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공매도 미스터리, 당일 10만주 거래 평소의 21배
한미약품 주가 폭락 사태를 보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매도다. 한미약품의 지난달 30일 공매도 수량은 10만4327주로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였다. 올해 하루 평균 공매도 수량은 4850주였다. 공매도 금액도 616억원에 달했다. 9월 한 달 전체 공매도 금액에 버금가는 액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매도 세력의 악의적 개입을 의심한다.

의심을 증폭시키는 이유는 또 있다. 1조원짜리 대형 호재에도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의외로 매수세가 약했다. 수출 계약 소식이 들릴 때마다 10% 이상 급등했던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9시 개장과 함께 한미약품 주가는 4.68% 상승한 64만9000원으로 출발했지만 이는 전일 시간 외 종가(65만7000원)보다 낮은 가격이었다. 악재 공시 전까지 꾸준히 하락한 것도 의문이다. 악재 공시 1분 전인 9시28분 주가는 전일 종가와 거의 유사했고,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오히려 전날보다 하락한 상태였다.
결국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18.1%나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단 하루 만에 1조1687억원이 증발됐다. 기관은 2037억원어치를 팔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2101억원을 매수했다.
한미사이언스 시가총액도 1조4864억원 날아갔다. 개인투자자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연휴 기간에도 여러 투자 게시판에는 ‘결국 기관과 외국인은 도망가고 개인만 당했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이렇게 주가가 급락해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어렵다. 한국은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공매도(네이키드 공매도)는 금지한다. 공매도를 하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야 한다.
박창호 공매도제도개선모임 대표는 “개인은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빌리는 대주(貸株) 거래는 할 수 있지만 장외에서 별도 계약으로 주식을 빌리는 대차 거래는 못한다”며 “대주 거래는 종목과 물량도 한정돼 있고 매우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계좌를 만들어 공매도를 해도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말 확실한 악재가 아니라면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공매도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공매도 탓에 주가가 더 하락한다는 주장이 있고, 그렇게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공매도를 허용한다. 주가 안정이나 하락장에서의 유동성 공급이란 장점 때문이다. 불만도 많다. 기회 균등 차원에서 개인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공매도(空賣渡)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다.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하락장에서의 투자 기법이다. 예컨대 10만원인 A사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A사 주식이 없는 투자자도 이 회사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고 며칠 뒤 주가가 8만원으로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서 갚으면 된다.」
장원석·심새롬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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