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시리즈에 담긴 인간의 본성.. 오싹하네
[오마이뉴스 글:하지율, 편집:김윤정]
이번 연재는 최근 내년 5월로 개봉이 앞당겨진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전편 <프로메테우스>의 리뷰다. <커버넌트>와 <프로메테우스>가 <에일리언> 오리지널 시리즈의 '프리퀄'인지 세계관만 공유하는 '리부트'인지는 논란이 있다. 오리지널의 배경이 'LV-426' 행성이라면 <프로메테우스>는 'LV-223'이기 때문이다. 줄거리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후속편들이 나와봐야 안다. 다만 에일리언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들은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우선 에일리언 기생충에게 감염된 숙주의 가슴에서 에일리언이 튀어나오는 설정이 인간 내면에 잠재한 어두운 본성을 꼬집는다. 인간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에일리언을 채취해 돈벌이에 쓰려다 파멸을 자초하며 탐욕과 오만함, 그리고 무모함도 드러낸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통제할 능력도 자격도 없으면서 오만하게 구는 인류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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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로메테우스> 스틸컷. <에일리언> 오리지널 1편과 <프로메테우스>의 메가폰을 잡은 리들리 스콧 감독도 한 인터뷰에서 "모종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생 인류가 존재할 확률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 나사와 바티칸 모두 동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
| ⓒ 20세기폭스 |
마침내 프로메테우스호는 벽화가 가리킨 LV-223에 도착해 일렬로 늘어선 돔 형태의 시설들을 발견하고 그중 한 곳을 살핀다. 그러던 중 인조인간 데이빗이 벽에 글귀를 건드리자 무언가에 쫓기는 엔지니어 홀로그램들이 나타나 이를 쫓아가보니 웬 방 앞에서 문에 끼여 머리만 잘린 엔지니어 시체가 있었고 다른 곳에는 엔지니어 시체 더미가 있었다. 다들 겁에 질린 사이 데이빗은 함부로 이것저것 건드리지 말라는 지시를 못 들은 척 방 문을 열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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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로메테우스> 스틸컷. 분위기로 볼 때 거대한 석상과 벽화들은 엔지니어들이 섬긴 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 ⓒ 20세기폭스 |
콤플렉스의 궁극적인 대상은 데이빗을 창조한 웨이랜드 회장이다. 웨이랜드도 데이빗을 자신의 '아들'이라고 부른다. 쇼가 데이빗에게 "널 프로그래밍한 웨이랜드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지?"라고 묻자 데이빗은 "자유로워지겠지요"라고 답한다. 쇼가 "그걸 원해?"라고 다시 묻자 데이빗은 "다들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지 않나요?"라고 답한다. 한편 정신분석학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경쟁 관계인 동시에 닮은 꼴이다. 아버지를 보면 아들이 보인다.
제작진은 TED 강연을 흉내 낸 바이럴 영상을 풀었는데 강연자로 젊은 시절 웨이랜드 회장이 등장해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화두로 꺼낸다. 프로메테우스는 사촌 격인 올림푸스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한 거인족으로 절도죄로 평생 독수리에게 가슴을 쪼이는 벌을 받았다. 인간은 그의 희생으로 최초의 기술을 습득했고 마침내 인조인간까지 창조했으니 이제 인간이 신이라는 게 웨이랜드의 논리다. 또 다른 영상에서 그는 "나는 인류의 법일 뿐 만물의 법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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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로메테우스> 스틸컷. 데이빗은 그의 창조주 웨일랜드의 오만함과 야심을 물려받은 인조인간이다. |
| ⓒ 20세기폭스 |
'엔지니어의 신-엔지니어-인간-인조인간'으로 대물림되는 창조 질서의 비극 속에서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석상 앞에 자신들의 창조물들을 보란 듯이 가져다 놓았고, 웨이랜드는 영생을 얻어 신과 동등해지려고 들며, 데이빗은 인간이 죽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찾아 해맨 '창조'의 이유. 그것은 어쩌면 한낱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적 열등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능력을 과시해 아버지와 동등해지려는 욕망 말이다.
그러나 프로이트 평전 <우상의 추락>을 쓴 미셸 옹프레는 프로이트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적인 현상으로 확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프로메테우스>에서만큼은 등장인물 모두가 웨이랜드나 데이빗처럼 유난스레 콤플렉스를 드러내진 않는다. 가령 할러웨이는 "사람들은 왜 저를 만들었을까요"라는 데이빗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그냥) 할 수 있으니까 만든 거지"라고 답할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음. 이것이 현실에 가까울지 모른다.
