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사를 쓰는 여자! #신스
Q : 마침 어제 〈쇼미더머니10 콘서트-The Climax〉 서울 공연이 있었죠. 공연의 여운이 남아 있나요
A : 〈쇼미더머니10〉(이하 〈쇼미10〉) 무대 때보다 더 많은 관객을 보니 설레었어요. ‘코코(개코 & 코드 쿤스트)’ 팀원들과 함께해서 더 행복하고 재미있었죠. 방역 지침 때문에 함성은 없었지만 노래가 시작될 때나 중간중간 말하는 시간에 박수 소리로 관객들의 환호를 짐작할 수 있더라고요.
Q : 촬영장에 혼자 왔네요. 소속사나 레이블에 들어갈 계획은
A :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데, 아직까지 연락 온 데가 한 곳도 없습니다! 모든 일에 이유가 있듯이 혼자 음악을 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Q : 바뀐 머리 모양이 잘 어울려요. 드레드 스타일은 〈쇼미10〉 출연을 위해 연출한 것일지
A : 제가 직접 하나하나 땋은 머리예요.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문득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봤죠.
Q : 〈쇼미10〉 준우승 소식이 〈한국강사신문〉에 실렸더라고요. ‘충남대학교 행정학과 출신 래퍼 신스, 준우승’이라면서
A : 무슨 신문이죠? 강사분들이 보는 신문인가요? 전혀 몰랐어요(웃음).
Q :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음악을 시작했다는 게 독특한 이력처럼 느껴집니다. 20대 중반 이후에 과감하게 진로를 변경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A : 늦은 나이라면 늦은 나이겠지만 더 늦기 전에 후회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컸어요. 이렇게 과감한 결정을 내린 건 제 인생에서도 처음이었죠. 행정학과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많이 가는 과라 아버지의 바람대로 선택한 진로였어요.
A : ‘Reset(Feat. 개코, Kid Milli)’ 무대 직전에 연출된 친구와의 통화 장면에서 그런 고민이 나오죠. 안정적인 삶을 사는 친구가 불안정한 상황을 걱정하는 내용이었어요. 서른 살은 많은 나이가 아니라지만요
A : 고민을 드러내기 위해 표현을 극대화하긴 했지만. 정말 친한 친구예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붙어 다닐 정도로요.
Q : 지난여름에 발매한 첫 번째 앨범 〈Since 16’〉은 음악을 하기로 결심한 2016년을 기점으로 삼았습니다. 〈쇼미〉에도 처음 지원한 건 아니었는데 어땠나요. 이번에는 지원 영상을 보낼 때 느낌이 달랐을까요
A : 제 마음이 조금 달랐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원할 때 걱정이 많았거든요. 이번에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판사판 갈 때까지 가보자! 안 되면 말자!’ 이런 마음이 더 컸다고 할까요. 매번 2차 예선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소원이 있다면 합격 목걸이를 한번 받아보는 거였죠. 앨범을 낸 덕분에 약간의 자신감도 붙었던 것 같아요. 이런 거죠.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내가 왜 안 돼? 내가 왜 안 되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Q : 반년 전에 촬영한 딩고 프리스타일 채널의 ‘라이징 벌스(Rising Verse)’ 영상을 보니 래퍼 미란이가 “3:35, 떨지 마 이 바보야”라고 댓글을 달았더군요(웃음)
A : 랩을 할 때는 괜찮았는데 중간에 멘트할 때 약간 긴장한 게 티가 나더라고요. 그래도 그게 그때의 저니까 괜찮아요. 뭐, 그런 ‘맛’도 있는 거죠.
Q : 미란이와는 마지막 무대 ‘Sign(Feat. 미란이)’을 함께 했어요. 신스의 준우승 전까지 미란이는 〈쇼미〉 역대 여성 출연자 중 최고기록 보유자였죠
A : 결승 때 어떤 무대를 보여드리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제가 먼저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했어요. 서로 대화처럼 주고받는 브리지 부분은 직접 만나서 써 내려갔죠. 연습하는데 ‘와! 지금 같이 이런 무대를 준비하다니, 우리 진짜 멋있다’ 싶더라고요.



