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로 | '포켓몬GO' 열풍에 증강현실이 뜬다 스마트폰 이은 차세대 플랫폼 주목

7월 18일 오후 속초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평일 오후임에도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어디어디가 잘 잡힌다더라” “고라파덕 잡았다” “이러다 포켓몬 마스터가 되겠어” 포켓몬 만화에 등장하는 한지우(주인공)가 할 법한 얘기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이곳이 ‘포켓몬 성지’로 불리는 속초라는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속초 내에서도 ‘포켓몬GO’ 명당이라 불리는 속초 엑스포공원으로 향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포켓몬GO를 즐기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직장인, 심지어 50대 남성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직장인 강석윤 씨(27)는 “강릉으로 휴가를 왔는데 인터넷을 통해 포켓몬GO를 알게 됐다. SNS에 게임하는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려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한다.
포켓몬GO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포켓몬GO는 미국 게임 개발사 나이언틱랩스가 일본 닌텐도와 손잡고 ‘포켓몬’ 콘텐츠로 개발한 증강현실(AR) 게임. 출시 2주일 만에 3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출시한 지 한 달 남짓 됐지만 IT 업계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야”
포켓몬GO가 이처럼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포켓몬이란 콘텐츠가 갖고 있는 영향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포켓몬은 1996년 8비트(bit) 비디오 게임으로 출발해 TV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되며 광범위한 팬층을 확보해왔다. 포켓몬GO 이용자 중 상당수는 이미 포켓몬 캐릭터에 익숙한 이들이다. 송은지 남서울대 가상증강현실학과 교수는 “포켓몬GO는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 전개, 아기자기한 진행 방식 등이 인상적인 게임이다. 게임 자체가 잘 만들어진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포켓몬’이란 콘텐츠가 갖고 있는 힘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3D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3D에 대해 ‘불편하고 어지럽다’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은 3D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증강현실이 뭐길래
▶가상과 현실의 조화
포켓몬GO가 증강현실 기술이 많이 적용됐든, 그렇지 않든 간에 포켓몬GO로 인해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1992년 보잉사에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 이미지를 첨부해야 되기 때문에 증강현실은 가상현실보다 구현하기 어렵다. 송은지 교수는 “기술적으로 증강현실이 가상현실보다 난이도가 높다. 가상현실은 기존 세계를 버리면 되지만 증강현실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새로운 가상 세계를 덧씌워야 한다. 2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강현실의 산업적인 잠재력은 매우 크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글로벌 증강현실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약 13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300억달러)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신나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를 반영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의료·전시·디자인·교육 등 정보 전달형 콘텐츠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기진 기자 포켓몬GO 하러 속초로 GO
중독성 있지만 게임 완성도 아쉬워

게임이 시작되면 캐릭터가 보인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 필요한 포켓볼 20개를 1210원에 구입했다. 이제 본격적인 포켓몬 사냥이다. 포켓몬GO 명당으로 알려진 속초 엑스포공원. 몇 발자국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포켓몬을 발견했다. 화면에 표시된 포켓몬을 터치하자 카메라모드가 실행됐다. 실제 눈으로 보이는 장면이 스마트폰에 표시되고 포켓몬도 화면에 등장한다. 화면을 밀어 포켓몬을 향해 포켓볼을 던지자 포획에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어 포획한 포켓몬이 포켓몬 도감에 등록됐다. 포켓몬을 여러 마리 잡으니 레벨이 올라갔다는 소식과 함께 포켓볼 15개가 새로 생겼다. 레벨이 올라가자 더욱 힘이 센 포켓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레벨5에 도달하니 다른 이용자와 시합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포켓몬GO는 중독성 있는 게임이다. 포켓몬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포켓몬을 유인하는 향료(incense) 등 다양한 아이템도 게임에 재미를 더한다. 물론 보완할 점도 많다. 우선 이용자가 걷는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이용자가 정면을 향해 걷는데 화면 속 캐릭터는 왼쪽이나 오른쪽을 향해 걷는 등 실제 이동 방향을 섬세하게 표현해내지 못한다. 10~15분 간격으로 GPS 신호가 끊기기도 한다. 배터리 소모도 빠르다. 100% 충전된 배터리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2시간 정도 지나자 배터리가 다 닳았다. 게임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다른 이용자와 시합할 때 방어 방법, 포켓몬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포켓몬의 공격치(CP)를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 다소 헤맸다.
이런 단점을 감안해도 포켓몬GO는 흡인력이 강하다. 포켓몬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68호 (2016.07.27~08.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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