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맛있다, 365일 된장·고추장·간장에 빠진 어느 MZ세대[잡썰28]

최현주 입력 2021. 9. 25. 08:00 수정 2021. 9. 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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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장 연구하는 최민제 샘표식품 우리맛연구중심 연구원
'우리맛'을 연구하는 최민제 샘표식품 연구원(가운데)이 동료들과 조리법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샘표식품]


아침은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서, 점심에는 샌드위치를, 저녁에는 파스타를 먹는다. 요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일상적인 식생활이다. 그런데 365일 간장‧된장‧고추장에 빠져 한국 고유의 ‘우리 맛’을 찾는 MZ세대가 있다. 샘표식품 우리맛연구중심연구소의 4년 차 연구원인 최민제(32) 연구원이다.

24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샘표식품 1층 우리맛연구중심연구소에서 만난 최 연구원은 전통 장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예컨대 같은 지역에서 수확한 감자로 감자조림을 만들 때도 간장의 양은 물론이고 숙성 정도나 보관 방식, 조리 도구 등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최 연구원은 “같은 장과 재료로 음식을 해도 만드는 사람마다 다른 맛이 난다”며 “전통 장을 통해 가장 손쉽고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조리법을 전파해 ‘우리 맛’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른바 ‘뼛속부터 요리인’이다. 17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조리과학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도 외식조리학을 전공했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조리 자격증은 물론이고 제과‧제빵, 떡, 커피, 칵테일 관련 자격증도 있다.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 경연대회에선 대상을 받았다. 최 연구원은 “셰프로서 주방에서 요리만 하기보다 내가 알고 있는 요리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직접 요리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맛'을 연구하는 최민제 샘표식품 연구원. [사진 샘표식품]


‘아는 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게 평소 최 연구원의 신념이다. 장을 연구하면서 제빵이나 와인 공부를 한 것도 발효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그는 “같은 식재료도 산지나 계절에 따라서 맛이 확 달라지는 만큼 조금만 공부하면 가장 맛있는 상태의 식재료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요즘 김치에 심취해있다. 김장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손쉽게 김장을 담글 수 있는 조리법을 개발한 지 2년 만에 ‘새미네 부엌’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5가지 김치 소스를 출시했다. 무나 오이를 썰어서 소스와 원하는 양의 고춧가루만 넣어서 섞으면 깍두기, 오이소박이가 된다. 최 연구원은 “김치는 우리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반찬인데 MZ세대 중에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해외에서는 인정받는 전통 장이나 김치가 정작 국내에서는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김치와 함께 최 연구원은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요알못에게 요리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최 연구원이 개발에 참여한 김치소스를 비롯해 잡채소스, 멸치볶음소스, 장조림소스 등은 모두 요알못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 소스를 활용한 조리법에 전자레인지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멸치 한웅큼에 식용유 2숟가락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1분간 가열한 후 멸치볶음소스를 2숟가락 넣고 다시 1분간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바삭한 멸치볶음이 완성되는 식이다.

이 간단한 조리법을 개발하기 위해 최 연구원이 먹은 멸치만 500그릇이 넘는다. 가열시간을 10초부터 5분까지 시도해보고 멸치 크기나 기름양 등 다양한 조건을 따져봐야 해서다. 최 연구원은 “MZ세대의 ‘집밥’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요리 과정은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조리도구가 있는 만큼 버튼만 눌러도 근사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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