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동묘 구제시장 '꿀템 찾기'
LP판·옛 카메라·구제의류·골동품..없는 것 빼곤 다 있는 만물상 거리
옷 하나에 1000~5000원 저렴한 가격
젊은 층 발길 늘어 새 추억의 거리로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유행은 돌고 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촌스럽다고 여기던 1990년대 감성은 '뉴트로(New+Retro)'라는 이름으로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장년층이 주로 찾던 재래시장에도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동묘 구제시장은 지드래곤, 려원, 손담비 등 연예계 패셔니스타들이 찾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뉴트로 열풍의 중심에 선 곳이다.
지난 22일 낮 12시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을 찾았다. 3번 출구에서 동묘공원을 끼고 청계천, 평화시장으로 이어진 이 시장은 구제 의류부터 중고서적, 엘피(LP)판, 액세서리, 접시, 밥솥, 카메라 등 이른바 '없는 것 빼고는 다 파는 곳'이다. 조선시대 장터 자리였던 동묘는 1980년대 중고품 만물상들이 모여들어 상권을 형성했고, 이후에는 청계천 복원 사업 등으로 터전을 옮겨야했던 황학동 벼룩시장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시장이 더 커졌다.
시장 초입에 들어서니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양옆으로는 구제 의류를 판매하는 빈티지숍들과 삼성 '마이마이' 같은 이전 세대 전자제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매대에는 가수 '소방차'가 입었을 듯한 청재킷이나 1990년대 초등학생 교복같은 떡볶이 코트 등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 앞에는 필름 카메라나 접시, 시계, 재봉틀, 라이터 등 생활용품들이 무심하게 널려있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들 사이에서 10대, 20대 젊은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눈으로 봐도 쇼핑의 고수로 보이는 20대 커플도 그들 중 한 무리. 말을 건네보니 역시 '5년째 단골'이란다. 이들에게 쇼핑 비결을 물었다. A씨(26, 여)는 구제시장 필수 아이템으로 에코백과 현금을 꼽았다. 그는 "비닐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만 이것저것 넣다 보면 찢어지기 일쑤"라며 "많이 살 생각이라면 캐리어를 들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며 경험이 농축된 팁을 알려줬다. 곁에 있던 그의 남자친구는 "최근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이 생겨 카드 계산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현금을 받는 곳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구제 의류들을 무덤처럼 쌓아놓고 판매하는 구제시장의 명물, 일명 '옷무덤'에서 판매하는 의류들은 1000~5000원으로 구제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를 자랑한다. 하지만 괜찮은 옷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A씨는 "질이 좋은 옷은 보통 빈티지숍이 선점하고 있으니 최근에 생긴 곳들을 공략하라"고 권했다.

그래서 20대들에게 유명하다는 한 빈티지 의류 매장을 찾았다. 30대 젊은 사장님과 그보다 더 젊어 보이는 직원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폴로, 나이키, 리바이스, 타미힐피거, 챔피온 등 외국 브랜드 옷들이 매장의 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20대 직원은 "대부분 미국, 일본 등에서 가져온 의류들"이라고 했다. 특이한 점은 온라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긴 했지만, 1990년대에 멈춰버린 것 같은 이곳 동묘에서도 물건들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니, 진정한 '뉴트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품 구제 의류'라고 쓰인 한 의류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버리, 샤넬, 구찌, 생로랑, 프라다 등 프랑스를 비롯, 이탈리아 등지에서 건너온 명품들이 보였다. 매장 사장에게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들고 "얼마냐, 진품이냐" 물으니 "7만원. 가져갈 거면 가져가고, 말 거면 말어"라는 무심한 답변이 돌아왔다. 백화점에서 100만원대를 훌쩍 넘을 옷을 7만원에 살 수 있다면 득템(?)이겠지만, 진품인지는 알 길이 없다. 바로 옆에 진열된 일부 제품에는 '버버리' 대신 '블루베리'라고 쓰여 있어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구제 의류 판매점 외에 젊은이들을 공략한 가게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키덜트(Kid+Adult)'를 위한 건담 프라모델이나 피규어를 파는 가게 등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가게들이 뉴트로 열풍과 함께 등장했다. 이에따라 동묘를 찾는 주된 손님의 연령층이 중장년에서 청년까지 다양화하는 추세다. 중장년층이 향수를 느끼기 위해 찾았던 재래시장에 젊은 세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가수 지드래곤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방문한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전언이다. 20년 째 슈퍼를 운영했다는 한 아주머니는 "한 번 방송을 탄 후 다른 채널에서도 앞다퉈 동묘를 많이 찍어 방영했다. 그러더니 맨날 노인들만 왔다갔다 하던 동네에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웃음기 띤 얼굴로 말했다. 10대부터 70대 이상 노인들까지 세대 감성을 아우르는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제 동묘시장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한 장소가 되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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