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로 본 '성공한 CEO'의 명암..'과신형 리더십' 혁신엔 藥 M&A 땐 되레 毒

배준희 2021. 7. 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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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2020년 완전 자율차를 선보이겠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2015년부터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공언과 달리 아직 그런 시대는 오지 않았고 머스크는 툭하면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실제 지난해 독일 뮌헨 법원은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 사용이 허위 광고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머스크 특유의 과장된 화법이 대중들로 하여금 테슬라 기술력을 실제보다 진보된 것으로 오판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믿고 뒷좌석에 앉거나 잠을 자면서 운전하다 사고를 낸 사례가 잇따랐다.

일론 머스크는 대표적인 ‘과신(overconfidence)’형 경영자에 속한다. 과신은 경영자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목격되는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이다. 특히 최고경영자는 조직 위계질서의 정점에 위치해 있으며 주요 의사 결정과 전략 수립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들의 과신은 조직의 수많은 전략적 의사 결정에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략적 판단 확신 M&A 비용↑

▷가치 파괴적 합병 전략 추구

먼저 과신의 개념적 정의부터 따져보자. 관련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한 폴 힐리(Paul J. Healy) 오하이오주립대 교수와 돈 무어(Don A. Moore) UC버클리대 교수 등에 따르면 과신은 크게 3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정확도 과신(miscalibration, overprecision), 우월감(overplacement), 과대평가(overestimation) 등이다. 정확도 과신은 스스로의 신념에 관해 과도한 확실성을 갖는 것을, 우월감은 특정 개인이 다른 사람보다 더 낫다고 믿는 경향을, 과대평가는 스스로 능력의 절대적 수준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을 각각 뜻한다.

특히 과신은 최고경영자처럼 교육 수준이 높고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개인에게서 두드러지는 인지적 편향이다. 기업 CEO들은 조직의 현재 성과와 이에 기반한 시장 지위를 달성하는 데 주된 공헌을 했으며 위계질서 최상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 비춰 과신의 정도 또한 일반 개인보다 강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성공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자신을 조직 위계질서의 최상단으로 이끈 사고방식과 의사 결정 등에 관해 실제보다 과장된 확신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CEO의 과신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라는 데 있다.

부정적인 영향 중 하나로 과신형 CEO들이 스스로의 전략적 판단에 지나친 확신을 가져 인수합병(M&A)에서 산업 평균보다 비싼 비용을 치른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울리케 말멘디어(Ulrike Malmendier) UC버클리대 교수 등의 연구(2008년,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에 따르면 과신형 CEO는 수익 창출 능력을 과대평가해 결과적으로 인수합병 목표 기업에 대해 비용을 초과 지불하고 가치 파괴적인 합병 전략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신형 CEO는 그렇지 않은 CEO보다 학습 의지가 뒤처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궈리 첸(Guoli Chen) 인시아드대 교수 등의 연구(2015년,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따르면 과신형 CEO들은 실적 부진으로 부정적인 성과 피드백을 접하더라도 크고 작은 실패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학습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 성장에는 과신형 CEO가 유리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

실제 과신형 CEO들이 전략적 오판으로 조직을 위기로 내몬 경우는 심심찮게 목격된다.

미국의 대표 제조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 CEO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멜트는 과거 ‘경영의 신’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8년 6월 GE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에서 111년 만에 퇴출되자 이들의 책임론이 비등했다. 웰치는 제조업의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금융업에만 몰두했고, 이멜트는 낙관론에 빠져 무리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반복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2008년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리처드 풀드 리먼브라더스 전 CEO는 주위의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지나치게 높은 리스크에 베팅했다 회사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풀드의 과신이 화를 불렀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과신형 CEO들이 조직에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과신형 CEO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혁신 관련 활동에 그렇지 않은 CEO보다 적극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한 예로, 루디거 파렌브라크(Rüdiger Fahlenbrach) SFI(Swiss Finance Institute) 교수 등이 S&P500 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과신형 CEO가 연구개발(R&D)에 22%를 더 투자하고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자본 지출(capital expenditures)도 38%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2009년, Journal of Financial and Quantitative Analysis).

