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치킨 게임 中..중위권 프랜차이즈 약진에 빅5 구도 흔들

노승욱, 나건웅 2021. 12. 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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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기준 공정위에 등록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수다. 영업표지(브랜드명)에 ‘치킨’이 들어가는 브랜드만 추린 것이 이렇다. 2018년 235개에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을 거치며 배달에 특화된 치킨 수요가 급성장한 덕분이다. 같은 기간 커피(346개), 피자(259개), 떡볶이(282개), 찌개(141개), 족발(125개), 보쌈(47개), 설렁탕(22개)을 내건 프랜차이즈보다 월등히 많다. 이쯤 되면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주는 ‘마스크와 치킨’ ”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지극하다. 가격이 1000원만 올라도 여론이 들끓는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정부가 나서서 가격 인상 철회를 압박한 적도 있다.

이 같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soul food) 치킨이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잇단 가격 인상에 배달료를 포함하면 ‘한 마리 2만원’ 시대가 열렸다며 아우성이다. 한쪽에서는 때아닌 ‘치킨 맛’ 논쟁이 달아오르고, 해외에서는 K치킨 열풍도 뜨겁다. 한국인을 웃고 울리는 치킨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국민 먹거리 넘어 사회적 담론으로

▷교촌치킨 가격 인상에 소비자 아우성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치킨은 한마디로 ‘알파와 오메가’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초는 1977년 신세계백화점 식품 매장에서 시작한 림스치킨이다. 증시에 직상장한 최초 외식 프랜차이즈 역시 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이다. 그간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증권거래소 문을 두드렸지만, 사업 기간 평균 5년에 불과한 국내 프랜차이즈의 불안한 영속성과 오너 리스크 탓에 번번이 상장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만큼 프랜차이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한국거래소도 치킨 업계 1위만큼은 가치를 인정하고 문을 열어준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3분기 매출 1307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6.4%, 14.5%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국민 음식’ 치킨 업계를 최근 뒤흔드는 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가격 인상과 맛 논란, 그리고 ‘K치킨’의 글로벌 진출이다.

가격 인상은 교촌이 지난 11월 주요 제품 가격을 500~2000원씩 올리며 촉발됐다.

‘교촌오리지날’ 가격은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최고 인기 메뉴인 ‘교촌허니콤보’는 1만8000원에서 2만원까지 올렸다. 교촌 측은 “수년간 누적된 인건비와 물가 상승, 각종 배달 수수료 부담에 가맹점 수익성 개선이 절박하다”며 가격 인상이 부득이하다는 입장이다. 교촌치킨은 2017년에도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논의했지만 당시 비판 여론에 못 이겨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최대 실적에도 가격 인상’ ‘치킨 2만원 시대’ 현실화에 소비자는 들끓는다.

업계 1위의 가격 인상을 빌미로 다른 치킨 브랜드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실제 bhc치킨은 최근 전국 가맹점협의회가 본사 측에 공식적으로 치킨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bhc 측은 “신중히 검토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늦어도 3개월 내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2013년 BBQ에서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주력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교촌치킨이 명분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BBQ도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지만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배달 앱 때문에 배달음식 시장은 무수히 많은 맛집이 입점하며 그야말로 ‘완전 경쟁’ 시장이 됐다. 배달료 1000원 차이에도 노출 순위가 뒤바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에도 치킨 업계에서는 치킨은 가격 탄력성이 낮은 ‘필수재’에 가깝다며 내심 여유를 부린다. 가격을 다소 올려도 그에 반응해서 수요가 줄거나 다른 메뉴로 옮겨 가지 않는 ‘충성도 높은 시장’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여간의 데이터 분석 결과, 가격 인상 후 1~2개월은 주문량이 다소 줄지만 이내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11월 치킨 가격을 최대 2000원 인상했다. 가격 인상 후 치킨 맛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한국 닭은 작아서 맛이 없다’ ‘2만원 주고 먹을 맛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연일 SNS에 올리며 한국 치킨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매경DB)

▶“한국 치킨 맛 없다” 황교익 발언 일파만파

▷최태원 SK 회장까지 ‘소환’될 정도로 관심 폭발

때아닌 ‘치킨 맛 논쟁’도 뜨겁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SNS를 통해 ‘한국 닭은 작아서 맛이 없다’ ‘맛있다면 자신의 입맛을 의심해봐야 한다’ 등 연일 한국 치킨 때리기에 나섰다.

황 씨는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 자료를 근거로 “한국 치킨 브랜드 대부분이 1.5㎏ 안팎의 ‘작은 닭’을 쓰는데, 이는 맛이 없고 비싸다. 해외에서는 주로 3㎏ 상당 닭을 쓰기 때문에 양도 많고 육즙이 가득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부자는 치킨을 안 먹는다. 어쩌다가 먹을 수는 있어도 맛있다고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치킨 계급론’을 펴기도 했다.

치킨 업계 관계자들은 황 씨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한다.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국내산 육계 중 맛과 육질이 가장 좋은 것이 무게 1㎏ 안팎의 10호 닭이다. 10호보다 큰 닭은 기름기가 많고 육질이 퍽퍽해 오래 삶는 삼계탕용이나 윙·봉 같은 부분육으로만 쓴다. 전체 치킨 생산량 중 30%에 불과한 10호 닭을 괜히 쓰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한양계협회를 비롯한 양계업자들도 같은 의견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닭가슴살, 윙, 봉 같은 부분육을 주로 소비한다.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 한국 치킨 식문화 특성상 큰 닭은 선호도가 떨어진다. 맛도 맛이지만 식문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황 씨 주장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맛은 개인 취향이다’ ‘황 씨가 쓸데없는 논쟁을 부추긴다’는 게 다수 여론이다.

