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 리포트] 연애 중 손잡는 것 하나로도 오해·싸움..뭐가 문제일까요

김록환.강정현 2016. 9. 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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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 콘서트 톡톡틴에 가다

조선 최초 연애전문 카운슬러(상담사) ‘라온’과 엄친아 왕세자 ‘이영’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얼마 전에는 군인·의사의 연애를 다룬 ‘태양의 후예’가 주목 받았죠. 남녀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는 예나 지금이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왜 남의 연애에 환호하고 열광할까요. 너무나도 이상적인 사랑을 하는 드라마 주인공들과 우리의 연애방식은 어떻게 다를까요. 잠들어 있던 연애세포를 깨우기에 앞서 10대가 공감할 수 있는 건전하고 올바른 사랑법, 그리고 무시 못할 냉혹한 현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도은경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사(오른쪽)가 청소년들이 직면한 이성교제와 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공부나 해. 너희들이 무슨 연애를 한다고, 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아.” 10대들은 이성친구가 생겨도 저런 대답이 돌아올까 걱정돼 부모님께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습니다.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잘 공감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죠. 정말 남부럽지 않게 예쁜 사랑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으니까요. 그렇다고 부모님의 말씀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좀 더 자라야 할 10대 나이에 잘못된 성 가치관을 갖고 이성교제를 하면 자칫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닥칠 수 있어서죠.
콘서트를 취재하기 위해 참석한 임예은(왼쪽)·손형래 소중 학생기자.
툭 까놓고 얘기하면, ‘성’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요? 100%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른들조차 이성을 만날 때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태반이니까요. 단순히 이성교제에 대한 뻔한 이야기 말고 좀 더 노골적이면서도 정말 알아야 할 성 관련 지식에 대해서 알고 싶어도, 학교에서 받는 성교육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청소년의 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들이 보건복지부·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한 ‘청소년 성 콘서트 톡톡틴(Talk Talk Teen)’에 지난 10일 참석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연애 이야기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간단한 분석 결과를 말씀 드릴게요.”
주말 오후 콘서트를 듣기 위해 많은 학생이 모였다. 성을 쉬쉬하지 말고 잘못된 지식을 제대로 짚어내자는 강의가 이어졌다.
오늘 콘서트를 이끌어갈 도은경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사가 화면 속 유시진 대위와 이영 왕세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운을 뗐습니다. 사실 드라마 속 연애담은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상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시청자들이 푹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하죠. 우리가 멋진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사랑받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갖춰져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늘 꿈꿔왔던 사랑 이야기가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펼쳐지다 보니 일종의 대리만족을 할 수 있어서입니다. 또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행동하며 지킬 건 지킨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상대와의 연애 관계를 지속하며 사회도덕적인 관념을 어기지 않고, 이성을 배려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존중의 아이콘’으로 거듭나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10대들의 연애, 현실과 스킨십
하지만 드라마처럼 멋진 연애를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바로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죠. 공부에 매진하기에도 바쁜 학생 신분으로는 이성친구를 만날 시간이 부족하고, 얼마 되지 않는 용돈으로 넉넉한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무리가 따릅니다. 도 강사는 “연애는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돈이 많이 들 수 있다는 단점도 따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막상 연애를 시작해도 고민거리는 있습니다. 남녀의 차이 때문인데요. 토론에 참석한 남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만난 지 100일이 되는 기념일에 여자친구가 “선물을 주지 않아도 괜찮아. 난 마음만으로 충분해”라고 말해서 정말 선물을 주지 않았더니 토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반대로 정말 괜찮다고 하는데도 과도하게 애정표현을 해서 싸우는 일도 있죠. 표현에 서툰 커플들이 흔히 겪는 일입니다.

여학생들의 고민은 조금 달랐습니다. 도 강사는 “연애를 하다 보면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등의 ‘스킨십’을 할 때가 있는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훅~’ 하고 들어오는 스킨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상담해온 여학생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할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양쪽이 서로 충분한 대화를 나눈 다음 합의 하에 손을 잡는 등의 가벼운 스킨십을 할 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칫 과도한 호기심으로 상대가 싫어하는 스킨십을 취할 경우 서로 다투는 것을 넘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일단 남녀가 갖는 스킨십에 대한 불안 정도가 다릅니다. 남자의 불안은 주로 ‘거절불안’이라고 합니다. ‘손을 잡자고 했는데 상대가 나를 싫어해서 거절하면 어쩌지’ 등의 심리죠. 그래서 어떻게든 설득을 하려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여자의 경우 ‘유기불안’을 갖게 됩니다. 스킨십을 거절했을 때 내가 상대를 싫어하는 것으로 오해해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죠. 도 강사는 “두 경우 모두 지나친 확대해석이 부르는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이런 불안이 서로에게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가 스킨십의 건전한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올바르고 건강하게 연애하는 방법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연애를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10대에게 요구되는 것 같다. 스스로 절제하고 어느 선까지가 한계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형래 학생기자흔히 성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를 순수하다고 하고, 잘 아는 친구들은 변태라고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연애를 바르게 할 수 있고, 건강하게 내 몸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성교육보다 더 공감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임예은 학생기자
성적 자기결정권 명확히 해야
과도한 스킨십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 역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충분한 합의를 거친 스킨십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지만,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10대 청소년들에겐 여전히 불안요소가 존재하니까요. 성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뇌에서 이성적인 판단 대신 감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아이를 책임질 수 없는 나이인 10대에 성관계를 맺어 임신을 하거나, 자신의 신체를 찍은 동영상이 유포되는 불미스러운 일은 이런 이유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이때 요구되는 자세가 바로 ‘성적 자기결정권’입니다. 청소년은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존중받을 권리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성에 대한 권리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남녀 모두 성에 대한 책임과 올바른 의식을 갖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바탕으로 연애를 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을 때 원치 않는 임신 등의 사건이 생길 수 있어서죠. 도 강사는 “실제로 국내 인공임신중절 1위 사유는 ‘원치 않는 임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공임신중절이란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들을 인공적으로 엄마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드라마에서 배려와 존중의 아이콘으로 인기를 끈 이영(왼쪽) 왕세자와 유시진 대위.
정말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만일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없는 10대 때 원치 않는 임신을 겪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콘서트 참가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도 강사는 “개인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라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일단 성폭력·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외에 이뤄지는 인공임신중절은 모두 불법입니다. 신체·정서적으로 심각한 부작용도 불러 일으키죠. 자궁파열이 발생하거나 감염으로 인한 자궁근염·복막염·골반염이 생길 수 있고 죄책감·우울감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아 남녀 모두 힘들어질 수 있고요.

그렇다고 무작정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좋은 대처법은 부모님과 상의하는 것입니다. 도 강사는 “무섭다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숨기다 보면 일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힘들고 어렵더라도 여러분을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께 말씀 드리면 최선의 방법을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선택하기 위해 애쓰실 것”이라 말했습니다. 존중과 배려, 책임이라는 키워드를 머리에 담고 바람직한 연애를 하자는 도 강사의 조언과 함께 콘서트는 마무리됐습니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동행취재=손형래(서울 경원중 1)·임예은(화성 석우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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