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은 왜 소설과 다른 결말을 택했나
[오마이뉴스한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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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널 |
| ⓒ 김성훈 |
이름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명배우와 뛰어난 연출력을 가진 감독을 뒷받침하는 데에는 <터널>의 원작이 있다. 바로 소재원 작가의 소설 <터널: 우리는 얼굴 없는 살인자였다> 이다. 소재원 작가는 <비스티 보이즈>, <소원>의 원작 소설을 써낸 작가인데 그 중 <터널>은 그가 처음으로 썼던 소설로, 그의 사회비판적 시각이 가장 거칠게 묻어난 작품이다. 그는 2013년 책을 펴내며 서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터널의 내용을 황당하고 어이없는 내용이며 작위적이고 억지스럽다는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일들이 아직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벌어졌다.
영화 <터널>을 보는 동안 대한민국에 벌어진 수많은 사건 사고가 스쳐지나갈 것이다. 누군가가 사건·사고를 당하고 그 모습을 뉴스로 전해 받는 것은 일상에서 매일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터널>은 내가 당할 뻔했던 교통사고의 아찔했던 찰나부터 2008년 2월 숭례문이 불에 타버린 화재사건과 2014년 4월 세월호, 그리고 2015년의 메르스 사태까지 순식간에 소환한다. 터널에 갇힌 사람은 영화에서 이정수(하정우)와 미나(남지현) 둘 뿐이지만 이 둘을 구해내는 과정은 결코 '사람 둘을 구해내는 일'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터널에 갇힌 두 사람만을 본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지만 이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 앞에 이야기는 몸집을 불려나간다. 관객들은 '터널' 밖의 가해자가 되고, 방관자가 되고, 국가가 된다.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것보다 그 상황을 자극적으로 전하기 위해 날뛰는 언론사, "잘 합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라는 한마디를 던질 뿐인 책임자,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는 모양새로 지지도를 올리려는 정치인,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건설사 등 '터널' 밖의 모습은 엉터리지만 아주 조밀하게 엉킨 사회의 부패를 보여준다.
영화 <터널>이 원작 소설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은 이러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사회의 어두운 곳곳의 면을 들추지만 결코 영화자체가 어둠에 잠식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터널>의 이러한 호소력과 매력은 원작과의 차별성을 만든 김성훈 감독의 연출에서 비롯된다. 크게 꼽자면 영화 전반에 숨어있는 유머코드,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원작과 다른 결말이다. 각각의 요소는 다른 매력을 품고 있지만 큰 맥락 속에서 3박자를 이루며 영화를 조화롭게 만든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유머'이다. 긴장의 순간 끝에 웃음이 '탁'하고 찾아오면서 상황에 대한 텁텁함이 해소된다. 영화 속 현실이 보여주는 곳곳의 불편함과 답답함, 비참함, 억울한 감정들은 웃음이 가져오는 에너지로 극복된다. 터널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이정수(하정우)가 그 속에서 적응하고, 유쾌한 말을 던지며, 솔직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은 터널 밖의 엉망진창인 구조상황과 대비를 고조시킨다. 이러한 유머를 담을 수 있는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이 있었기에, 영화는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웃음 코드는 김성훈 감독의 영화가 가진 가장 매서운 무기이다. 영화가 특수한 어느 사건의 은유에서 출발하여 결국 모든 이의 삶으로 도착하게 되는 것도 '웃음'이 섞인 풍자와 해학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터널'은 삶에서 만나는 힘든 시기로 비유된다. 그와 동시에 터널을 지나면 곧 '빛'이 나온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 때문에 '터널의 붕괴'는 끝없는 어둠을 의미하고, 터널 끝의 빛에 대한 희망을 논할 수 없게 만든다. 영화 <터널>은 우리의 삶이 붕괴되었을 때 '끝'을 바라보고 달린 시선에 회의를 던진다. 빛이 완벽하게 차단된 어둠 속에서 어떤 것을 희망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장면의 "주의하십시오. 전방에 터널입니다"라는 네비게이션의 웃기면서도 슬픈 안내멘트는 우리에게 수없이 찾아 올 수 있는 터널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건지 묻는 섬뜩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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