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CL 핵심' 장윤호가 장윤호를 말한다

귀여운 표정의 장윤호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는 각 포지션에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2배수 이상으로 쌓여 있는 팀이다. 벤치도 대표 출신으로 채워진 팀이다. 스타가 아니라면 뛰기 힘들다.
한 자리, 수비형 미드필더는 예외다. 김상식, 김남일처럼 가장 노련한 선배들이 맡았던 이 자리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장윤호가 맡는다. 프로 2년차 장윤호는 겨우 20세다. 파탈루는 실패한 영입이 됐고 이호는 다쳤고 신형민은 뒤늦게 제대해 등록 대상이 아니었다. 장윤호만 남았다.
장윤호는 아직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ACL 8강 2차전에서 상하이상강을 5-0으로 대파할 때 좋은 플레이를 하며 결승전을 기대하게 만들더니, 4강 1차전에선 최강희 감독의 `최철순 시프트`에 밀려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2차전에서 다시 선발 출장했지만 이재성, 김보경의 부진에 밀려 함께 실수를 연발하다가 전술이 바뀐 후반전에 경기력을 회복했다. 훌륭한 날도 있고, 종종 미숙한 날도 있다. 전북의 ACL 우승 여부는 장윤호에게 달렸는지도 모른다. 북산고교의 강백호처럼, 전북의 불안요소 장윤호는 곧 상대팀 알아인의 불안요소이기도 한 것이다.
PART 1 : `역대급` 선배들을 조율하는 장윤호
- 올해 전북 멤버는 K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가장 화려한 편에 속합니다. 그 사이에서 동료들을 조율하고 연결하는 것이 수비형 미드필더인데, 그 어려운 일을 장윤호 선수가 맡고 있어요.
그렇게 거창하게 느끼진 않고요. 제 역할만 하면 형들이 나머지는 잘 해 주시니까 그냥 열심히 뛰자는 생각으로 경기 하고 있어요. 그리고 (김)형일이 형과 (조)성환이 형이 뒤에 계실 땐 말씀을 정말 많이 해 주세요. 제가 이미 있어야 할 곳에 있는데도 "그 자리에 있어야 된다"고 소리를 치세요. (좌중 웃음) 지금 다들 웃으셨지만 그게 좋은 거예요. 한 번 더 집중하게 되니까. 가끔 짜증나긴 하지만 (웃음) 도움이 많이 되요. 제가 형들을 조율하거나 도와드리는 건 없고 도움을 받는 입장이죠.
- 조성환 선수가 지르는 소리는 3만 관중의 함성을 뚫고 기자석까지 들리던데요. 왜 저러나 유심히 보면 전혀 긴박한 상황이 아닌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더라고요.
맞아요 맞아요. (격한 동의)
- 최근 ACL은 돈을 많이 쓴 중국, 중동 팀들이 강세를 보였어요. 헐크를 영입한 상하이상강도 그중 하나였는데, 그런 팀을 8강 2차전에서 5-0으로 완전히 압도했다는 건 의미 있는 경기처럼 보였어요.
중국 팀들이 최근 몇 년 투자를 많이 해서 성적을 잘 내고 있죠. 그런데 우리 팀 선수들이 몸값은 그만큼이 아니어도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레오나 로페즈도 그렇고, (김)신욱이 형도 그렇고.
저는 경기보다 연습이 더 힘들어요. 여기 훈련장에서 두 팀으로 나눠서 하는 경기가 더 볼 차기 어렵고, 형들 볼 빼앗기 어려워요. 감독님도 경기장 가면 `연습처럼 하면 된다`고 많이 말씀하고요요. 연습경기보다 잘하는 팀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하는 게 너무 도움이 많이 돼요. 상강을 상대할 때도 큰 신경은 안 썼어요. 헐크가 있든 누가 있든, 우리 팀에도 잘 하는 선수는 많으니까.
- 훈련 상대팀으로 가장 짜증나는 동료 선수는 누군가요?
(이)재성이 형, (김)보경이 형은 같은 팀으로 훈련해야 편해요. 상대팀이 되면 힘들어요. 재성이 형은 잘 빼앗고요, 보경이 형은 빼앗기 힘들어요.
- 그래서 그 두 명과 매 훈련마다 특훈을 하는 거잖아요. 처음보다 이재성에게 덜 빼앗기고 김보경에게 더 빼앗을 수 있게 됐나요?
맞아요. 재성이 형은 뭔가 길을 아는 것 같아요. 패스 길을 알고 가로채시는 것 같고. 보경이 형은 볼 간수 능력이 엄청 좋으시니까 빼앗길 것도 안 빼앗기시니까 상대하기 어렵죠. 아, 그런데 형들과 같은 팀이 되면 너무 편해요. 제 역할은 빼앗아서 형들에게 주기만 하면 형들이 알아서 다 하니까 너무 편하죠.
- 이재성과 하는 훈련이 곧 `실전 대비 인터셉트 대응 훈련`인 거네요?
