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도 팔아치운 쿠팡 '사면초가'..해외 진출·적자 개선 절실

류지민 2021. 10. 12. 17: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추락이 심상찮다. 올해 3월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이 넘는 괴력을 발휘하며 화려하게 출발한 쿠팡은 6개월 만에 주가가 반 토막 나며 무너졌다. 실적 부진에 주요 주주들의 대량 매도, 정부의 플랫폼 규제 등 악재가 이어지며 쿠팡을 흔드는 격랑은 점차 거세지는 중이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장 당시만 해도 “쿠팡의 성장을 믿기 때문에 ‘상장 대박’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가 약 2조원어치 쿠팡 주식을 매각하면서 투자자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9월 한 달간 쿠팡 주식을 1988만달러(약 238억원) 순매수하며 ‘쿠팡 사랑’을 보여줬던 서학개미도 10월 들어서는 매도 우위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실적 부진에 주요 주주들의 대량 매도, 정부의 플랫폼 규제 등 악재가 이어지며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 주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의 화물트럭 터미널에 늘어서 있는 쿠팡 배달 트럭. <매경DB>

▶6개월 만에 주가 반 토막

▷적자 확대에 공모가 밑돌아

쿠팡 위기론은 증시에서부터 시작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10월 6일(현지 시각) 쿠팡은 전날보다 0.38달러(1.41%) 하락한 26.65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 3월 11일 상장 이후 최저가 수준으로, 상장일 종가인 49.25달러와 비교하면 45.9% 하락한 수준이다. 공모가(35달러)를 밑도는 가격은 물론 상장 당일 찍은 고점(69달러) 대비로는 무려 60% 넘게 떨어진 셈이다.

쿠팡 주가는 상장 이후 이렇다 할 반등 없이 계속 내리막을 탔다. 지난 8월 27일 처음으로 30달러 선이 깨졌고, 9월 초 반짝 회복하나 싶었으나 결국에는 20달러대로 미끄러졌다. 상장 초기 100조원을 넘겼던 시가총액은 55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 높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조한 수익성이 주가 발목을 잡았다. 쿠팡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3%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적자 역시 5957억원으로 지난 1분기(3010억원 적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쿠팡 상장 첫날 주가의 PSR(주가매출비율)은 약 3.5배 수준. 아마존이 물류총괄대행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프라임 멤버십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던 2006~2007년의 평균 PSR 2.1배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비 작은 한국의 온라인 시장 규모와 높은 침투율 등을 고려했을 때 쿠팡은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호예수 물량 대거 풀려 충격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도 부담

무엇보다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린 것이 주가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호예수는 기관투자자 등 주요 주주가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뒤에는 시장에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쿠팡은 주식 상당수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을 2분기 실적 발표 후 이틀 뒤인 8월 13일로 설정했다. 쿠팡의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지던 시기와 맞물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지난 9월 14일 쿠팡 주식 5700만주를 16억9000만달러에 매각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비전펀드가 보유한 쿠팡 주식의 약 9%에 해당한다. 쿠팡 2대 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도 약 2조원어치 쿠팡 주식을 매각했고, 앞서 8월 16일에는 쿠팡의 주요 외국인 임원들이 잇달아 주식을 처분했다. 보호예수 해제 이후 한 달여 동안 쿠팡의 주요 대주주와 외국인 임원이 매각한 쿠팡 주식은 약 5조원에 이른다.

쿠팡 측은 “그린옥스캐피탈의 지분 매각은 펀드 내 자금 분배에 따른 것이다. 또 쿠팡 임직원들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관련 세금 납부를 위해 주식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전펀드의 지분 매각은 금액을 떠나 상징적인 의미에서 수급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쿠팡이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대주주들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쿠팡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쿠팡은 올해 쿠팡이츠 관련 사고와 납품업체 갑질에 따른 과징금 부과에 이어 국정감사에 박대준 대표가 출석해 질타를 받았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중국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손정의 회장이 쿠팡 주식을 매각한 배경을 놓고 한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현재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불공정거래나 배달업계 종사자 처우 개선, 골목상권 침해 등과 관련한 논란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와 공정위는 쿠팡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계획된 적자’ 언제까지…

▷사업 다각화·수익성 개선 필수

사면초가 상태인 쿠팡은 어디서 활로를 찾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쿠팡이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비교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는 것은 전체 시장 규모(TAM)가 작다는 것이다. 쿠팡이 대상으로 하는 국내 유통 시장은 약 400조원 규모로,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쿠팡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 경쟁업체들과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어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쿠팡은 시장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 CEO 겸 이사회 의장이 국내 사업에서는 모두 손을 떼고 해외 진출에만 전념하고 있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김 의장이 해외 사업에 집중하면서 쿠팡은 올 하반기부터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에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지난 9월 7일과 8일, 대만과 일본에서 물류 보관 스토어 2호점을 열었다. 대만은 지난 7월 1호점 진출 이후 약 2개월 만이고, 일본은 3개월 만의 추가 출점이다. 최근 싱가포르에도 법인을 설립하고 인력을 확충하고 있어 연내 퀵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적자 규모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쿠팡 매출이 확대될수록 고질적인 ‘적자 구조’ 역시 악화되면서 쿠팡의 미래가치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쿠팡은 사모펀드로부터 끌어온 자금을 기반으로 로켓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성장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유통과 IT 대기업들의 참전으로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면서 쿠팡의 ‘계획된 적자’를 바라보는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적자 개선 노력이 불가피하다. 적자 구조가 지속되면 쿠팡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투자자 시각이 늘고 있는 만큼 쿠팡이 투자 확대와 적자 개선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9호 (2021.10.13~2021.10.1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