종합하자면 최고경영자의 과신은 조직이 처한 전략적 상황에 따라 때로는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과신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억제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단, 조직에서 CEO의 과신을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꼭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섭하고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단적인 예다. 이사회 직속으로 CEO 성과 평가 위원회를 두는 것도 경영자의 과신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과신형 CEO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의 실적 전망을 낙관하므로 성과 보수에 대한 기대치가 비(非)과신형 CEO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이사회 내부 의사 결정 체계에 CEO의 성과 평가가 구조적으로 밀접하게 통합돼 있다면 이를 통해 과신형 CEO의 인지적 편향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특유의 집단적인 대기업 경영 체제가 CEO의 과신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눈길을 끈다. 국내 대기업 집단은 계열 기업의 독립성을 인정하기보다 그룹 전체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고 경영 활동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정부와 학계에서는 이 같은 집단적인 경영 활동이 개별 기업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 보고 주로 부정적인 시각에서 비판해왔는데 달리 보면 CEO의 과신과 이에 따른 그릇된 의사 결정을 제어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박종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집단의 계열 기업 관리는 효과적인 경영 활동 감시 통제 기제가 될 수 있다”며 “기업 경쟁이 심화할 때 국내 대기업은 집단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계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애쓰며 이 과정에서 과신형 경영자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만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전문경영인보다 창업자의 과신 정도가 더 높아

이준만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4월 국내 최고 권위 경제·경영 논문상인 제51회 매경이코노미스트상을 서명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공동 수상했다. 이 교수는 2017년 창업자와 전문경영인의 과신에 관한 논문을 냈고 이 논문은 세계적인 경영 저널인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실렸다.

Q.과신의 개념적 정의는.

A 과신은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과대평가해 어려운 문제를 남들보다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Better-than-average’ 현상과 자신의 예측 능력을 과대평가해 외부의 위험 또는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는 ‘Miscalibration’ 현상을 모두 포함한다. 즉, 자신이 문제를 남들보다 더 잘 해결한다는 믿음과 남들보다 불확실성을 더 잘 이해해 남들보다 불확실성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개념 모두 과신에 포함된다.

Q.CEO들이 과신 편향에 빠지는 이유는.

A 과신 편향은 일반인에게서도 자주 볼 수 있다. 83%의 보통 사람이 본인 스스로 상위 30% 이상의 운전 실력이라 응답했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만 봐도 과신은 인간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CEO에게서 유난히 과신 편향이 자주 목격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째, CEO들은 극심한 경쟁을 이겨내고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갔다. 반복적인 성공에 영향 받아 남들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즉, 반복적인 성공이 CEO의 과신 정도를 더욱 심화한다. 둘째, CEO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적다. 일반적으로 직원은 상사에 의해 제어되고 감시받는 데 반해, CEO는 그런 감독과 제어 장치가 없어 과신 편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Q.전문경영인과 창업자 간 과신에 차이가 있나.

A 제 연구 중 창업자와 전문경영인의 과신 수준을 비교한 논문이 있다. 미국 대기업(S&P1500) CEO를 전부 분석해 연구한 결과 창업자 CEO가 전문경영인보다 과신의 정도가 더욱 높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창업 자체가 실패 확률이 큰 활동이다. 즉, 일반적으로 본인에 대해 남들보다 자신감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람이 창업에 뛰어들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은 CEO가 돼서도 과신함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일반적인 전문경영인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한 창업자 CEO가 많은 사람의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칭송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창업자 CEO들은 갈수록 스스로를 과신하게 된다.

Q.CEO의 과신은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CEO가 스스로를 과신할수록 일반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고 위험한 전략적 선택을 더 많이 추구한다. 긍정적인 영향으로 과신형 CEO는 다른 CEO보다 신제품을 더 많이 시장에 내놓고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과신한 CEO는 위험한 기업 인수를 많이 시도하고 기업 인수 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불필요하게 큰 금액을 상대에게 지급한다. 또, 기업 전략 선택에 대한 피드백에서 배우려고 하지 않아 학습의 효과가 저해된다. 무작정 과신형 CEO를 배척하는 것보다 산업 속성에 따라 적합한 CEO를 고용하고 과신함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기업가치 증대에 있어서 중요하다.

Q.조직에서 CEO들의 과신을 완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A CEO의 과신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은 이사회의 사외이사들이 맡고 있다. 이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중요 결정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CEO의 지나친 자신감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여겨지는 전략을 조절하고 관리한다. 또, 조직을 보다 수평적이고 탈중앙적 구조로 만들면 의사 결정에 다양한 직원의 의견이 반영되므로 CEO 개인의 영향이 줄어들 수 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6호 (2021.07.07~2021.07.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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