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를 '저격'하는가
[오마이뉴스김민지 기자]
"누군가의 관음은 누군가의 권력이다. 그렇게 얻어진 권력은 누군가에게 폭력이 되기도 한다."
SNS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을 때쯤부터, 우리 모두는 열등감과 함께 살아간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산 명품 옷과 화장품을 올리는 그들, 올리는 건 '셀카' 밖에 없는 것 같은데 하루에도 수만 명의 '좋아요'를 받는 그들. 예쁘고 잘생긴 얼굴로 분명 나와 같은 일반인임에도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일명 '페북스타'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시기와 경멸의 대상이다.
최근 이러한 SNS 유명인들의 수가 급격히 느는 것과 동시에 그 수를 늘려가는 이들이 있다. '내가 정의'라며 그 논리를 알 수 없는 '알 권리'를 주장하며 유명인과 일반인을 구분하지 않고 그들의 신상정보와 사생활, 심지어는 과거까지 폭로하는 이른바 '저격 계정'의 운영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스페셜 <저격 본능>에서는 이러한 저격 계정 중 가장 큰 파장과 피해자를 만들어 냈던 '강남패치'에 대해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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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스페셜 '저격 본능' |
| ⓒ SBS |
"관심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예쁜 여자, 돈 그리고 화려한 것들. 그런데 그 화려함 뒤에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걔가 그렇대. 찌라시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죠."
올해 8월 검거된 '강남패치'의 운영자의 말이다. 그녀는 24세의 여성이었다. 조사에서도 본인은 잘못한 것이 없으며 폭로한 내용은 모두 '사실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모든 이들이 자신과 같이 열등감을 느끼는 상대가 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약 10건의 자료만 가지고 운영하기 시작한 시작한 계정은, 수많은 익명들의 제보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그 몸을 불려나갔다. 총알을 장전한 것은 그녀이지만 그 총알을 장전한 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그 10만명의 팔로어들이었다는 말이 사실인 셈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H. 스미스의 최근 저서 <쌤통의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에, 내가 박탈감을 느끼던 상대가 불행을 겪을 때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자신이 남의 불행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때 '저 사람은 도덕적이지 않을 것이다' 또는 '저 사람은 저 불행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생각과 죄책감을 합리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저격 계정을 대하는 태도와 유사하다. '쟤가 화류계에 종사한 건 사실이니까, 욕먹을 만 하지' 또는 '그러면 쟤는 저런 걸 SNS에 올리지 말았어야지'라며 모든 잘못을 타인에게로 회피시켜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그 모든 정보가 거짓이고 그 또는 그녀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판명이 난 경우에도 '그럼 평소 행실을 그렇게 하고 다니면 안되지'라는 말로 자신의 모든 경멸과 공격을 무마하려 시도한다. 그렇기에 한 번 저격 계정의 공격 대상이 되어 버린 이들은, 논란이 끝난 후에도 스스로 합리화를 끝내버린 대중들로 인해 계속해서 고통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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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스페셜 '저격 본능' |
| ⓒ SBS |
그렇다면 인간은 누구나 박탈감을 느끼고, SNS 또한 전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유독 2016년의 대한민국에서만 수많은 '패치'들이 들끓으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는 걸까? 그 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기만 하는 격차에 있다. 청년 빈곤은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는 이조차 없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실업 또한 당연시 여겨진다. 이런 사회에서 그 굴레를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하는 자신들과 다르게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보장되는 것 같은 수많은 유명인을 보며 느끼는 비참함이 더 많은 저격 계정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노력하고 발버둥 쳐 봤자, '타고난' 그들처럼 될 수 없으니 그들을 나와 같은 수렁으로 빠트리고자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이러한 박탈감을 끊임없이 느끼게 하는 구조 속에서 현재 페이스북에는 10대들의 저격 계정의 수 또한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아낸 타깃들의 지인들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하며 친구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들을 '팔아라'고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현실에 절망하며 시작했을 이 승자 없는 전투는, 시간이 흐를수록 위에서 내려와 이제는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까지 모든 청년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의 열등감은 노력의 원천이었다. 내가 질투하는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는 열망은, 내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노력은 나를 어디로도 끌어올려주지 못한다는 절망은 비뚤어진 열등감이 되어 그 화살을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돌리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 또한 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공포와 함께.
몇몇 운영자는 구속되었고, 현재도 많은 저격 계정들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오늘도 그 수를 채워 넣는 수많은 시기와 혐오를 담은 폭로와 제보들이 SNS를 채워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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