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장외 시장..MZ세대 비상장 숨은 보석에 꽂히다
장외 시장이 뜨겁다. MZ세대 젊은 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투자 열기가 부쩍 달아올랐다. 장외 시장이 젊은 층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은 브로커를 통해 번거로운 거래 과정을 거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앱으로 손쉬운 매매가 가능해졌고, 사기를 당할 우려도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대어급 IPO(기업공개)의 잇따른 흥행도 영향을 미쳤다. 인기 공모주의 경우 청약을 해도 원하는 만큼 주식을 받지 못하다 보니 장외 시장에서 될성부른 떡잎에 미리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PO 기업이 뚜렷한 주가 상승을 보이면서 장외에서 신규 상장하는 기업을 찾으려는 투자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가상화폐, 그림, 게임 등 다양한 대상에 투자하는 MZ세대가 대거 비상장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규 상장 기업 6000% 수익률
K-OTC는 장외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과거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던 비상장 주식 장외 매매 시장인 ‘프리보드’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제도권 내에서 운영되는 장외 주식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K-OTC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증시에 신규 유입되는 동학개미가 급증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17일 기준 K-OTC 시장 시가총액은 30조6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 새 3배 넘게 몸집이 커졌다. 거래 규모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만 해도 일평균 거래금액이 6억5000만원에 그쳤으나 2017년 10억9000만원, 2018년 27억7000만원, 2019년 40억3000만원, 2020년 51억5000만원에 이어 올해는 70억5849만원으로 급증했다.
K-OTC 시장 인기는 이른바 ‘대박 종목’이 속출한 것이 한몫했다. 올해 K-OTC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13곳의 평균 수익률은 6000%에 달한다. 지난 9월 K-OTC 시장에 입성한 두올물산의 주가 상승률은 8만%에 육박한다. 1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8조원까지 급증했다. 제도권 내 유일한 장외 거래 시장이다 보니 사설 플랫폼에 비해 안정성이 높다는 점도 K-OTC의 매력으로 꼽힌다. 삼성SDS, 미래에셋생명, 에이치엘비제약(옛 씨트리), 제주항공, 팍스넷, 카페24 등 K-OTC를 통해 상장에 성공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K-OTC 시장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소액주주에 대한 양도세 면제와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세제 혜택도 투자자 유입을 이끈 요인이다. K-OTC 증권거래세는 2014년 시장 출범 이후 세 차례 인하 조치가 이뤄져 0.5%에서 0.23%까지 떨어졌다. 지분율 4% 미만, 투자금 10억원 미만의 소액주주에게 양도세를 면제해준다.
장외 주식 시장이라고 해서 중소업체나 벤처기업만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K-OTC에는 포스코건설·SK에코플랜트 등 대기업 계열사나 비보존·아리바이오·오상헬스케어 등 유망 바이오 기업도 상장돼 있다.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은 K-OTC 외에도 다양하다. 삼성증권이 두나무와 손잡고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대표적인 국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으로 꼽힌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80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거래 가능한 비상장 종목 수가 6000개에 육박한다. 신한금융투자가 피에스엑스(PSX)와 협업해 지난해 12월 내놓은 ‘서울거래소 비상장’ 역시 거래가 활성화된 플랫폼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비롯해 야놀자, 케이뱅크,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IPO를 앞두고 있는 유니콘 기업을 포함해 약 400개에 달하는 비상장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이 밖에도 ‘비마이 유니콘’ ‘비상장레이더’ ‘네고스탁’ 등이 비상장 주식 매매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 제한·주가 급락 위험 고려해야
비상장 주식 투자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뜰 만한 공모주에 한발 먼저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페이를 끝으로 올해 대어급 IPO가 마무리된 가운데 2022년에도 기업가치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유망주가 줄줄이 상장에 나설 예정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9월 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초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장외 시장에서 관심이 뜨겁다. 최근 장외 시장에서 11만5000원 안팎에서 거래되며 기업가치가 8조7000억원대에 이른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로 인적분할을 결정한 SK그룹은 원스토어, SK쉴더스, 11번가 등의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상장 기대주로 꼽힌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과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대표 주간사를 선정하고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SSG닷컴 목표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이다. 컬리는 당초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올해 거래소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코스피 상장 규정을 완화하면서 국내 증시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장외 시장에서 기업가치 2조50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테마별 접근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장외 시장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 케이뱅크, 두나무 등 핀테크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메타버스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주에 대한 관심도 높다. 콘텐츠 기업 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VR(가상현실) 기기·콘텐츠 전문기업 쓰리디팩토리가 눈길을 끈다.
바이오는 ‘장외 시장의 스테디셀러’라고 불릴 만큼 비상장 주식 투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특히 신약 개발은 어려운 만큼 성공했을 때 큰 수익을 안겨줘 관심이 높다. 퇴행성 뇌질환 등 다양한 임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디앤디파마텍, 세계 최초 경구용 치매 치료제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아리바이오 등이 코스닥 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신약 개발 기업이다.
비상장 주식 투자 경험이 적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보자.
장외 시장에도 ‘우량 종목’이 존재한다. 바로 제도권 내에서 운영되는 장외 주식 시장 ‘K-OTC’를 이용하는 것이다. K-OTC는 ‘자본전액잠식 상태가 아닐 것’ ‘매출액 5억원 이상’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적절일 것’ ‘전자등록된 주식’ 등 몇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만 신규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상장 기업 가운데 비교적 검증된 기업을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인동첨단소재’ ‘아이월드제약’ ‘메가젠임플란트’ ‘SK에코플랜트’ ‘삼성메디슨’ ‘비보존’ 등이 K-OTC 거래대금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린 종목이다.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외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비상장 주식 투자는 기본적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격 거품 우려는 장외 시장에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논란이다. 거래량이 비교적 적은 탓에 주가 변동성이 크고, 상장이 무산되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거래량이 끊기면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비상장 기업의 경우 경영 상황이나 기업가치 변화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과 비교해 정보의 비대칭성과 유동성 측면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깜깜이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해야 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5호 (2021.11.24~2021.11.3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