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내달 논의, 세율·부과방식·연부연납 검토할 듯
정부와 국회가 다음 달 상속세 개편 논의를 시작한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다음 달 열리는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상속세 개편안이 안건에 오를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세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세법 개정 이후 22년 만에 상속세 개편 방안이 수면 위로 오른다.
상속세 개편에 대해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미 수차례 운을 뗐다. 지난 6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상속세 과세 체계에 대해 검토해 보고해 달라는 부대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정부 내부에서도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실제 법 개정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기재부 당국자는 “상속세 개편은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정부 제안보다는 국회에서의 협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논의 선상에 오른 건 크게 세 가지다. 상속세율과 상속세 부과 방식, 그리고 연부연납(분할 납부 또는 납부 기한을 유예해 주는) 제도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 발간한 ‘우리나라 상속세제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둘째로 높다. 다만 2019년 유산을 남긴 사람(피상속인) 34만5290명 가운데 상속세 부과 대상은 8357명(2.4%)에 불과하다. 상속세율 인하 논의 과정에서 극소수 부자만을 위한 감세란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상속세 부과 방식을 바꾸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는 6일 국감에서 상속세와 관련해 “소득세와 연계해 어떤 제도 개선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전체 유산(고인이 유족에게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방식이 아닌 각각의 유족이 받은 재산별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 취득세 도입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이다. 다만 유산 취득 과세 방식으로 개편하려면 상속세는 물론 소득세까지 세제 전반을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나마 논쟁이 덜한 건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일반적인 경우 최대 5년으로 제한된 연부연납 기간의 경우 상속세 규모 등에 따라 차등해 기간을 연장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속세 개편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적 환경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상속세를 전면 개정할 만한 동력을 국회나 정부가 갖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율 인하나 유산 취득세로의 개편은 당장의 법 감정, 극심해진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려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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