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칼이 1마리에 40만원짜리 참치의 살을 가르고 있다. 미쉐린 3스타 스시야 스시 교텐은 최고급 식재료만 엄선해 사용한다.
기사 이미지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후쿠오카·사가』(이하 ‘미쉐린 가이드’)는 규슈(九州) 북쪽 후쿠오카(福岡)현과 사가(佐賀)현의 식당과 숙박업소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다. 책에는 두 개 현(縣·한국 도에 해당)의 식당 359곳과 숙박업소 130곳이 등장한다. week&은 이 중에서 식당 5곳과 료칸(旅館) 1곳을 취재했다. 다양한 음식을 다루기 위해 스시야(壽司屋·스시집) 2곳, 요정(料亭·요리집) 2곳, 튀김집 1곳을 골랐다. 지역도 고려했다. 후쿠오카시에서 2곳을 골랐고 사가현 사가시에서 2곳, 가라쓰(唐津)시에서 1곳, 다케오(武雄)시에서 1곳을 선정했다. 네 도시는 서로 자동차로 1시간 안팎 거리에 있다.
기사 이미지
| 청년 스시 장인의 탄생 - 스시 교텐 ★★★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3개 레스토랑은 두 곳 뿐이다. 후쿠오카시의 스시야 ‘교텐(行天)’과 요정 ‘사가노(嵯峨野)’이다. 두 곳 중에서 스시야 교텐을 선택했다. 스시는 일본 문화의 정수가 담긴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에서 별 3개를 받은 스시야는 모두 5곳인데 도쿄(東京)·교토(京都)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교텐이 유일하다.
취재 섭외는 물론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하루 전에야 승낙을 알리는 연락이 왔다.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2시간. 날짜도 일방적으로 정했다.
스시 교텐은 후쿠오카시 주택가 골목 안에 있다. 간판도 없다.
교텐은 후쿠오카시 주택가 골목안에 있었다. 아파트 건물 1층 구석에 간판도 없었다. 대나무 담장 안으로 들어가야 출입구 옆에 ‘行天’이라고 쓰인 작은 나무 명패가 보였다.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이라는 소문은 맞았다. 교텐을 방문한 것은 한 달쯤 전이었다. 그때 내년 3월까지 모두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스시 교텐의 칼. 스시 칼은 무게로 써는 무거운 칼과 기술로 써는 가벼운 칼로 나뉜다. 교텐은 가벼운 칼을 쓴다.
식당에 들어섰다. ‘ㄱ’ 자를 뒤집어놓은 형태의 스시 카운터가 있었고, 카운터를 따라 의자 10개가 나란했다. 작지만 정갈한 분위기였다. 주방 뒤편 벽에 작은 신단이 걸려 있었다.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곡물의 신을 모시는 신단이라고 했다.
기사 이미지
카운터 안쪽 주방 중앙에서 스시 교텐의 주인 교텐 겐지(行天健二)가 손님을 맞았다. 알고 보니 겨우 서른네 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놀란 기색을 눈치챘는지 젊은 쇼쿠닌(職人·장인)이 씩 웃으며 말했다.
“스시 경력은 18년째입니다. 스시야를 하던 할아버지로부터 배웠습니다. 도쿄와 오사카(大阪)에서도 일을 했지요. 9년 전에 시모노세키(下關)에 가게를 열었고 5년 전 후쿠오카로 옮겼습니다. 별 3개를 받은 건 2년 전입니다. 서른두 살 애송이의 선정 소식에 업계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의 스시 업계는 좁거든요. 그러나 개의치 않습니다. 미쉐린 레스토랑에 뽑힐 줄 알았거든요. 그만큼 자신이 있었습니다.”
스시에 올라가는 생선들. 왼쪽 뒤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어, 아카미, 참치 뱃살, 참돔.
‘오마카세(お任せ)’란 ‘맡기다’라는 뜻으로, 요리사가 알아서 내주는 메뉴를 가리킨다. 제철 생선을 매일 받아 쓰는 스시야에서는 자연스레 오마카세를 먹는다. 정해진 메뉴판이 없으므로 요리사의 설명이 중요하다. 네타(ネタ·초밥 위에 얹은 생선)의 종류가 무엇이고 어디 산(産)이고 얼마나 숙성시켜 어떻게 조리했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요리사는 스시를 내놓을 때마다 설명한다. 보통 2시간이 넘는 식사시간 동안 스시야에서는 요리사의 토크 쇼가 펼쳐진다.
미쉐린 3스타 스시야 스시 교텐의 주인 교텐 겐지. 겨우 서른네 살이다.
