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밀정' 허성태 "송강호 만남 비현실적..뺨맞고 '만세' 외쳤죠"

눈물을 흘리며 반대하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배우 생활을 시작한 허성태는 소속사도 없이 직접 프로필을 돌리기 시작했고 오디션만 200여 번을 넘게 보며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충무로가 주목하는 기대작 '밀정'(김지운 감독)에 당당히 합격한 그는 송강호에게 뺨따귀를 맞는 '한 방'을 건져내며 익숙한 배우들 사이에서 신선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운이 술술 풀리는 것일까. 이미 확정지은 차기작 역시 '밀정'에 버금가는 대작 '꾼'(장창원 감독)이다. '밀정'에 비해 더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역할이라고 하니 눈여겨볼 만 한 배우임엔 틀림없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그에 비례하는 결실은 달콤하다.
-'밀정'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일단 집에서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집 바로 뒤에 있는 뒷산에 가서 또 소리를 질렀다. 사자후라고 하나? 딱 그런 기분이었다. 순수한 오디션을 통해 처음으로 따 낸 비중있는 역할이라 더 행복했다."
-오디션장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줬나.
"대본이 6개 정도 있었다. 의열단, 일본경찰 등 캐릭터도 많았다. 한 번 씩 다 해봤는데 감사하게도 큰 역할을 주셨다. 사실 그 땐 김지운 감독님을 눈 앞에서 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신기했다.(웃음)"
-'밀정'은 어떻게 봤나.
"객관적일 수 없지만 최대한 차갑게 보려고 노력했다. 근데 정말 최고였다. 감독님께서 힘을 많이 빼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노력이 보였다. 그리고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출연하지 않았더라도 '밀정'은 정말 좋은 영화라는 평을 남겼을 것 같다."
-현장에서 떨렸던 순간이 있었나.
"매 순간 떨리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나름 엘리트 정보원이라는 설정 아래 4개국어를 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영화에서는 모두 삭제됐지만 악국에서 한지민(연계순)이 약을 받고 나가는 신에서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로 대사를 소화해야 했다. 밖에는 400여 명의 보조 출연자 분들이 대기 중이었기 때문에 절대 NG를 내면 안 됐다. 실수하는 순간 끝이었다. 대사가 많았던 것도 아니지만 단 한 번에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했다."
-NG를 낸 적은 없나.

"가장 소중한 신이다. 뺨맞는 신이 결정됐다고 했을 때, 그리고 정말 선배님에게 뺨을 맞았을 때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내가 3박4일을 쫓아 다니면서 선배님에게 '뺨 한 대만 때려 달라'고 부탁하고 설득했다. 뺨을 맞아야 그 신이 살아날 것 같다고 감히 생각했다."
-시나리오에는 없던 설정이었나.
"없었다. 그래서 말씀 드리기가 더욱 조심스러웠다. 태구와 강호 선배님의 대화 만으로는 왠지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조심스럽게 '이 정도에서 뺨을 한 대 때려주시면 어떨까요?'라고 여쭤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셨다. 하지만 꾸준히 계속 말씀 드리니까 '그래?'라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시더라."
-결국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인가.
"그 신을 찍는 당일 감독님께서 '너 오늘 뺨 맞을 수도 있다'며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가셨다. 순간 멍했다. 강호 선배님께서 나 대신 감독님까지 설득해 주신 것이다. 태구와 선배님의 에너지가 점점 높아지는 과정에서 뺨까지 때리니까 신 자체가 생동감 있게 변했다. 나에겐 너무 소중한 장면이다."
-총 몇 대를 맞았나?
"8대 맞았다. 마지막 두 대가 정말 아팠다. 너무 아파서 어쩔 줄 몰라했던 테이크가 영화에 실렸더라. 선배님께서 때리기 전 '나 손 장난 아닌데 괜찮겠나. 나 말 손이야. 진짜 장난 아닌데'라면서 여러 번 걱정을 하셨다. 아프긴 진짜 아팠지만 웃긴건 아픈데 그 이상으로 행복했다는 것이다."
-상대가 송강호라서?
"맞다. 내가 언제 송강호라는 배우를 만나서 스킨십까지 해 볼 수 있겠냐. 내 평생 꿈이었고 이루어지지 못할 꿈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선배님을 만나뵙게 될 줄은 몰랐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가장 존경하는 배우였다. 매 순간 신기했다."
-어떤 점이 그렇게 신기했나.
"한 공간에서 숨을 쉬고, 그의 손에 뺨을 맞고, 또 나를 챙겨주시는 일련의 상황들이 다 비현실적이었다. 상상만 했던 일인데 그게 현실화 된 것 아니냐. 그래서 더 꿈 같았다. 그리고 뺨맞는 신을 촬영한 날 선배님께서 번호를 주셨다. 좋아 죽은 줄 알았다."
-바로 옆에서 지켜 본 송강호는 어떤 배우던가.
"'슛' 들어가면 오로지 연기에만 몰두 하신다. 그리고 '컷' 소리가 나면 '너 괜찮냐'며 상대 배우부터 걱정하신다. 뺨을 맞다가 아래에서 찍는 카메라에 눈이 부딪쳤는데 선배님께서 일부러 '너무 열심히 찍는 것 아니냐. 배우 다치겠다'면서 투덜투덜 하시더라.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할 말을 하는 센스에 반하고 감동했다."
-배우들끼리 회식 자리도 많이 가졌나.
▶ 임요환 “임신 여러번 실패…테스트기도 안믿었다”
▶ 윤여정 ‘죽음? 자연스러운 질서, 삶 정리하는 단계”
▶ 정재용 “신지와 열애설? 굶기진 않을것” 고백
▶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 이하늬, 놀라운 드레스
▶ ‘아수라’ 土하루 TV-스크린 장악 ‘1등 싹쓸이’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