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숀 화이트..'보드 타는 손흥민' 14세 이채운

송지훈 2020. 2. 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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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아시안컵 2연속 금메달
이광기 등 국가대표 꺾고 정상에
웃는 모습 손흥민 닮아 별명까지
세계 판도 흔들 기대주라는 평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14살 신동 이채운은 웃는 얼굴이 손흥민을 빼닮아 ‘보드 타는 흥민이’로 불린다. [사진 이채운 인스타그램]

“실수하지 말자, 형들 타는 거 잘 보면서 열심히 쫓아가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제 이름이 전광판 맨 위에 올라간 걸 보니까 얼떨떨했어요. 그것도 두 번이나. 포디움(시상대)에 올랐을 때를 생각하니까, 와! 또 긴장돼요.”

대한민국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챔피언을 인터뷰했다. 마주한 선수 얼굴에서 챔피언의 위용은 찾을 수 없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앳된 소년은 수줍음도 많았다. 2006년생이니까 올해 만 14세다. 이채운(봉담중). 활짝 웃는 모습이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8·토트넘)을 많이 닮았다 싶었는데, 혹시나 해서 물어보자 아니나 다를까 별명이 ‘보드 타는 흥민이’라고 한다.

웃는 얼굴만 비슷한 게 아니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일인자라면, 이채운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일인자다.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넘버원’ 자리에 오른 그야말로 ‘수퍼루키’이다. 이채운은 19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 평창 하프파이프 코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아시안컵에서 92.2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첫 대회에 이어 나흘 간격으로 두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이광기(27·전북스키협회), 이준식(18·청명고) 등 국가대표 간판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였다.

스노우보드 이채운

“결선에서 프런트사이드 10(Frontside 10·왼발을 앞으로 도약해 세 바퀴 도는 기술)을 시작으로 다섯 가지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했다”고 소개한 이채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아시안컵이라 더 긴장했지만, ‘연습한 만큼만 타자’는 생각으로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채운의 스승은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4·미국)다. 그렇다고 화이트한테 직접 배운 건 아니다. 전문 지도자 도움 없이 독학으로 스노보드를 배웠는데, 화이트의 경기 장면을 담은 영상이 이채운의 유일한 교재였다. 그는 “하프파이프 종목에 엄청난 선수들이 많지만, 내 기준에 제일 멋있게 타는 선수는 역시 화이트다. 멋있게 탄다는 점에서 히라노 아유무(22·일본)의 경기 영상도 열심히 챙겨본다”고 말했다.

이채운이 스노보드를 처음 접한 건 만 6세 때다. 부친 이권철(42·건축업)씨가 두 아들과 함께 즐길 겨울 스포츠를 찾던 중 스노보드를 고른 게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둘째 아들 이채운의 실력이 매년 급성장했고, 입문 4년 만인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걸었다. 부친 이씨는 “아들이 축구도 곧잘 했다. 몇몇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들이 ‘아들을 맡겨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아이와 상의한 끝에 스노보드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채운은 “보드를 타지 않을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좋아하는 손흥민 선수를 닮고 싶어 동작을 따라 해보기도 한다”며 웃었다.

‘스노보드의 손흥민’ 아니 ‘한국의 숀 화이트’로 성장할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수철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대표팀 감독은 이채운에 대해 “타고났다”고 했다. “재능만큼은 한국에서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이다. 집중력과 퍼포먼스는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 못지않다. 이해가 빠르고 심장(대담성)도 크다. 부상만 조심하면 언젠가 이 종목의 세계적인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재목”이라 칭찬했다.

이채운

이채운이 당장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출전하기는 쉽지 않다.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나이가 부족해서다. 올림픽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FIS 월드컵은 만 15세 이상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이채운의 경우 내년 여름부터 출전할 수 있다. 베이징에 가려면 우선 태극마크를 달고, 반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세계 랭킹을 30위 이내로 끌어올려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채운은 “올림픽 출전은 스노보드, 아니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목표일 것이다. 나는 아직 어리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내 목표는 메달이 아니라 기술이다. 백사이드 더블 맥트위스트 12(backside double McTwist 12·숀 화이트가 처음 선보인 고난도 기술)를 깔끔하게 성공하는 선수가 우선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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