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대구 새론중학교의 '방한 교복 실험'
한파가 닥치면 청소년들 사이에서 패딩 인기가 열병처럼 번진다. 캐나다XX·몽클XX 브랜드를 청소년들은 합쳐서 ‘캐몽’이라고 부른다. 한 벌당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수십만원짜리 노스XXX·데XX 같은 스포츠 브랜드 패딩도 단골 고객이 적잖다.
비싼 패딩을 갖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은 겨울만 되면 ‘패딩앓이’를 한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부담은 커진다. 고가 패딩이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고 해서 ‘등골 브레이커’로 불릴 정도다.
학생들은 그래도 “교복만으로는 한겨울에 보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부모를 조른다.
그러니 겨울만 되면 학부모들은 겁이 난다. 패딩을 못 입어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가 되지 않을지, 패딩 때문에 학교폭력에 연루되지 않을지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대구 새론중학교 시청각실에서 학생들이 방한용 패딩과 재킷을 입고 활짝 웃고 있다. [대구 새론중]](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2/07/joongang/20161207012103655sbrr.jpg)
지난 8월 방한 패딩 제작을 위해 10명의 학부모와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꾸렸다. 학교 밖에서도 당당하게 학생들이 입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디자인의 핵심 콘셉트였다. 최종 모델 2종은 학교명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았고, 브랜드 패딩처럼 허리선을 잘록하게 집어넣고 허리 아래까지 기장이 내려오는 최신 스타일이다.
재킷 역시 학교 밖에서도 입을 수 있게 학교명을 영어로 작게 처리했다. 공개 입찰을 통해 제일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했다. 패딩은 11만5000원, 재킷은 1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72명 중 재킷은 212명이, 패딩까지 같이 구입한 학생도 71명이다.
이런 실험 덕분인지 새론중에는 패딩 빼앗기도, 비싼 패딩 순위를 매기는 ‘패딩 계급도’도 없어졌다. 새론중은 이 신선한 성공 사례를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 윤 호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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