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에세조(Echezeaux) 와인..신의 물방울·허니버터칩에 영감 준 와인

2016. 9. 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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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조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본 로마네 마을의 에세조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이곳에는 ‘그랑 에세조(Grand Echezeaux)’와 ‘에세조(Echezeaux)’라는 2개의 특급 포도밭이 있다.

그랑 에세조는 구릉 위쪽에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반면 에세조 포도밭은 1937년 3.5㏊로 시작해 현재는 37㏊ 정도로 계속 확장돼왔는데, 구획이 넓고 11개의 작은 토양으로 세분화돼 있다. 62명이나 되는 많은 생산자가 밭을 나눠 갖고 있어 와인의 품질과 가격 차이가 큰 편이다.

에세조 와인은 ‘신의 물방울’의 저자인 아기 다다시가 와인에 입문하게 된 계기로도 유명하다. 그는 1985년산 본 로마네 에세조 DCR 와인을 마신 후 와인에 푹 빠져 ‘신의 물방울’을 기획하게 됐고 결국 인생이 달라졌다. 에세조 와인은 ‘허니버터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는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같은 감자칩’이란 문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단맛·짠맛·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허니버터칩’을 개발했는데, 그중 에세조 루주 바스 메오 카뮈제(Echezeaux Les Rouges Du Bas, Meo Camuzet) 와인이 영감을 줬다고 한다.

로마네 콩티 에세조(왼쪽)와 페블레 에세조 와인. 로마네 콩티 에세조는 2013년산 기준 130만원, 페블레 에세조는 40만원대 후반이다.
에세조 와인은 누가 양조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그중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 de la Romanee-Conti, DCR)에서 만드는 에세조 와인이 유명하다. 단 최고의 와인 명가인 이곳은 와인을 한 병씩 팔지 않는다. 로마네 콩티 와인은 라 따쉬(La Tache), 리쉬부르(Richebourg), 로마네 생 비방(Romanee St. Vivant), 그랑 에세조, 에세조 등 5종의 와인과 함께 묶인 총 12병의 패키지로만 구입이 가능하다. 때문에 에세조 와인을 마시려면 비싼 로마네 콩티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부르고뉴의 다른 유명한 양조가들도 독자적으로 에세조 와인을 만들어 판다. 특히 ‘신의 물방울’에는 에세조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많이 등장한다. 1권에 나오는 본 로마네 그로스 프렐 에셀 2001(Vosne-Romanee, Gros F.S. 2001), 에세조 뱅상 지라르뎅 2001(Echezeaux Vincent Girardin 2001), 13권의 에세조 루주 바스 메오 카뮈제 1995(Echezeaux Les Rouges Du Bas, Meo Camuzet, 1995), 14권의 에세조 그랑 크뤼 장 그리보 1995(Echezeaux Grand Cru, Jean Grivot, 1995) 등이 대표적이다. 또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도멘 자이에질(Jayer-Gilles)과 엠마뉴엘 후제(Emmanuel Rouget)도 만화에선 다른 와인을 소개했지만 에세조 와인을 양조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검붉은 과실과 허브 맛이 입안 가득…귀부인 같은 와인

이처럼 에세조 와인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문가들이 내린 평가 중 공통적인 부분은 이렇다. 화려한 붉은 꽃향기와 더불어 송로버섯, 야생딸기, 자두, 미네랄, 블랙베리, 체리 등의 아로마가 있다는 것. 또 에세조 와인을 마시면 입안 가득히 피어오르는 풍부한 검붉은 과실과 허브 맛이 지속적으로 느껴져 머릿속에서 아름다운 꽃밭이 영상처럼 떠오르는 황홀함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경사면 위쪽에 자리한 에세조 포도밭 중 가장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루주 바스 메오 카뮈제는 금발의 귀부인이 산들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화가 모네의 작품 ‘산보, 파라솔을 든 여인’을 연상시키는 와인이라고 표현된다.

이토록 훌륭한 와인이지만 로마네 콩티와 묶여 팔리는 탓에 에세조 DCR 와인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진정한 와인 애호가라면 에세조 와인의 진가를 알아보겠지만.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4호 (2016.09.07~09.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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