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최민식 오달수 유해진..악역출신 대박 이유

김헌식 문화평론가 2016. 10. 1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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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영화 '악마를 보았다' 스틸컷.ⓒ쇼박스 미디어플렉스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들은 주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거나 악역을 주로 맡았던 인물들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같은 일들은 이제 특별한 일들도 아니게 되었다. 과거에는 한 번 악역은 악역으로 초기 인상이 형성되어 낙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악역 출신 배우들의 전성기는 이런 설과 다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악역을 통해 데뷔하거나 많은 작품에 악역으로 활동하면 고정 이미지가 형성되어 부정적인 프레임이 고착된다는 주장과 다른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송강호는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1996)'에서 무도하고 비열한 판수역을 맡으면서 자신을 각인시켰다. 세간에는 진짜 조폭을 캐스팅했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영화 '넘버 3(1997)'에서 불사파 두목 조필역으로 악역이지만 '배신 배반형...토달지마 ... ' 등 말더듬는 유행어와 함께 개성과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1999년 송강호가 드라마 '쉬리'에 국정원 요원으로 발탁된 것이 적합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다. 악역의 흔적이 강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이동이었다.

하지만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악역이지만 악인이 아닌 인간적인 인민군 중사 역을 맡으면서 독자적인 색깔을 갖게 되고 2003년 '살인의 추억'에서 조폭과 구분이 안되는 형사역으로 주연의 입지를 확립한다.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주연으로 선과 악의 경계선을 넘나들었고, 영화 '변호인'. '설국열차' 등을 거쳐 2016년 9월 주연배우로 한국 영화 1억 명 동원의 주인공이 된다.

'야망의 세월'의 꿋숑 최민식은 드라마 배우로 알려진 가운데 1996년 송강호가 출연했던 '넘버3'에서 3류 마약 검사로 등장한다. 선한 주인공과 거리가 멀었던 그는 1999년 영화 '쉬리'에서 북한 특수 8군단 박무영 소좌 역할을 하며 화려하게 부각, 주연이었던 한석규를 능가하며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이 영화에서 최민식은 조연급이었으며 악역이었는데 주연상을 수상을 했던 것이다. 2001년 '파이란'을 통해 조폭 똘마니로 등장하는데 인간적인 정을 자아내는 캐릭터로 악인의 이미지에서 완전 벗어난다.

그는 결코 모범생과는 다른 소시민적 이미지로 선과 악을 오가는데 그 결정판이 영화 '올드보이'였다. 2010년 오랜만의 복귀작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살인마 장경철 역이었고, 2012년 2월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는 비리 세무 공무원, 2013년 '신세계'에서는 선한 역할이라 할 수 없는 경찰청 강과장으로 등장했으며,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 등장한 '루시'에서는 조폭 보스로 분했다. 아울러 2014년 1700만명 동원으로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영화 '명량'의 이순신 역을 맡게 되었다.

2005년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에서 비열한 조폭 두목 백대식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2006년 '사생결단'에서 불량한 형사 도진철로 출연한 데 이어 2010년에도 '부당거래'에서 승진을 위해 범인 조작을 마다하지 않는 형사 최철기 역을 맡는다. 그는 영화 '신세계'나 '아수라'를 통해서 악역도 마다하지 않고 선악을 넘나든다. 영화 '곡성'에서는 이런 경계를 넘나드는 배역이 예측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박수무당이 악마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아수라'는 '내부자들'과 같은 코드라고 했지만, 오히려 캐릭터면에서는 최소한 '신세계'와 닮았다. 오히려 더 악독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국민 배우는 악인 연기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악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현대인의 분신이자 아바타 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5년 오달수는 관객 동원 1억명을 돌파했는데, 그가 출연한 영화는 13편의 천만관객 동원 영화 가운데 8편이다. 그는 주연으로 활동했지만 '달콤한 인생'이나 '올드보이'의 조폭 두목 역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조연으로 악역을 도맡아왔다. 조연이지만 상당히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조연 전문 배우로는 최근에 영화 '럭키'의 주연 유해진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공동 주연이 많았던 유해진이었다. 2007년 '이장과 군수' - 공동주연 차승원, 2008년 '트럭' - 공동주연 진구, 2010년 '죽이고 싶은' - 공동주연 천호진, 2015년 '극비수사' -공동주연김윤석, 2015년 '그놈이다' -공동주연주원 등이다.

