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요즘 뜨겁다는 서울 해방촌..이태원·경리단길 거쳐 이제 해방촌 활짝

정다운 2016. 9. 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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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의 가지 상권 격인 해방촌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유명해진 곳이지만 전형적인 주말 상권이라는 한계가 있다.

녹사평대로에서 신흥로로 빠지면서부터 시작되는 해방촌 상권은 수제 햄버거와 베트남식 토스트집, 미국식 중국 음식점 등 독특한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로 뜨겁다. ‘HBC’란 별칭이 생겼을 정도로 해방촌은 요즘 소문난 ‘핫플레이스’다. 히잡을 쓰고 태국 커피를 판매하는 아랍계 여성의 모습도 상당히 이색적이다. 해방촌에서 그나마 ‘한국적’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상권 초입에 50년째 자리를 지켜왔다는 옹기집 정도?

해방촌은 서울 용산구 용산가2동을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광복 후 남한으로 넘어온 실향민들이 남산 아래 모여 판잣집을 이루고 살면서 해방촌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후 해방촌은 1990년대 환경 개선 사업을 거치며 다가구주택가로 바뀌었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외국인이 사는 주택지로 인기를 끌었다.

싼값에 방을 얻을 수 있는 덕분에 용산 미군기지의 사병이나 어학원 원어민 강사 등 외국인이 대거 몰렸고 이때부터 해방촌만의 분위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방촌(용산동2가) 전체 인구 수는 5829명, 이 중 외국인이 1079명이다. 주민 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인 셈이다.

해방촌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며 본격적으로 들썩거리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됐다. 최근 경리단길이 뜬 이후 해방촌에도 이국적인 레스토랑과 펍(선술집)이 하나둘 문을 열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사실 해방촌의 빛나는 오늘은 이태원과 경리단길 덕분이다.

지난 몇 년 새 이태원 상권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자리를 내주고 곁가지 상권인 경리단길로 옮겨간 이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경리단길 상권이 또 뜨거워지면서 이곳 임대료마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은 조금이라도 임대료가 싼 점포를 찾아 녹사평대로를 건너 해방촌까지 흘러들어왔다. 낡은 상가를 리모델링하거나 허물고 다시 지으면서 전에 없던 개성 있는 식당들이 제법 들어섰다. 해방촌을 찾은 평일 낮,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점포와 시공을 위해 자재를 나르는 인부가 여럿 눈에 띈다.

신흥로 일대 이강선 금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10~15평가량 점포를 얻으려면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50만원 정도를 임대료로 줘야 한다. 20평짜리 점포는 200만원 정도 한다. 월세 시세가 3.3㎡당 10만원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로 옆 경리단길 상권 임대료마저 해방촌보다 1.5배가량 비싸다 보니 이곳으로 온 상인이 많다”고 말했다. 상권 임대료 통계를 봐도 확실히 이태원 상권 시세가 높긴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이태원동, 한남동 일대 상권의 3.3㎡당 평균 임대료는 각각 14만580원, 15만2460원이다.

최근엔 연예인까지 해방촌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변 부동산까지 들썩였다.

원래 해방촌 상권이라 하면 경리단길 맞은편 신흥로 일대에 한정됐다. 그러다 방송인 노홍철, 가수 정엽 등 몇몇 연예인이 남산 아래 해방촌오거리 주변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해방촌 상권이 커질 기미까지 보였다. 해방촌오거리 특징은 건물의 야외나 테라스에 앉아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루프톱(rooftop) 식당이나 카페, 펍이 많다는 점. 일대가 언덕 지형이라 서울시내 조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이런 곳을 금세 알고 찾아온다.

주말이면 도로에 ‘자동차 반, 사람 반’이라는 해방촌 상권.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어떨까. 앞으로도 상권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조금 회의적인 분석을 늘어놓자면 이렇다.

사실 세 들어 장사하는 상인 입장에서 해방촌 상권은 그다지 돈이 되는 자리가 아니다. 이태원, 경리단길 임대료에 밀려 값싼 자리를 찾아왔지만 해방촌은 아주 유명한 몇 집을 빼면 여전히 전형적인 주말 상권이기 때문이다. 평일엔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아직 영업도 개시하지 않은 가게가 다수다. 주말, 그나마 저녁부터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해방촌 일대 점포와 공인중개업소를 탐문해본 결과 이유를 몇 가지 꼽을 수 있었다.

