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구찌·프라다 가득..온라인 명품, 박스 보면 정품 안다? [르포]
명품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늘면서 호경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수요만큼 ‘짝퉁’도 많아져 정품 가려내기가 업계와 소비자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주말을 앞둔 지난 10일 인천 송도의 한 직수입 매장. 약 1140㎡(345평)의 넓은 매장에는 구찌·프라다·몽끌레르·메종마르지엘라·발렌티노·생로랑 등 인기 명품 브랜드의 가방·의류·신발·액세서리 등이 즐비했다. 1층은 쇼핑 매장과 다르지 않지만, 2층은 명품 상자들이 가득 쌓여있는 병행수입 업체 ‘럭스앤홀릭’의 모습이다.

병행수입은 공식 수입 업체가 아니더라도 개인이나 일반 업체가 같은 브랜드의 상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서성호 럭스앤홀릭의 대표는 “병행수입을 한 지 20년이 넘었고 약 50여개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연 매출은 약 250억원으로 국내에선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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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100% 정품 장담 못 한다?
문제는 명품 본사와 계약을 맺은 현지 부티크가 아니라 일명 ‘스톡 하우스(재고 창고)’라고 불리는 곳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병행수입 방식이다. 스톡 하우스는 부티크 등에서 남은 재고나 철 지난 상품들을 취급하는 제3의 시장으로, 진품도 있지만 상당 부분 가품이 섞여 있다. 이런 곳에서 상품을 수입하면 가격은 더 내려가지만, 진품 여부나 품질보증 등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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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중 1개 온라인 거래
명품을 온라인에서 사고파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전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8.6%에서 지난해 10.6%를 기록했다. 명품 10개 중 1개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명품 플랫폼(판매 중개 사이트)이나 오픈 마켓에 병행수입 업체들이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구조도 흔해졌다. 짧은 기간에 크고 작은 병행수입 업체들이 급증하면서 명품 플랫폼들도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가품 걸러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례로 롯데온은 최근 ‘트러트온’이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픈 마켓(플랫폼)인 롯데온과 외부 판매자(병행수입 업체), 지식재산권 보호협회(TIPA)와 한국명품감정원 등 외부 협력기관의 3자가 참여해 유통 단계와 상품을 검수한다. 트러스트온 프로그램에 동의한 병행수입 업체는 상품에 트러스트온 인증을 붙여 판매하고 정품 증명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가 확인되면 구매 금액의 2배를 보상해 주는데, 현재 약 75개의 병행수입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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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서류, 박스 바코드 확인하라
오랜 업력을 지닌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품 식별’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노련한 병행수입 업체는 통관을 마치고 배송된 박스를 볼 때 속보다는 겉을 살핀다. 바코드나 스티커들이 되도록 적게, 훼손되지 않은 채로 붙어있어야 한다. 이는 불분명한 경로를 여러 번 거치지 않았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가격이다. 롯데와 신세계 등 명품거래 노하우가 쌓인 기업의 경우 최소 십여년 이상 브랜드 모델별로 가격 추이를 모니터링 하며 최저가와 최고가의 범위를 세세히 파악하고 있다. 병행수입 업체가 제시한 가격이 그 범위를 벗어날 경우엔 의심해 봐야 한다. 너무 싸도 문제란 얘기다.
소비자들은 믿을만한 병행 수입 업체인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최근엔 대형 병행수입 업체의 경우 명품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 정보가 많이 퍼져있는 상태다. 업력이 길고, 규모가 클수록 믿을만하다. 또 판매자 정보(병행수입 업체 이름)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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