외모 때문인지 그는 악역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에서 그는 애들 몰고 다니는 동네 불량배 양아치로 등장한다. '공공의 적'에서는 사시미 칼잡이였다. '부당거래'에서는 비정한 사업가였다.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에 이어서 '베테랑'에서 유해진을 악당으로 캐스팅했다. 하지만 비정한 악인이기 보다는 상류층에 편입된 어쩔 수 없이 재벌 3세 조태호(유아인)의 뒤치닥거리하는 변호사 캐릭터였다. '그놈이다’에서 역술인으로 악역같지만 악역같지 않은 역할을 하는데 이런 점은 영화 '럭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킬러아닌 킬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우들이 대중성을 크게 갖는 배우로 성장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악역 연기가 남다르다. 이에 초기 자기 존재를 알리기 위한 확실한 각인 효과를 일으킨다. 그들은 연기력이 잘 다져졌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소화할 수 없는 악역을 인상 깊게 해낸다. 이런 역량에는 대부분 연극배우 생활이 뒷받침된다. 오히려 주연 배우들은 중요한 배역이기는 평면적이기 때문에 연기력을 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평면적인 인물형은 더 이상 시대적 요구도 아니다. 현재 극작과 영화 캐릭터는 선과 악의 상대적 캐릭터 구축이 대세다.

또한 악역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고, 그들의 역할도 많이 다채로워졌다. 악역을 했다해서 진짜 악인으로 여기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 연기력 자체를 높이 평가한다. 또한 악역은 관객의 심리를 반영한다. 악역이 현실적인 삶의 고민들을 반영한다. 이러한 점은 관객들의 공감을 일으킨다. 왜냐하면 관객들도 그러한 상황에 언제나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러한 캐릭터들은 현대인들이 겪게 되는 현실적인 고민과 번민을 담아낸다. 주연 배우일수록 그런 정도는 더욱 강화된다.

악인 이미지를 벗겨내는 데도 일정한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악인 이미지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악인이지만 악인이라고 볼 수 없는 미묘한 캐릭터를 맡을수록 관객들은 공감을 일으킨다. 악인이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간적인 악당 캐릭터가 중간 가교 역할을 하였다. 이 때문에 이번에 선한 역할을 만나도 다음 작품에서는 악인을 할 수 있고, 다시 선한 역할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캐릭터 구축은 경계선상에 있는 인물이 적합하다. 그런 경계 선상에 있는 인물일 때 선한 역할로 돌아오는 것이 용이하다. 갑자기 선악을 극단적으로 가로지르는 연기를 보인다면 곧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많다. 그 경계선을 줄타면서 성공적인 복귀를 이뤄낸 것이 한석규라고 할 수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현대의 관객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면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스타도 외면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대중 영화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관객들이 원하는 면을 담아내 줄 수록 활동의 토대가 보전된다. 일반 네티즌들의 별점이 전문가들의 별점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아무리 연기력이 탄탄하여 다채로운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어도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선악의 경계에서 갖게 되는 고민을 투영하지 않으면 소외되어버리는 것이다. 절대 악인도, 절대 선인도 없는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결핍의 욕망의 존재, 그들을 통해 관객들은 확인하고 나름 위안을 받고자 한다. 그러므로 절대 선인이나 절대 악인에서 스스로 자유롭게 하면서 인간적인 악당으로 한국의 대표 배우들은 존립 기반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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