첫째, 메인 상권에서 유동인구가 유입되기 힘든 위치다.

해방촌과 경리단길 사이에 뻗은 녹사평대로는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다. 이 도로엔 양쪽을 건너다닐 수 있는 횡단보도가 없다. 반대편으로 건너가려면 먼 거리를 빙 돌아 육교를 건너야 한다. 상인들이야 해방촌에 아주 넘어와 둥지를 틀었다지만 이태원, 경리단길을 먼저 방문한 손님 입장에선 굳이 그 거리를 돌고 돌아 해방촌을 찾아올 만한 동기가 부족하다.

해방촌에서 커피숍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될 상권의 기본 조건은 접근성인데 해방촌은 마음먹고 오지 않으면 발걸음 하기 쉽지 않은 동네다. 그래서인지 평일 낮엔 한가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둘째, 지하철역에서 가깝지 않은 것도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를 나와 10분은 걸어야 신흥로, 해방촌 상권 초입에 도착한다. 버스 노선도 많지 않다. 서울 서촌·북촌 한옥마을 같은 인기 지역도 지하철역에서 떨어져 있지만 해방촌은 경리단길과 녹사평역을 ‘공유’한다는 점이 문제다. 녹사평역에서 내려 더 잘 알려진 경리단길 상권으로 빠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해방촌 일부 상인들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외국인 주민이 대거 빠져나가고 나면 그나마 강점이던 해방촌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퇴색되고 상권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를 토로하기도 한다.

셋째, 언덕 상권인 것도 한 요인이다.

언덕길 역시 큰맘 먹어야 이따금 찾아올 수 있다. 실제로 친구들끼리 해방촌을 찾아왔다 언덕길을 오르기 힘들어 도중에 돌아가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그중 한 행인은 “명소 몇 곳을 둘러봤으면 됐다. 굳이 더운 대낮에 언덕을 힘들게 올라갈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건너편 경리단길이나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상권도 언덕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리단길과 서래마을에는 있는 ‘인도’가 해방촌엔 없다는 점. 그래서 주말마다 차량과 방문객이 차도·인도 구분 없이 한데 섞이는 교통 혼잡이 발생한다.

연예인들이 투자한다던 남산 밑 가게들은 조금 특수한 경우다. 범이태원 상권에 투자해 재미 좀 봤다는 연예인들은 상인으로서 세 들어 장사하는 게 아니라 자기 소유 건물을 사 가게를 운영하고, 일대 매매 시세가 오를 때 시세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을 이용한다.

해방촌오거리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연예인 소유 부동산이 오르는 시점은 ‘이곳에 누가 투자를 했다더라’ 소문이 날 때다. 실제로 모 연예인이 3.3㎡당 20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사들인 상가는 별로 좋지 않은 입지인데도 연예인 건물이란 소문이 나면서 3.3㎡당 4000만원대까지 올라 있다”고 귀띔했다.

그나마 주요 상권인 신흥로에서 상가를 사들여 세를 놓는다 해도 만만치 않다. 최근 신흥로 일대 20평짜리 상가 하나는 3.3㎡당 7000만원, 총 14억원에 거래됐다. 앞에 밝힌 이 상권의 시세대로라면 이 점포는 보증금 3000만원을 깔아놓고 매달 200만원을 월세로 받을 수 있다. 보증금을 빼고 생각한다면 매년 올리는 임대수익이 2400만원에 불과하다. 매입 금액 14억원 치고는 턱없이 낮은 투자수익률(1.75%)이다.

물론 이 경우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용산구 부동산 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해방촌은 그간 미군기지와 가깝다는 이유로 개발이 제한돼왔다. 하지만 연내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고 나면 이 부지는 10여년에 걸쳐 대규모 녹지공원으로 개발될 계획. “이 대규모 부지가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해방촌 상권이 새로운 도약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윤여신 젠스타 대표의 분석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5호 (2016.09.21~09.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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