, 그러한 일에 대한 감사를 소홀히 한다.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은 자신을 위한 동시에 세상에 기여하는 일이다. 그 어떤 일도 섣불리 경중과 가치를 따질 수 없다. 누구든 조금의 자부심쯤은 가져도 괜찮다. 그 자부심만큼의 이타심으로 인어공주가 거품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좀더 시선과 관심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다.

갑작스럽게 비가 내린다. 병원 밖에서 대화를 하던 송화와 익준이 놀라며 뛰어들어가다 손을 맞잡는다. 두 사람에겐 비가 조력자이다. 그러나, 누구도 도울 수 없는, 꼭 스스로 해내야만 하는 일도 있다. 자신을 보고 웃는 송화를 향해 익준은 앞에 남은 장애물을 잘 건너오라는 말을 남기고 혼자 병원으로 들어선다.

송화는 익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익준과의 관계를 우정이란 틀에 가둔 채 그 어떤 변화도 시도하지 않는다. 누구도 송화를 도울 수는 없다.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송화 자신밖에 없다. 

과거 송화와 익준의 사랑을 방해한 사람은 고의는 아니었지만, 석형이었다. 인생에는 조력자뿐만 아니라 방해물도 존재한다. 익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그저 우정이 아닌 사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송화는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송화가 두려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 10화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합나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