물론 할러웨이 자신은 자신의 창조주가 창조의 해답을 못 주는 시시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침울한 상태였다. 그렇다. 사람들은 종종 '왜?'의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삶에는 그들이 찾던 대단한 의미나 본질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게 폭로됐을 때 허무감을 느낄 뿐. 이 역시 니체 철학에서 지적하는 삶이 갖는 허무주의적 측면이다. 그러나 데이빗은 "얼마나 실망스러울지 상상이 되십니까? 당신의 창조주가 같은 얘기를 하면요"라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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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로메테우스> 스틸컷. 데이빗은 동면 중인 마지막 엔지니어를 깨우고 웨이랜드 회장과 쇼는 서로 다른 질문을 하고자 엔지니어를 만난다. |
| ⓒ 20세기폭스 |
반면에 데이빗은 엔지니어의 시설에서 아직 동면 중인 마지막 엔지니어를 발견하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데이빗은 영생을 얻겠다는 집착에 눈이 먼 웨이랜드를 엔지니어에게 데려가면 파멸 당하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쇼는 단서들을 종합해 검은 유기체들이 위험 물질이고, 엔지니어 시설들은 사실 우주선이었으며, 목적지는 지구였다는 결론이 도출되자 분노한다.
애초에 기대가 없었으면 분노할 일도 없지만, 야넥 선장 말처럼 LV-223은 엔지니어의 군사 시설일지도 모른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 이제 동면에서 깨어난 엔지니어를 앞에 두고 데이빗, 웨이랜드, 쇼는 각기 다른 말을 쏟아낸다. 먼저 쇼는 엔지니어에게 우리가(인류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창조해놓고 죽이려느냐고 따진다. 엔지니어는 인간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어리둥절해한다. 인간의 목소리는 직접 신에게 닿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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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프로메테우스> 스틸컷. |
| ⓒ 20세기폭스 |
이후 추락한 우주선에서 기어 나온 엔지니어는 쇼부터 제거하려고 구명선까지 쫓아온다. 쇼는 할러웨이가 감염된 지 모른 채 하룻밤을 보냈었고 뱃속에 정체불명의 기생충이 자라나 복통을 느끼다가 수술 기계로 꺼내 가둔 상태였다. 가둬둔 기생충이 몇 시간만에 엄청나게 커졌고 쇼는 엔지니어를 기생충에게 유인해 함정에 빠뜨린 뒤 간신히 구명선을 탈출한다.
망연자실해 있는 쇼에게 아직 작동을 안 멈춘 데이빗은 주변에 다른 엔지니어 우주선들이 많고 자신이 조종할 수 있으니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쇼는 지구가 아닌 엔지니어의 행성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엔지니어가 왜 인간을 창조 해놓고 죽이려 들었는지 알 자격이 있다며. 데이빗은 쇼를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쇼가 "너는 로봇이어서 그런가 봐. 나는 인간이어서 그렇고"라고 말하자 비로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LV-223을 떠난다.
영화의 피날레는 LV-223에 남겨진 감염된 엔지니어의 가슴을 뚫고 에일리언이 튀어나와 괴성을 지르는 장면이다. 할러웨이는 데이빗이 검은 액체를 탄 술을 건내며 "당신이 찾는 해답을 얻고자 어디까지 걸어보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뭐든지"라고 답했는데, 그때 할러웨이는 이러한 결과를 예상 못 했을 것이다. 엔지니어가 인간을 창조한 경위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① 애초에 인간을 창조하려고 의도한 게 아니고 '우연히' 창조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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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우스에게서 불을 훔치는 프로메테우스. |
| ⓒ freeimage |
게다가 인간들도 '다양한 성격 유형'을 가졌다. 가령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인공 리플리는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여타 인물들과는 달리 끝없이 에일리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맞서싸우는 여성상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인간과 한핏줄인 엔지니어 역시 모두가 오만하고 탐욕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봐야 옳다. 엔지니어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은 액체를 들이켜 자신들의 유전자를 '다운그레이드' 시켜 지구에 생명체들을 탄생시키려 했지만, 그중 일부가 물에 씻겨 의도치 않게 엔지니어와 유전자가 동일한 인간이 탄생됐을 수 있다.
다만 동굴 벽화가 보여주듯 엔지니어 일부는 인간에게 책임과 연민을 느끼고 종종 지구에 들려 문명을 전수했을 것이다. 물론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인간에게 벌을 주려던 다른 엔지니어 무리가 있었고 그게 LV-223의 엔지니어들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화의 모티브가 된 그리스 신화 상에서도 12주신들은 인간을 최초로 창조하지 않았다. 태초에 세상은 카오스(혼돈) 상태였고 그 가운데 대지의 신 '가이아'가 탄생해 그녀로부터 만물이 파생됐다.
인간도 12주신들도 이때 저절로 태어났다. 물론 신들이 찰흙을 빚어 인간을 창조하는 등 가이아의 창조를 흉내 내기는 했지만 신들의 왕 제우스가 인간을 싫어하는 모습에서 신들도 인간을 '경쟁 상대'로 의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들은 인간보다 '강한'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면 웨이랜드도 데이빗도 초인이 될 수 없다. 초인은 구질서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인간 유형이다. 결국 웨이랜드와 데이빗이 보여준 타자보다 우월해지려는 욕망은 이미 오래전 신화적 은유에도 등장했던 신과 인간의 어두운 본성일 뿐이다.
엔지니어든 인간이든 그들의 생명 공학 역시 대자연을 조잡하게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새롭지 않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가능성 즉 쇼는 초인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프로메테우스가 보여준 또 다른 인간 본성, 즉 사랑과 헌신이라는 희망을 엔지니어들의 고향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반년도 남지 않은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개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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