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우리 시대 작가 160명의 '그때' /사진작가 강운구의 '그 사람'

“권 기자, 부산에 가서
전시 중인 ‘사람의 그때’를 한번 보세요. 꼭!”
강운구 작가가 내게 ‘꼭’이란
단어를 써서 말한 게 처음이었다.
이는 그 사진들이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내심 그 의미를 알아보고자 부산으로 향했다.
(전시는 26일까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벽엔
‘160사람의 그때’가 있었다.
전시 제목이 왜 ’그때 그 사람’이 아니고
‘사람의 그때’일까?
강운구 작가의 전시 서문에
그 뜻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 얼굴 위로 빛과 그늘이 부단히 교차한다.
시간은 시계 속에 그대로이고 사람들은 지나갔다.
흐르는 것은 사람이다.’

그랬다.
사람은 흘렀다.
그런데 사람은 그 사람다움으로 거기에 있었다.

벽돌 허물어 낸 창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박경리 작가,
눈 감은 채 철책을 보듬는 함석헌 선생,
붓 사이로 부릅뜬 눈빛을 내보이는 김기창 화가,
미소 머금은 채 시나브로 담배 연기 피우는 최인호 작가,
뜬 듯 감은 듯한 눈으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박완서 작가,
반쯤 세운 침대에 누운 채 누군가와 담소하는 김수근 건축가,
한 베개를 베고 누워 세상 모르게 잠든 한묵·박고석 화가,
당신의 자화상과 하나인 듯 설핏 눈 감은 천경자 화가,
강가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흐르는 물을 보는 한창기 선생,
이미 흘러가고 없는 이들이 '그때'로 거기에 있었다.
사람의 그때’를 보면서 강 작가가
부산에 가서 보라며 덧붙인 이야기가 맴돌았다.

“초상사진은 증명서에 붙이는 증명사진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그때를 증명하는 증명사진이어야 하죠.
그 증명을 위해 나는 그 사람에게 늘 졌습니다.”
강 작가는 사진가로서 자존심보다
늘 져서 오롯이 그 사람다움이 드러나게 한 게다.

결국 내가 부산에 가선 본 건 전시,
아니 사진,
아니 사람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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