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코로나 전쟁..中 국경 맞댄 베트남이 살아남은 비결
코로나 아니었음 연휴 최대 방문지
열악한 의료 환경 속 필사 방역
베트남, 국내외 모두 봉쇄해 막아
태국, 전통설 송끄란 행사 포기까지
싱가포르, 열악 이주노동자에 확산
인도네시아 검사부족에 의료 한계
필리핀도 의사·병상 모두 부족 상황
방역지원으로 '情'의 외교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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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코로나19 피해 현황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검사는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5월3일 0시 기준)
인구는 국가통계
GDP·1인당GDP는 국제통화기금(IMF) 2019년 명목금액 기준 추산치(달러)

한국과 동남아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인적·경제적·문화적 교류가 많다.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 지역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동남아 이주노동자는 한국 경제를 받치는 기둥의 하나다. 한국에는 동남아 지역에서 온 결혼 이주자도 적지 않다. 사돈 지역인 셈이다. 문화적으로 보면 동남아시아는 한류의 최대 소비지의 하나다. 한국과 동남아는 그야말로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사이로 협력을 강화해온 파트너다. 외교적으로는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며 국제협력을 강화해온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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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고 인기 관광지 동남아 텅 비어
동남아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아니면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의 황금연휴를 맞아 수많은 한국인이 동남아로 관광이나 휴양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동남아의 주요 관광지는 지금 텅텅 비어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 관광객을 받기는커녕 자국인도 자택 격리나 봉쇄 상태에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에 따라 동남아는 주요 산업인 관광의 중단으로 경제가 불안한 상태다. 코로나19가 서서히 확산하고 있지만 의료 인프라는 상당히 열악하다. 이 때문에 강력한 격리와 봉쇄 외에는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인권 침해를 우려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태국 등에선 정부의 강력한 억제 정책에 반발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필리핀과 캄보디아에선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집권자에 권력이 집중되는 강권 정치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와 같이 경제 상황이 좋은 국가도 주거 환경이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 거주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퍼져 보건의료 문제와 사회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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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등 외국에 빗장 걸고 국내도 철저 통제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1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방역 사례는 베트남에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9549만의 베트남에선 5월 3일 0시까지 270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다량 발생했던 중국과 1400㎞에 걸쳐 국경을 맞댄 베트남은 나라의 문을 닫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막는 방법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왔다. 베트남의 영어 비즈니스 웹진인 베트남 브리핑에 따르면 하노이 정부는 2월 1일 중국 본토로부터 오는 모든 여행객이 입국을 금지했다. 3월 18일에는 사업 목적을 포함한 모든 비자 발급을 중지했다. 나라의 빗장을 꽁꽁 닫아건 셈이다. 2월 3일에는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임시휴교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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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회격리 23일 만에 동남아 첫 완화
4월 1일부터 15일까지 ‘사회 격리’라는 이름의 외출 제한령을 전국에 내리고 긴급 시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막았다. 공공장소에 3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수퍼마켓이나 병원 등 필수업종을 제외한 모든 점포나 시설은 문을 닫도록 했다. 4월 16일 이후에도 수도 하노이와 경제중심지인 호찌민 등 인구 밀집지역인 10개 도시는 외출금지령을 계속 유지하다 4월 23일에야 전국 대부분에 걸쳐 외출 금지령을 해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활동 억제조치를 완화한 나라는 동남아에서 베트남이 처음이다.
베트남은 2018~19년 연속으로 7%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뤘는데,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소는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입국 금지와 자국민의 외출 금지를 지속할 경우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실적이 필요한 베트남 공산당이 서둘러 외출금지를 해제하고 경제 정상화를 서두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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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동남아 최다 검사에 건물 통째 봉쇄도
베트남은 다량 검사로 확진자를 찾고 접촉자를 격리하는 고전적인 방역 원칙을 철저히 적용했다. 우선, 베트남의 검사 건수는 5월 3일 0시까지 26만1004건으로 아세안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인구 100만 명당 검사 건수도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많은 브루나이(3만1828)와 싱가포르(2만4600), 말레이시아(5692) 다음이다. 한국(1만2153)보다는 적지만 일본(1377)의 2배에 이른다. 태국(2551), 필리핀(1050), 캄보디아(731), 인도네시아(395), 미얀마(152)가 뒤를 이었다.
베트남은 접촉자나 해외 입국자는 무증상자라도 철저하게 격리하는 것은 물론 확진자가 나올 경우 건물 전체를 봉쇄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취해왔다. 격리된 사람이 18만600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일상화한 사회주의 국가라 격리와 봉쇄에 따른 반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에는 미국인 여성이 격리 중이던 병원에서 벗어났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베트남이 이른 시일 안에 제한 조치를 푼 것은 이러한 철저한 방역의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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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전통 설인 송끄란까지 중지
반면 태국은 여전히 사정이 좋지 않다. 태국은 지난 1월 13일 중국 밖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태국 현지 영어신문인 방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3월 초순에 이르러 전통 무예인 무에타이 경기장과 술집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하순이 되자 하루 확진자가 100명에 이르렀다. 그러자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3월 22일 수도 방콕 등의 상업 시설의 영업을 금지했다. 그러자 도시 지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농촌 지역으로 대거 이동해 오히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6일 전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 주민의 외출과 기업의 활동 자제를 요청하고 지역 경계를 넘는 이동을 막았으며 모임도 열지 못하게 했다. 4월 3일에는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다. 그러자 야간에 젊은이들이 집 등에 모여 밤새 음주를 하는 일이 빈발하자 4월 10일에는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조처를 했다.
