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조선소 한진중공업, 32년 만에 'HJ중공업'으로 변경

한진중공업은 지난 22일 사명을 HJ중공업으로 변경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 HJ중공업

한진중공업이 ‘HJ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꾼다. 1989년 한진그룹이 인수한 이후 한진중공업 사명을 사용한 지 32년 만이다.

HJ중공업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HJ중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영문 사명은 HJSC이다.

HJ중공업의 HJ는 기존 사명인 한진중공업의 정통성과 연상 효과를 잃지 않으면서 새 출발을 상징한다. 동시에 “고객과 함께 8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한 재도약을 시작하면서 최고의 만족을 선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담은 ‘The Highest Journey(위대한 여정)’의 약자라고 HJ중공업 측은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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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 1937년 국내 최초 조선소…1989년 한진그룹 인수

HJ중공업은 1937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조선소이다. 당시 사명은 조선중공업이었다.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 군함을 제작하기도 했던 조선중공업은 해방 후 1963년, 공기업 형태인 대한조선공사로 재출발했다. 5년 뒤인 1968년 대한조선공사라는 이름을 유지한 채 민영화했다.

민영화한 대한조선공사는 조선뿐만 아니라 기계 플랜트, 건설, 철도차량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몸집을 키웠다.

1980년대 중반 세계 해운 및 조선 경기 침체가 닥치면서 1989년 한진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며 회사 이름도 한진중공업으로 변경했다.

한진중공업은 10년만인 1999년 회사정리절차 종결 결정을 받아 법정관리에서 해제됐고, 코리아타코마조선공업, 한진종합건설, 한진건설 등을 흡수하는 등 또다시 몸집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또다시 덮친 글로벌 불황 여파를 견디지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다 2016년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2019년엔 수빅조선소마저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고 말았다.

한진중공업은 경영 외적으로도 숱한 논란을 겪었다. 한진그룹 계열 분리 과정에서 한진가 형제끼리 지분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11년 11월 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주변에서 경찰 공권력이 투입되자 해고 노동자와 조합원 등이 들어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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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로 몸살…용접공 김진숙 씨 30년째 복직 투쟁 중

또 ‘한진중공업 사태’로 불렸던 각종 노사분규도 빼놓을 수 없다. 박창수 노조 위원장 의문사(1991년)를 비롯해 김주익 노조 위원장 크레인 자살 사건, 곽재규 조합원 사망 사건(2003년),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 갈등을 상징하는 희망버스(2011년), 최강서 조합원 자살(2012년) 등이 모두 한진중공업 노동 현장에서 빚어진 사건들이다.

우리나라 첫 여성 조선 용접공 김진숙 씨가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30여 년째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도 한진중공업이다.

지난 4월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건설업체 동부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에 조선소를 매각했다. 그로부터 8개월가량 지나 한진중공업이란 이름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살리기 시민대책위원회'가 2020년 12월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투기자본 매각 추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HJ중공업은 최근 친환경 하이브리드 국가어업지도선 3척(960억원)을 수주한 데 이어 10월 초 5500TEU급 상선(컨테이너선)을 4척(3200억원 규모)을 수주했다. 건설 부문에서는인천해양박물관과 수도권 정비사업을 연속 수주하는 등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홍 대표는 “새로운 사명은 회사가 종합중공업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인수합병 이후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