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가주의' 먹혔나..민주당 "현 정부가 독재냐"
일각선 "이슈화 성공" 평가 나와
김 위원장, 박정희 패러다임 극복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견제도
김병준발(發) ‘국가주의’ 논쟁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먹방까지 정부가 규제하나”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대응을 자제하던 더불어민주당이 “그럼 현 정부가 독재란 말이냐”고 반박에 나서 정면충돌 양상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3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아동·청소년 건강을 지키고 비만관리 대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노력을 (김 위원장이) 선동으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최근 김 위원장이 현 정부 국가주의 폐단의 대표적 예로 학교 앞 자판기 설치와 ‘먹방’ 규제를 들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8/01/joongang/20180801000445820mcnx.jpg)
민주당의 역공에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도발이 “일단 이슈 선점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종북·안보·성장 등 철 지난 구호만 외치던 보수가 언제 이슈를 주도한 적이 있었나”라며 “이념 공방에서 진보에 번번이 밀리던 보수가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라는 구도를 구축했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국가주의’ 논란이 확산하는 데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회의론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흙수저, N포 세대, 88만원 세대 등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도대체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 뭐하나, 부자만 감싸냐”는 문제제기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도입 등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 도입 1년이 지나도 호주머니 사정이 썩 나아지지 않자 “정부가 임금도, 근로시간도 정하는 게 정상인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가 개입에 대한 피로감이 생기는 시점에 국가주의를 꺼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 정부’라고 할 만큼 비대해진 청와대도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진단이다. 최근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면서 현 청와대는 ‘3실장, 12수석, 49비서관 체제’가 됐고 비서실 정원은 미국 백악관보다 100명이 많은 486명이 됐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국가주의란 진단엔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대통령만 바뀌었지 시스템에서 달라진 게 있느냐’란 함의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가주의가 다소 모호한 개념인 데다 현학적 용어인 탓에 프레임으로 지속력을 갖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여전히 교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란 얘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국가주의’를 꺼낸 데엔 “내부 제어용으로도 쓰려는 이중 포석”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외부의 적’인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반국가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친박 청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김 위원장은 공공연히 “그간 보수는 70, 80년대 조국 근대화나 안보 제일주의 등 ‘박정희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었다”며 “이걸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겠다.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스스로 떠나지 않겠나”라고 밝혀 왔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재는 잠복해 있지만 국가주의를 고리로 당내 피바람이 조만간 불어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우·김준영·하준호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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