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실처럼 가느다란 면 '카다이프'..바삭한 식감, 모양도 예쁜 '천사의 머리카락(angel's hair)'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실처럼 가느다란 면으로 새우나 생선 등을 돌돌 말아 튀긴 요리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 가느다란 면은 ‘카다이프(Kadaif)’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생소한 분이 많을 것이다. 이것으로 재료를 감싸주면 비주얼이 풍성해지는 데다가 튀겼을 때 바삭한 식감이 뛰어나기 때문에 요즘 레스토랑의 다양한 메뉴로 빛을 발하고 있다.
카다이프는 원래 알바니아에서 처음 만들었고 중동 지역과 터키 등 유럽에서 디저트나 간식용 음식에 자주 쓰인다. 아랍 사람들이 달달하게 즐기는 축제 음식을 보면 시럽에 담근 호두나 아몬드 등을 카다이프로 말아준 과자가 흔하다. 너무 가늘고 모양이 예뻐서 천사의 머리카락이라고도 불리는 카다이프는 옥수수 전분과 밀가루, 소금 등을 물로 잘 섞어서 만든 전분성 면이다.
기름에 튀겨주면 바삭한 맛이 훌륭한 데다가 모양새 잡기가 좋아 멋스러운 프랑스 요리에도 자주 쓰인다. 아랍 과자 재료에서 프랑스의 고급 요리 재료로 거듭난 카다이프! 우리나라에서도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제품을 구할 수 있다. 냉동제품으로 수입해오기 때문에 사용하기 전 냉장실에서 해동해 사용하면 좋다.

예를 들어 돈가스의 고기를 크지 않게 잘라 빵가루 대신 카다이프를 말아서 튀기면 색다르고 고급스러운 요리로 변신한다. 대구살 등 전용 생선살에 카다이프를 말아 튀기면 그 또한 별미다. 어떤 재료라도 카다이프와 만나면 호텔 요리 부럽지 않다.
필자가 카다이프를 처음 먹어본 곳은 일본 유학 시절 프랑스 요리로 유명한 ‘조엘로부숑’에서였다. 카다이프밀푀유라는 달콤한 디저트였는데 얇게 튀긴 둥근 모양 카다이프 위에 생크림과 딸기, 블루베리 등을 겹겹이 쌓아 올린 모양새가 너무 예뻐 먹기가 아까웠다. 스푼으로 디저트를 살짝 부순 후 한입 떠서 맛보니 딸기의 산미와 담백하고 산뜻한 크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데다 마지막으로 카다이프의 바삭함이 디저트 맛을 한층 끌어올려줬다. 처음에는 감자를 얇게 썰어 튀겼나 생각했는데 감자보다 더욱 바삭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식감이 너무 좋았다.
카타이프 디저트를 먹으면서 이렇게 바삭한 식감이라면 요리에 적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리 수소문해도 그 재료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 당시, 이미 카다이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요리 재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 생활을 접고 한국에 와서 슈밍화미코를 오픈할 때 꼭 카다이프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의 지인을 통해 다섯 박스를 구입한 후 항공으로 카다이프를 받았다. 오픈과 동시에 통통한 왕새우에 전분으로 만든 소스를 바른 뒤 카다이프로 돌돌 말아 튀긴 요리를 시그니처 메뉴로 사용해왔는데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카다이프를 조리할 때 튀김옷을 입힌 다음 그 위에 카다이프를 말아서 튀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언뜻 보기에는 부피감이 풍성해서 좋아 보이지만 튀김이 기름기를 많이 머금게 돼 느끼한 맛이 나기 십상이다. 필자는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 요리에서 많이 쓰는 달걀 반죽법을 응용한다. 달걀흰자를 쳐서 거품을 낸 다음 약간의 생강즙과 소금, 후추, 전분가루를 섞어 재료에 묻힌다. 이렇게 하면 재료의 풍미는 올라가면서 접착력이 더 좋아져 카다이프면이 잘 붙는다.
튀기는 온도는 165~170도 정도로 서서히 튀는 것이 좋다. 보통 높은 온도에서 튀기면 겉이 타서 검은색을 띠거나, 겉은 먹음직스러운데 안은 덜 익은 상태가 될 수 있다. 두께가 좀 있는 재료일수록 조금 낮은 온도에서 튀겨주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만든 새우튀김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카다이프의 바삭함이 새우를 감싸고 있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생강향이 은은히 올라와 산뜻한 맛을 전해준다. 겉은 바삭바삭하면서 통통한 새우살을 함께 맛보면 이것보다 맛있는 새우 요리는 없을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거기에 로제소스를 곁들이면 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알바니아에서 처음 만들고 중동과 터키에서 디저트에 주로 활용
카다이프 돌돌 감아 기름에 튀겨주면 비주얼 풍성해져 군침 스르르
카다이프는 보통 레스토랑에서 튀김 요리에 많이 쓰는데 일반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재료다. 주재료를 전 모양으로 조금 넙적하게 썰어 카다이프를 말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뒤 전을 부치듯 앞뒤로 노릇노릇 부치면 된다. 너무 낮은 온도에서 부치면 기름을 먹을 수 있으니 살짝 온도를 높여 구워주면 좋다.
6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카다이프를 파는 곳이 없었다. 아직도 카다이프는 일반 마트나 대형마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재료다. 하지만 이제 세계의 다양한 식재료를 수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인터넷에 카다이프를 쳐보면 몇 군데 식품 수입업체에서 취급하고 있으니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조금 쎈 편이다.
슈밍화미코에서도 카다이프 요리를 맛있게 드실 수 있지만 압구정동에 있는 ‘톡톡’도 카다이프 요리를 맛있게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생선을 카다이프로 감싸 튀긴 시그니처 메뉴가 유명한데 촉촉하고 따뜻한 생선살과 바삭한 카다이프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여기에 산뜻한 레몬소스와 치즈가 무척 잘 어울린다.
세상에는 맛있고 다양한 재료가 많다. 카다이프라는 식재료도 생소하겠지만 꼭 한번 드셔보시길 바란다. 필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질 만큼 맛있는 요리일 테니.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새우 카다이프
재료 : 왕새우 2마리, 카다이프 30g
소스 : 소금·전분·후추 적당량씩, 달걀흰자 1/2개, 생강 1g, 술 2g
만드는 법
➊ 소스 재료를 고루 섞어 놓는다.
➋ 새우는 껍질과 내장을 제거한 후 소스를 넣어 버무린다.
➌ 카다이프를 펴서 소스를 묻힌 새우에 돌돌 말아준다.
➍ 170도 온도의 기름에 카다이프로 말아준 새우를 넣고 약 2분 정도 노릇노릇하게 튀겨 기름기를 뺀다.
➎ 접시에 마요네즈로 모양을 내고 새우를 올려 마무리한다.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연어 카다이프
재료 : 연어 50g, 카다이프 60g, 토마토소스(시판용)
소스 : 소금·전분·후추 적당량씩, 달걀흰자 1/2개, 생강 1g, 술 2g
만드는 법
➊ 소스 재료를 고루 섞어 놓는다.
➋ 연어는 한입 크기로 자른 후 소스를 넣어 버무린다.
➌ 카다이프를 펴서 ➋의 연어에 돌돌 말아준다.
➍ 170도 온도의 기름에 ➌을 넣고 약 3분 정도 튀겨 기름기를 뺀다.
➎ 냄비에 토마토소스 100g을 넣고 다시육수나 물 20g을 넣어 끓여 살짝 묽은 소스를 만든다.
➏ 접시에 토마토소스를 담고 연어 카다이프를 올려 마무리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1호 (2016.11.02~11.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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