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다" vs "여성인권" 노브라 챌린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브라 운동 논란 자체가 여성 몸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관심"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브라 챌린지'에 동참한 과정과 소감을 적은 장문의 글을 게재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노브라란 '노(No) 브라', '탈(脫)브라'를 말하는 것으로,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노브라'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아 유두가 도드라져 보여 보는 사람이 민망하고 성적으로 문란해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들은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없애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남성의 상의 탈의 모습은 건강미가 흐르고, 여성의 가슴은 오로지 성적인 코드로 해석되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저항하자는 취지다.
임 아나운서는 "노브라 여성을 봤을 때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대할 사람이 현재로서 많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단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함을 느끼는 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노브라를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이전에 여러 사례를 통해 우리는 목격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8년 6월2일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은 여성의 나체 사진은 음란물로 규정해 삭제하면서 남성의 나체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다. 이런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며 "남성의 나체를 허용하는 것처럼 여성의 나체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02/17/akn/20200217080037556cguf.png)
◆ 남녀평등, 성희롱 금지 요구하며 브래지어 태워
최초의 '노브라 운동'으로 알려진 캠페인은 1968년 9월 미국 애틀랜틱 시티에서 미스 아메리카 대회가 열렸을 때 일어났다.
대회장 밖에서는 이 대회에 반대하는 200여 명의 여성이 '자유의 쓰레기통'(Freedom Trash Can)이라고 이름 붙인 쓰레기통에 치마, 속옷, 가짜 속눈썹 등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 '브라 태우기'라는 이름으로 브래지어를 모두 태웠다.
2009년 우크라이나에서 결성된 국제 여성인권단체는 가슴을 노출하고 꽃 왕관을 쓴 채 여성인권을 외쳤다. 또 2015년 미국에서는 '프리 더 니플'(Free The Nipple) 운동이 일어나 가슴 노출을 단속하는 공권력에 저항했다.
지난해 6월 스위스에서는 수천 명의 여성이 평등 임금과 남녀평등, 성희롱 금지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당시 여성들은 하루 동안 도로를 점거해 브래지어를 태웠다.
브래지어 탈의는 단순히 여성이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을 넘어서,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저항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02/17/akn/20200217080040946vacg.png)
◆ 노브라 운동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갈등에 휩싸여
2018년 6월 페이스북 코리아는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이 시위 목적으로 여성의 유두가 포함된 사진을 게시하자 음란성을 이유로 삭제했다. 이후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만 본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공식 사과하고 삭제했던 게시물을 복구했다.
이에 앞서 전 세계에서는 페이스북의 '여성의 유두' 금지 규정을 바꾸기 위한 문제 제기가 지속돼 왔다. 2015년에는 여성의 상의 탈의 사진에 남성의 유두를 합성하여 해당 규정을 비꼬는 #freethenipplecampaign 캠페인이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이 캠페인은 가슴 노출을 허용하라(free the nipple)는 뜻을 담고 있다.
'노브라 운동'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격화하고 있다. 30대 여성 직장인 A 씨는 "남성의 상위 노출과 여성의 가슴 노출 차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잘 알 수 있다"면서 "노브라 운동은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직장인 B 씨는 "브래지어를 하고 하지 않고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 선택 이후 받을 수밖에 없는 차별적 시선은 오로지 선택을 한 여성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이건 차별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의견도 있다. 30대 중반 남성 직장인 C 씨는 "여성들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일정한 규범이 있는데, 남성과 여성의 경우 같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브라 운동도 방법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02/17/akn/20200217080042061qaei.png)
◆ "여성 가슴 성적이라는 시선은 뿌리 뽑혀야 할 문화"
노브라 운동을 주도했던 불꽃페미액션은 단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저희는 사회적 통념에 맞서 겨드랑이 털과 젖꼭지를 드러내는 것입니다"라며 "저희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맥락에 상관없이 무조건 여성의 가슴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해 통제하는 것은 여성차별이며 인권침해라는 것"이라고 상의 탈의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여성의 가슴이 음란물이라는 인식, 성기와 다름없다는 인식을 없애고자 합니다"라며 "여성의 가슴이 성적이라는 시선 때문에 여성인류는 그 시선에 맞게 가슴을 가리거나 섹시하게 드러내는 등 스스로를 통제해 왔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이 시선은 뿌리 뽑혀야 할 문화이며 여성을 맥락 없이 성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브라 운동'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여성 몸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 사안이 갑론을박 된다는 것 자체가 여성의 몸이 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하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자 연예인들은 물론, 여성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항시 나노 단위로 분절되어 품평 대상이 된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의 신체 중 어떤 부위는 노출해도 되지만 또 어떤 부위는 음란한 부위로 일방적으로 규정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노브라 논쟁을 통해 점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브라에 대해 '민망하다'는 의견 자체가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성적인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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