Q : 프로듀서이던 개코와 코드 쿤스트의 조합은 생각보다 더 막강하더군요. 우승(조광일), 준우승(신스) 모두 ‘코코’ 팀이었어요
A : 이 조합의 힘은 한 팀이 되는 순간 바로 느꼈어요. 두 분이 너무 친하니까 일단 분위기가 달라요. 어색함을 풀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죠. 제가 했던 모든 무대, 모든 곡에 후회가 하나도 없어요. 특히 개코 오빠 그리고 태버와 함께 했던 ‘Reset’(Feat. 개코, 키드밀리) 무대가 가장 기억나요. 관객들과 눈을 마주칠 때의 기분도요.
Q : 아티스트끼리 서로 무대를 볼 일이 드문 시기잖아요. 개인적으로 무대가 기대됐던 참가자는
A : 머드 더 스튜던트와 노스페이스갓이요. 자기 색깔이 강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특히 머드 더 스튜던트의 2차 무대는 실제로 봐도 약간 충격이었죠.
Q : 〈쇼미〉라는, 이제는 너무 잘 알려진 TV 쇼라서 정해진 연출도 많아요. 디스 배틀이라거나 중간중간 PPL도 소화해야 하고요
A : 디스 랩은 어떤 면에서는 감정노동처럼 느껴졌어요. 정말 여기 와서 처음 만난 사람 혹은 평소에 좋아하던 사람을 억지로 ‘까야’ 하니까요. 오히려 PPL은 약간 즐기며 했습니다(웃음).
Q : “편법을 쓰거나 지름길을 택하지 않는다.” 당신을 평가하는 표현 중 하나였죠. 그 말의 진위 여부는 자신이 가장 잘 알 것 같습니다
A : 정말 고마운 말이에요. 단계별로 하나하나 잘해왔고, 다른 사람 눈에도 내가 그렇게 보인다는 거니까요.
Q : 내가 생각하는 나의 무기는
A : 에너지! 기운이 좀 좋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나만 쓸 수 있는 가사가 있다는 것. 가사에 워낙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기도 하고, 같은 이야기를 써도 내가 쓰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라는 존재는 나밖에 없으니까.
Q : 내 안의 것을 끄집어내 솔직하게 가사를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A : 음, 하지만 그게 어렵고 싫었다면 이 일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가사로 쓸 수 있다는 게 이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거든요.
Q : 쓰고 싶은 게 많은 당신도 망설이는 주제가 있나요. 여성 래퍼들의 활약이 어려운 이유로 표현하는 데 자기검열이 더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어요
A : 여자라서 이런 이야기는 못 한다 같은 인식은 이제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애쉬비, 퀸와사비, 비비처럼 여러 주제를 거리낌없이 하는 래퍼도 이미 많고요.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사랑 이야기를 가사로 쓰는 게 어려워요. 사랑한다는 마음을 ‘쿨’하고 멋있게 풀어보고 싶거든요.
Q : ‘즐기자’ ‘행복하게 하자’ 등등 승패가 존재하는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예전에는 많이 듣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은 어떤 건가요
A : 당연히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떨리고 걱정돼요. 그때마다 오늘을 위해 많이 준비했고, 내가 지금 이 이상 더 할 수 없다는 걸 되새기죠. 어차피 이걸 하는 이유 자체도 내가 즐기고 행복하려고 하는 거니까. 항상 즐기는 사람이 일류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중요한 날이라면, ‘긍정확언 명상법’ 영상을 봅니다(웃음). 오늘 하루는 행복을 선택할 것이라고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거든요. 시간의 주인이 내가 된 것만 것 같죠.
Q : 2022년은 어떤 한 해가 될까요
A : 일단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아르바이트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매일 출근이나 일과가 정해져 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안 해도 되다니! 이런 게 아티스트의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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