네. 압박은 전북이 K리그에서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습경기에서 역습 기회가 생기면 공을 뿌리는 게 실전보다 더 힘들어요.
PART 2. 김상식의 후예, 수비형 미드필더 장윤호
- 수비형 미드필더는 어느 팀이나 중요하지만 특히 최강희식 축구에선 가장 지능적인 선수가 맡아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눈치의 대가 김상식, 노련한 김남일, 신형민 등의 선배가 맡아 온 자리죠. 시즌 초, 파탈루의 부진과 이호의 부상으로 장윤호 선수가 이 포지션의 주전이 되기 시작했어요.
제 기억으론 빈즈엉 원정(4월, 2-3 패배)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전반전에 파탈루와 제가 뛰었고, 파탈루가 교체돼 나간 뒤 제가 혼자 섰어요. 단독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은 게 그때부터였어요. 크게 이상한 기분은 없었어요. (김)창수 형의 퇴장 때문에 잠깐 오른쪽도 갔던 경기였죠.
한 경기씩 지나면서 홀딩 미드필더라는게 되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초반에는 형들이 많이 도와줬거든요. 재성이 형과 보경이 형이 번갈아 내려와 주기도하고. 그런데 호 형이나 형민이 형이 서면, 다른 미드필더 형들이 수비적인 부담을 덜고 공격적으로 더 좋은 플레이를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제가 더 듬직해지고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하죠.
- 아직 수비형 미드필더가 편안하진 않은지, 수비에 전념하다보면 패스 미스가 나기도 하던데요.
네. 위치 선정도 아직 완전하진 않죠. 저도 모르게 공을 따라가다 보면 꼭 있어야 할 곳을 비울 수도 있거든요. 그걸 성환이 형이나 형일이 형이 말해줘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 적응이 완전히 끝난 뒤에도 장윤호 선수의 체격이 수비형 미드필더치고 작다는 건 약점이 될 텐데요. 본인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가진 재능은 뭐라고 생각해요?
프로 온 뒤 제가 활동량이 많은 선수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제가 이렇게 잘 뛰어다니는 선수인지 몰랐어요 진짜. 체력 측정 데이터도 늘 중간 정도거든요. 그런데 프로 경기를 뛰고 나서 데이터를 보면 제가 제일 많이 돌아다닌 편으로 기록되더라고요. 애절하고 간절하면 활동량이 늘어나는 건가?
그리고 앞쪽에 있는 형들에게 패스를 잘 줘서 공격 전개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활동량은 많지만 전력질주보단 꾸준히 여기저기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는 편 아닌가요?
지금은 그렇죠. 시즌 초에는 자리를 잘 못 잡아서 급히 돌아가느라 전력질주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요. 그 부분도 계속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개선하고 있어요. 뒤에서 형들이 "나가지 마" 또는 "나가"라고 말 해주면 엄청 도움이 돼요. 역시 성환이 형이….
- 지금 자신의 플레이에 점수를 매기자면?
부족하죠(웃음). 이긴 날에도 제 자신에게 만족하는 건 50점 정도? (상하이상강을 대파한 날에도 그랬나요?) 네. 패스미스 했잖아요. 경기 끝난 직후엔 기분이 좋은데, 라커룸에 들어와 앉으면 그때부터 실수만 생각나요. 다음엔 실수하지 않기 위해 경기를 다시 보게 되죠. 최강희 감독님은 "쉬운 실수를 안 하는 게 좋은 선수"라고 하시거든요. 실수를 줄여야죠.
- 상대팀 중에 무서운 선수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딱히 무섭다고 느낀 선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세계적인 선수들과 많은 경기 경험을 해서 저도 모르게 적응이 됐나봐요. `특정 선수를 잡아야 한다` `이 선수는 특히 조심하자`라는 생각 없이 `하던 대로 잘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하는 편이에요.
- 그럼 거꾸로, 유명한 선수 중에서 막상 붙어보니 할만했던 선수는요?
테세이라. 하미레스. 헐크. 이런 선수들 있잖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연습 경기에서 우리 형들이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맹랑한 표정의 장윤호 PART 3. 성장기 장윤호
- 작년에 고졸 신인이었어요. 19세 나이에 프로에 왔죠. 그리고 동계훈련에 불참했는데, 그게 전력 외라서 배제된 것이 아니라 한국에 남아 `벌크업 특훈`을 하신 거라면서요?
제가 그때 65kg, 64kg이었어요(키는 178cm). 진짜 말랐었거든요. 제 기술이 고등학교 때까진 통했을지 몰라도 프로에선 몸으로 부딪쳐야 하잖아요. 그래서 상식 쌤이랑 훈련도 많이 하고 먹는 것도 많이 먹고 웨이트도 많이 해서 4, 5kg 찌웠어요. 그때 두바이 따라갔으면 작년에 경기 많이 못 뛰었을 것 같아요 준비가 안 된 상태였으니까. 안 따라가고 여기서 훈련한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 고등학교 땐 어떤 스타일이었길래?