4월 13~15일 태국 고유의 설날인 송끄란의 행사도 금지했다. 명절 기간 사람들의 모임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다. 태국에선 송끄란 기간 도시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귀성해 불상이나 가족·친척·친구에게 물을 뿌리며 정화하면서 축제를 즐긴다. 송끄란은 ‘세계 최대의 물의 축제’로 불리면서 태국의 주요 관광 시즌이기도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아예 중지한 것이다. 4월 4일에는 국제선 항공편의 운항을 금지하고 자국민의 귀국도 제한하고 이미 귀국한 사람은 엄격한 격리를 의무화했다. 그러자 귀국자들이 격리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져 사회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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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노동자 3800만 중 1000만 실직 위기
경제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태국 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13일 3800만에 이르는 국내 취업자 가운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미 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상공회의소는 사태가 2~3개월 더 지속하면 실업자가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하인 –5.3%로 예상했다.
태국은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켰던 군부 세력이 민간인으로 변신해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 국민의 이동 금지, 야간 통행금지 등은 쿠데타 직후와 상황이 비슷해 반발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인구 6791만 명의 태국에선 5월 3일 0시까지 2966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54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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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확진자 95%가 이주노동자
동남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싱가포르는 초기에 강력한 방역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해 일시 모범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벌집같이 열악한 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이 발행하면서 확진자가 3일 0시 기준으로 1만7548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16명 나왔다. 싱가포르는 확진자 숫자는 물론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2999)도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아시아 전체에서도 카타르(5162)에 이어 둘째로 많다.
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이 빽빽하게 거주하던 열악한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확진자의 95%가 외국인 노동자다. 싱가포르는 학교와 직장 대부분의 폐쇄 조치를 6월 1일까지 연장했다. 5월 한 달 내내 나라 대부분이 멈춘다는 이야기다. 한 국가나 공동체에서 전염병 관리는 국민이 아닌 전체 공동체 주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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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맞아 비상 걸린 대국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을 맞아 4월 24일 국민의 귀성을 금지했다. 수도인 자카르타는 주민의 행동 제한령을 5월 22일까지 연장했다. 라마단이 끝날 때까지 집에 있으라는 이야기다. 낮에 단식하다 해가 지고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고 외식하다 코로나가 확산할 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는 그간의 방역 성과가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구 2억6698명으로 동남아 최대인 인도네시아는 이 지역에서 싱가포르와 함께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은 두 나라 중 하나다. 사망자가 250명으로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많다. 검사를 10만 건 이상 했지만, 인구가 많다 보니 인구 100만 당 검사자 숫자가 395에 지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과 시설이 부족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 가뜩이나 빈약한 의료체제 마비될 것으로 우려된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필리핀과 더불어 동남아에서 인구 100명 당 의사 숫자와 병상 숫자가 적은 나라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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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동남아에서 사망자 가장 많아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가 인도네시아가 0.21명, 필리핀이 1.28명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인도네시아가 1.04개, 필리핀이 0.99개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의사가 2.61명, 병상이 2.77개인 미국과는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다. 심지어 의료진을 위한 방호복도 부족해 일부 병원에서는 비옷이나 비닐을 입고 환자를 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감염으로 숨지는 의료인이 속출하고 있다.

인구가 1억이 넘는 필리핀은 5월 3일 0시 현재 8928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사망자는 603명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많다. 검사 건수가 11만5812로 100만 명당 1050명에 머물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필리핀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건물 전체를 봉쇄하는 강경책을 쓰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격리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경찰이 사살해도 좋다고 말해 인권 탄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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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적극적인 검사로 난관 돌파 의지
인도네시아의 이웃인 말레이시아도 3월 18일 전국에 걸친 이동 제한령을 내렸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5월 12일까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에선 5월 3일 0시 현재 6176명의 확진자와 10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무슬림(이슬람 신자)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라마단의 끝 무렵까지 국민의 행동 제한을 계속해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말레이시아는 5월 3일 0시까지 검사 건수가 18만4213으로, 인구 100만 당 5692에 이른다. 브루나이와 싱가포르 다음이다. 적극적인 검사와 격리로 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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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방역외교는 신남방정책의 열쇠
이런 동남아는 이미 공식·비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자체적인 방역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권 출범 이래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며 동남아와 협력을 강화해온 한국 정부가 방역외교를 강화해 한국의 마음을 보여줄 기회를 맞고 있다. 동남아 국가에 한국은 대표적인 방역 성공국이다. 노하우와 장비, 인력을 충분히 확보한 국가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처럼 지금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상호 교류도 많은 동남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 한국 고유의 '정'의 외교를 벌일 기회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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