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집중력 20분 못가더라"..학부모 수업된 온라인 수업 현실

고3 딸을 둔 이모(49‧서울 강남구)씨는 지난 10일 하루 종일 노트북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딸의 곁을 지켰다. 애초 이씨는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 중심의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말을 듣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 첫날인 지난 9일 딸이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은 채 책상에서 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씨는 ‘학습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씨는 오전 8시 30분 단톡방으로 진행된 출석체크부터 시작해 국어‧영어‧수학 강의를 듣는 아이의 옆에 계속 머물렀다.
대부분 수업이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로 진행되는 EBS 영상이라 딸의 집중력은 매시간 20분을 넘기지 못했다. 딴짓하거나 조는 딸을 깨워 집중하게 하고, 퀴즈‧과제를 출력해 풀게 하는 것도 엄마의 몫이었다.
이씨는 “학교에서 수업 중에 딴짓하면 교사가 제지하는 것처럼 온라인 수업에서는 부모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온라인 수업이 ‘학부모 수업’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9일 중3‧고3을 시작으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피로함을 호소하는 학부모가 늘었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 자녀를 돕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12일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아침에 그날 수업에 필요한 자료 출력해주는 게 일이 됐다” “출석체크부터 온라인 강의 수강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불만의 글이 올랐다. “아이와 수업을 같이 들으니 똑똑해지는 것 같다”는 농담 섞인 후기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다음 주 이후 원격수업의 대상이 늘어나면 이런 불만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개학은 9일 중3‧고3에 이어 16일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 20일 초등 1~3학년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20일부터 온라인 개학하는 초등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고민이 크다. 초등학생은 중‧고생과 달리 혼자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집중력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우려다.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자녀와 함께 들었던 학부모들은 대체로 강의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상당수 학교가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쌍방향식 수업 대신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를 녹화해 제공하거나 EBS 관련 강좌로 대체했다.
고3 딸을 키우는 윤모(51‧서울 마포구)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업을 들었다가 교사들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대부분 수업이 EBS로 대체됐고 교사 강의를 녹화한 수업도 교과서를 읽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어 “EBS를 틀어줄 거면 학교‧교사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부모의 교육열에 따라 학력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8‧서울 은평구)씨는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는 경우에는 원격수업으로도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맞벌이 부부 아이들은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등교개학 후 모든 과목을 사교육 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온라인 강의를 통해 자연스레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 비교가 이뤄질 것”이라며 “수업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코로나19가 물러간 후 사교육으로 학생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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