공을 몰고 다니면서 어시스트 하는 걸 좋아했어요.
- 최강희 감독은 장윤호를 묘사할 때 "맹랑하다"고 합니다. 겁 없는 성격이라고요.
스스로 자존심이 센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는 데뷔 첫 해에 경기에 못 나가면 `나는 어리니까 다음엔 기회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전 싫었어요. 다음에 기회 있을 거란 보장이 없잖아요. 기회가 오면 저를 보여줘야죠. 내가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훈련 때 진짜 열심히 했어요. 형들과 막 부딪쳤어요. 주전 형들이 다칠까봐 몸싸움을 꺼리는 사람도 있을텐데 전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런 점을 감독님이 맹랑하다고 보신 게 아닐까요.
- 4강 1차전처럼 변칙 전술을 쓸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경기를 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 주전은 장윤호입니다. 결승전에서 활약하고 우승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나요?
(생각만으로 일단 웃고 시작) 주인공이 된다는 생각은 안 하고요. 우리 팀이 리그보다 ACL에 더 집중하고 있다보니까 경기 나가면 사실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런데 형들이 너무 잘 하니까, 제 역할만 하면 형들이 이겨줘서 우승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결승전에서 뛰어야 할 텐데, 감독님께 어필할 기회를 드릴게요. 시작!
(어물어물거리며) 으음, 아챔 나갈 수 있는 인원 중에 그 자리에 저만 남았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팀이 우승하는데 최대한 도움이 돼서 우승에 도움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게 아닌데. 감독님, 미드필더는 철순이 형보다 제가 훨씬 잘합니다, 라고 하셔야죠.
형한테 욕먹을 것 같아서요. `뭘 잘 한다는 거야?`라고.
PS 1. 장윤호가 말하는 전북 미드필더들의 장점
이재성 : 특히 수비를 진짜 잘 하세요. 공이 올 것 같으면 못 돌아서게 하고 불편하게 하고. 패스를 줄 것 같은 쪽을 눈치채고 인터셉트하고. 제가 라인업에 없어서 밖에서 보는 날이면 재성이 형이 어떻게 공을 빼앗는지 많이 봐요. 제가 상대 패스를 잘라서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패스 자르는 길, 압박 타이밍을 많이 배워요.
김보경 : 여유. 공 잡으면 큰 경기에서도 여유가 느껴져요. 그러니까 플립플랩도 마르세유턴도 나오잖아요. 뭔가 편해 보여요 경기 뛰는 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형이죠.
이호 : 특히 많이 배워야 하는 형. 포항을 3-0으로 이긴 경기에서 호 형의 개인 영상을 분석관 형한테 받아서 봤어요. 보통 선수들은 자기 볼터치 영상을 받아가는데, 전 호형 걸 가져가서 봤어요. 거기 보면 압박 타이밍, 몸싸움이 있어요. 활동량이 많지 않아도 경험에서 나오는 수비가 배울 점이에요.
신형민 : 패스도 잘 하시고. 파이터잖아요. 호 형과 형민이 형은 약간 다른데 둘 다 미드필드에 딱 서 있으면 든든하시다는 게 같죠.
정혁 : 최강희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스타일이죠. 장점이 많으신데… (질문 취지대로 한 가지만 꼽아 주세요) 아, 맞다. 재성이 형처럼 압박 타이밍이 좋아요. 상대 선수에게 붙어서 빼앗는 타이밍이요.
서상민 : 공을 잘 차세요. 상대방을 가지고 노는 듯한 플레이 아시죠? 상대 선수가 올 것 같으면 패스하고, 안 올 것 같으면 돌아서고. 그런 걸 배워야 하죠.
PS 2. 장윤호와 선배들의 사생활
(최)규백이 형과 (김)영찬이 형과 친해요. 어린 형들이랑 잘 다녀요. 세살 차이가 운동선수 세계에선 꽤 큰 건데, 우리 팀은 워낙 뭐 애 아버지들이 많으시고 하늘 같은 형들이 많은 팀이라 상대적으로 규백이 형과는 가깝게 느껴지죠.
쉬는 날엔 주로 밥 먹고, 영화 봐요. 요즘 전주에 새로 생긴 게 있는데, 방탈출 아세요? 최근에 한 번 했어요. 재성이 형, (황)병근이 형과 셋이 가서요. 가면 역할이 딱 나눠지죠. 병근이 형은 힘쓰는 역할이라서 의자를 들어서 옮기세요. 재성이 형은 문제를 잘 풀어요. 눈치가 정말 빠르시거든요. 그러다 수학 문제 나오면 아무도 모르니까 바로 힌트 쓰죠. (그럼 장윤호 선수의 역할은?) 저요? 전 형들이 시킨 거 하죠. 갖다놓으라는 곳에 갖다놓고…. 이재성의 두뇌, 황병근의 힘, 그리고 장윤호의 활동량(웃음)으로 20분 남겨놓고 통과했어요. 꽤 좋은 기록이에요 이거.(뿌듯)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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