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경의 Shall We drink] <26>덕후들이 인정하는 맥주 '미켈러'

2016. 7. 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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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의 미켈러 바 1호점. 야외에서 맥주 맛을 음미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펜하겐의 미켈러 바 1호점. 야외에서 맥주 맛을 음미하는 사람들이 많다.
맥주를 주문하면 신선한 맥주를 전용 잔에 섬세하게 따라준다.
미켈러가 선보인 실험적인 맥주 중 하나. 글루텐이 첨가되지 않은 크림 에일.
왼쪽은 묵직한 보디감에 구수한 커피 맛이 느껴지는 포터, 오른쪽은 커피 향과 홉의 맛이 공존하는 코피 IPA.
최근 오픈한 토르브할렌 마켓 내의 ‘미켈러 & 프렌즈’에선 다양한 수제맥주를 판다.
최근 오픈한 토르브할렌 마켓 내의 ‘미켈러 & 프렌즈’에선 다양한 수제맥주를 판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미켈러 바 서울 전경.

여름날의 해열제처럼 가벼운 맥주도 좋지만, 종류가 다양해 마실수록 호기심이 증폭되는 수제 맥주를 더 좋아한다. 한낮의 열기가 식고, 하늘이 푸른빛으로 물들면 홉의 풍미가 살아있는 에일(Ale)로 시작해 묵직하고 강렬한 스타우트(Stout)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지곤 한다.

그런 면에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완벽하다. 낮에는 색색의 건물이 늘어선 뉘하운(Nyhavn) 노천카페에서 칼스버그(Carlsberg)를 물처럼 마시기 좋고, 밤에는 맥주 애호가의 성지 미켈러(Mikeller) 바에서 기발한 수제 맥주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으니 말이다.

미켈러는 2006년 코펜하겐의 홈 브루어(Home Brewer, 자가 맥주 양조자) 미켈(Mikkel Borg Bjergsø)과 크리스티안(Kristian Klarup Keller)이 의기투합해 만든 수제 맥주다. 미켈의 부엌에서 맥주를 빚던 두 친구가 덴마크 맥주 축제 출전을 발판 삼아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 2015년, 전 세계 맥주 덕후(애호가)들이 맛을 평가하는 사이트 ‘레이트 비어(ratebeer.com)’에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양조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미켈러를 세상에 널리 알린 ‘비어 긱(Beer geek)’ 시리즈를 비롯한 병맥주를 40여 국가에 수출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태국 방콕, 타이완 타이베이 등에 문을 연 ‘미켈러 바’도 인기몰이 중이다. 최상의 재료에 패기와 실험정신이란 양념을 더해 독창적이면서 완성도 있는 맥주를 만든 게 비결이다.

미켈러가 선보인 양조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미켈과 크리스티안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 양조장을 마련하기 전까지, 협력 양조장의 설비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어 왔다. 이른바 ‘집시 브루어(Gypsy Brewer)’ 방식으로, 다른 수제 맥주와 합작해 아주 실험적인 맥주를 생산할 수 있었다. 몇 해 전, 국내의 더 부스(The Booth)와 미켈러의 합작품으로 화제가 된 ‘대동강 페일 에일’이 그 예다. 단, ‘대동강 페일 에일’은 대동강 물과 관계없으며 생산은 벨기에의 한 양조장에서 한다.

미켈러는 신선한 음주 문화도 만들었다. ‘미켈러 러닝 클럽’이 대표적이다. 맥주 애호가들이 건강한 몸으로 오랫동안 맥주를 즐기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같은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모임이다. 달리고 난 후엔 함께 미켈러를 마신다. 뛰고, 마시고, 뛰고, 또 마시기라니! 안 그래도 맛있는 맥주를 땀 흘려 뛰고 난 뒤 마시면 얼마나 더 맛있을지 상상하며 코펜하겐 빅토리아 거리의 미켈러 바로 향했다.

야외 테이블은 이미 맥주잔을 기울이는 이들로 붐볐다. 삼삼오오 자전거를 타고 온 코펜하겐의 청춘들이 작은 잔에 담긴 맥주를 홀짝였다. 내부도 만석이었다. 바를 빙 둘러선 사람들은 현지인이 반 여행객이 반. 다들 눈을 번뜩이며 맥주를 주문했다. 한 잔을 마셔도 내 입맛에 맞는 맥주를 마시고야 말겠다는 눈빛이랄까.

아. 정말이지 20가지를 다 맛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일명 ‘하우스 맥주’라 불리는 베스트브로(Vestbro) 중 ‘스폰탄(Spontan)’을 골랐다. 베스트브로는 수제맥주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편하게 마시기 좋은 맥주 4종(필스너·밀맥주·브라운 에일·스폰탄)이다. 그 중 스폰탄은 야생효모로 발효시킨 후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시큼하고 쿰쿰한 맛이 난다. 맥주 덕에(?) 늘어나는 뱃살을 걱정하던 친구는 글루텐(Gluten) 없는 ‘크림 에일(Cream ale)’을 택했다. 우리는 자유로운 공기가 감도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코펜하겐의 첫날밤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

두 번째 잔은 투욀(To Øl)을 마셔볼까 갈등하다가 커피향이 감도는 코피 IPA(Koppi Indian pale ale)와 포터(Poter)를 택했다. 투욀도 명성 높은 수제맥주 브랜드다. 투욀은 미켈의 제자 토비아스(Tobias)와 토레(Tore)가 만든 맥주로, 미켈러 바에서도 맛볼 수 있다. 미켈은 전직 고등학교 물리 교사였다. 덴마크에 맛있는 맥주가 없다는 것에 광분했던 셋은 한 팀이 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밤새 학교 주방에서 맥주를 빚었단다. 얼마 후 미켈은 교사 자리를 박차고 나와 미켈러를 세상에 내놓았고, 두 학생은 꾸준히 맥주 양조에 매진하다 2010년 투욀을 선보였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라 하겠다.

충만해진 기분으로 미켈러 바를 나서는 길, 지난여름 ‘맥주학교’에서 만난 이인호 강사가 떠올랐다. 그는 커다란 솥에 맥주 원액을 끓이며 열정적으로 양조법을 가르쳤다. 비록 미켈의 수제자처럼 맥주 양조의 숨은 재능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 덕에 새롭고 다양한 맥주를 찾아 마시는 재미에 눈떴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맥주가 있고, 그 중에서 훌륭한 맥주는 음주 생활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도 느꼈다.

미켈러 한 잔 마시러 코펜하겐까지 어떻게 가냐며 실눈을 뜬 채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가로수길에 있는 ‘미켈러 바 서울’로 가셔도 좋겠다. 대동강 페일에일을 비롯해 무려 30가지(코펜하겐의 미켈러 바 보다 많음)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전설의 비어긱 시리즈 병맥주도 주문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는 바 앞에 모여 한강까지 달려갔다 온 뒤(약 1시간 소요),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미켈러 러닝 클럽도 열린다. 달리기와 수제 맥주를 사랑하는 이에겐 더할 나위 없는 밤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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