그는 달변이었다. 행동에도 거침이 없었다. 치밀한 대본에 따라 진행하는 한 편의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것 같았다. 그는 두 시간 동안 10평 남짓한 식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를테면 아카미(赤身·참치 붉은 살) 스시를 줄 때는 카운터에 내려놓지 않고 손님 손에 직접 쥐여줬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스시밖에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스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나는 손님과 인생을 공유하기 위해 스시를 빚습니다.”
스시 교텐의 기본 차림. 왼쪽 컵 안에 든 물은 마시는 물이 아니다. 손을 닦는 물이다.
교텐의 맛을 설명하려면 일본에서 스시야를 고를 때 흔히 쓰는 표현이 필요하다. ‘지갑이 허락하는 한 가장 비싼 스시를 먹어라.’ 비쌀수록 그만큼 네타가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손님 돈을 잠깐 빌린다는 생각으로 일본 전역에서 최고의 생선을 받아서 쓴다”고 했다.
성게알은 약을 치지 않은 자연산이다.
메뉴 구성은 이렇다. 치바(千葉)현의 참돔, 후쿠이(福井)현의 전복과 완두콩, 오키나와(沖繩島)의 조개와 보리새우 등 일본 전역에서 날아온 최고의 식재료가 차례로 등장했다. 생산지만 특별한 게 아니었다. 전갱이와 성게알 모두 자연산이었다(교텐은 “일본에서 유통되는 전갱이의 99%가 양식이고 성게알은 유통기간 때문에 대부분 약을 친다”고 귀띔했다). 이날 맛본 참치는 일본 최대 어시장인 도쿄 츠키지(築地) 시장에서 1마리에 4만엔(4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교텐은 참치 구입비로만 1년에 4000만엔(4억원)을 쓴다고 했다. 맛을 느끼기 전부터 재료의 화려한 이력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최고급 식재료만으로 별 3개를 받았을 리는 만무하다. 재료마다 생선과 요리의 종류에 따라 숙성 기간이 다르다. 재료의 숙성도에 따라 냉장고에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최대 열흘 숙성하는 재료도 있단다. 식기도 빠뜨릴 수 없다. 교텐은 그릇에 많은 투자를 한다. 주로 4만∼5만엔(40만∼50만원)짜리 그릇을 사용하며, 150년 전 골동품도 있다. “돈은 많이 벌지만 많이 모으지는 못했다”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스시 교텐은 손님이 들어와야 밥을 짓는다.
밥은 손님이 가게에 들어서면 짓기 시작한다. 식초와 소금만으로 간을 하고 설탕과 조미료는 일절 안 쓴다. 쌀은 ‘용의 눈동자(龍の瞳)’라 불리는 품종만 쓴다. 지난해 일본 전역에서 품질 1위로 뽑힌 최고급 품종이다. 스시에 들어가는 밥을 샤리(シャリ)라 하는데, 교텐의 샤리에는 비밀이 있다. 교텐은 6개월 전에 생산한 묵은 쌀만 쓴다. 교텐은 “햅쌀은 끈끈해서 니기리(握り·‘쥐다’라는 뜻)가 쉽지만 수분이 너무 많아서 안 쓴다”고 설명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특히 교텐의 니기리 방식에 주목했다. ‘교텐은 특이하게 혼테가에시(本手返し) 기법을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젊은 쇼쿠닌에게 물어봤다.
스시 교텐만의 니기리 방식 혼테가에시. 샤리를 1번만 눌러준다.
“샤리를 한 번만 누르는 방식을 ‘혼테가에시’라고 합니다. 밥알 사이에 공기를 넣는 것이지요. 전통 방식인데 쉽지 않아서 요즘엔 잘 안 씁니다. 샤리는 3번 안에 쥐어야 합니다. 3번 이상 쥐면 손에서 밥이 풀어집니다. 샤리는 입 안에서 풀어져야 합니다.”
교텐이 칼을 들어보이며 설명을 하고 있다.
이윽고 쇼가 끝날 시간이었다. 예정된 2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나 있었다. 교텐은 하루에 한 번 저녁시간만 손님을 받는다. 그것도 10명이 전부다. 그는 “10명이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최대 숫자”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악수를 청했다. 손이 정말 부드러웠다.
“예민하다고 할 정도로 관리합니다.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손부터 숨깁니다. 양쪽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습니다. 내 손이지만 내 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영업시간 오후 6∼9시. 1인 2만엔(세금 별도). 예약 필수. 092-521-2200
미쉐린 가이드 별의 의미 ★★★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 ★★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집 ★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