급기야 재벌 회장까지 치킨 논란에 소환됐다. 최태원 SK회장은 한 네티즌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재벌은 한국 치킨 안 먹나요?”라는 질문에 “교촌치킨 마니아입니다”라고 직접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중위권 순위 다툼 치열

▷푸라닭·지코바·60계·처갓집 ‘다크호스’

치킨 업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중위권 프랜차이즈 간 순위 재편이다.

그간 치킨 프랜차이즈는 교촌치킨·bhc치킨·BBQ가 ‘3강’, 굽네치킨·네네치킨이 ‘2중’으로 수년간 빅5 구도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푸라닭, 지코바, 60계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등 중견 브랜드의 도전이 거세다. 한쪽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빅5 리스트가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이 갈수록 다변화되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눈에 띄게 낮아지는 추세다. 빅3 정도가 아니면 배달 앱 내 할인 마케팅에 따라 특정 브랜드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햄버거, 떡볶이, 피자 등으로 사이드 메뉴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뉴노멀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위드 코로나로 오프라인 경기가 살아나며 다시 프랜차이즈 창업 붐이 일고 있다. 중위권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이를 노리고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에 나서며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맛과 모양을 달리한 ‘이색 치킨’ 출시가 이어진다. SPC 던킨이 내놓은 ‘치킨 크로플’, 치킨플러스가 예능 프로 ‘대한민국 치킨대전’ 본선 미션 우승 레시피를 제품화한 ‘원헌드RED’, BBQ가 오징어 먹물을 활용해 만든 ‘까먹(물)치킨’. (각 사 제공)
▶K-치킨의 미래는

▷한류 타고 훨훨…이색 치킨 개발도 ‘활발’

‘악플’보다 ‘무플’이 무서운 법. 가격과 맛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치킨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K치킨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해외 주요 도시 17개 시민 8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치킨이 ‘외국인이 자주 먹는 한식 1위(30%, 중복응답 기준)’로 선정됐다. 김치(27.7%), 비빔밥(27.2%), 떡볶이(18%), 불고기(14.2%) 등 쟁쟁한 후보를 누르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치킨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치킨이 ‘글로벌 대세’가 됐다는 청신호는 또 있다. 지난 10월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치맥(Chimaek·치킨+맥주)’이 새로 등재된 것. 세계인이 ‘치맥’의 의미를 이해하고 하나의 식문화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한국 치킨에 대한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KFC는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orean Fried Chicken)’으로 통용되고, 조회 수 수천만 건에 달하는 한국 치킨 관련 콘텐츠도 줄을 잇는다.

프랜차이즈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한국 치킨 붐’이 불고 있다.

2006년 미국에 진출한 토종 치킨 프랜차이즈 ‘본촌치킨’은 미국에서만 1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5년 미국 상장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미국 내 인지도가 높다.

BBQ도 미국 시장에서 부지런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06년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미국에 진출한 이후 2014년에는 아예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 현재 미국 15개 주에서 80여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미국 법인 매출만 600억원이 넘는다.

김형봉 BBQ 미국 법인장은 “6년 전 미국에 왔을 때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생소해서 영업이 쉽지 않았다. 요즘은 넷플릭스를 통한 K드라마 등 한류 열풍 덕분에 한국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미국인들도 곧잘 배달해 먹는다. BBQ 가맹점을 여럿 창업한 미국인 다점포 점주도 있다”고 전했다.

다변화되는 치킨 레시피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수십 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양념이나 조리법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SPC그룹의 던킨은 최근 신개념 치킨 메뉴인 ‘치킨 크로플’을 선보였다. 인기 디저트 크로플에 튀긴 닭다리살과 치킨텐더를 올린 제품이다. 이색 식재료 활용도 눈길을 끈다. BBQ가 최근 내놓은 ‘까먹(물)치킨’이 대표적이다. 오징어 먹물 튀김옷을 입혀 전에 없던 검은색 치킨이 탄생했다. 감자칩 대신 ‘제주산 감귤칩’과 일반 양념 대신 ‘백년초 소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치킨플러스는 아예 ‘대국민 치킨 공모전’을 열었다. MBN 치킨 예능 프로그램 ‘대한민국 치킨대전’ 미션 우승자의 치킨 레시피를 실제 상품화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치킨대전 출연자들은 ‘아이스크림 치킨’ ‘골뱅이 소면 치킨’ ‘김치 할라피뇨 치킨’ 등 매회 이색 치킨을 선보이며 시청자 관심을 끌고 있다. 치킨플러스는 본선 미션 우승 치킨인 ‘원헌드RED’ 제품화를 결정했다. 된장과 고추장을 활용한 양념에 애호박 튀김을 곁들인 신개념 치킨이다.

치킨플러스 관계자는 “치킨 조리법과 양념의 다변화가 치킨 시장을 진일보시킬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독특하고 다양한 치킨 제품으로 시장 저변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8호 (2021.12.15~2021.12.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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