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슈퍼컴 900억 들여 버전업..세계 500위 밖서 11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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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4호기 의 퇴역
4호기는 그간 1만 명 이상의 연구자와 500개 이상의 기업이 활용해, 1000편 이상의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을 만들어냈다. 김광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슈퍼컴 4호기를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기억 소자를 개발, 미래 메모리 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동호 연세대교수는 현대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물성의 하나인 분자방향성(aromticity)의 역전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슈퍼컴은 기업의 생산성에도 기여했다. KISTI에 따르면 그간 국가슈퍼컴 4호기를 통해 기업이 신제품 개발 비용을 78%, 개발 시간을 61% 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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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 각국은 슈퍼컴 경쟁 벌일까
슈퍼컴퓨터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ㆍ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반 고성능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수천배 이상 빠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핵심 인프라다. 미국과 유럽ㆍ중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슈퍼컴퓨터를 과학 및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자원으로 보고, 우수한 슈퍼컴퓨터를 경쟁적으로 개발 또는 도입하고, 국가차원의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세계 1위의 슈퍼컴퓨터는 미국의‘서밋’으로, 한국 5호기 누리온보다 10배나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슈퍼컴 안에 미국이 6대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도 2위와 4위 슈퍼컴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도 5위에 달한다.
염민선 KISTI 계산과학응용센터장은“슈퍼컴퓨터는 그 엄청난 연산능력을 통해 우주 탄생의 비밀에 다가가고, 분자단위의 극미세계를 탐험하게 해주었으며, 인체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기적의 신약을 만들어 내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여 한발 먼저 대응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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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국산화는 어렵나
슈퍼컴은 크기와 성능만큼이나 가격도 비싸다. 7일 서비스를 시작한 5호기 누리온은 미국 크래이가 만든 것으로, 도입가만 587억원에 달한다. 기반시설과 소프트웨어 구매비용을 포함하면 5호기 구축에 총 908억원이 들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회사 삼성전자가 있는 한국에서 슈퍼컴퓨터를 국산화할 수는 없을까. 최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슈퍼컴퓨터 하나를 제대로 개발하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의 돈이 드는데 한국은 그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예산지원에는 부족함이 많다”며“미국과 중국 등 세계 열강들은 기술의 산업화뿐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슈퍼컴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윤 KISTI 원장은“국가 슈퍼컴퓨터 1호기가 처음 가동된 해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이라며“당시 성능은 2기가플롭스 속도에 메모리 1GB, 디스크 용량 60GB에 불과해 지금의 PC보다도 한참 낮은 성능이었다”고 회상했다. 최 원장은 “하지만 1호기 덕분에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기상예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됐고 국산 자동차 설계와 제작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적용되는 등 다양한 첨단연구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플롭스(FLOPS)= floating-point operations per second를 줄인 말이다. 플롭스는 초당 수행할 수 있는 부동소수점 연산의 횟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컴퓨터의 연산속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예를 들어 1 MFLOPS(메가 플롭스)라면 1초에 100만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롭스 단위는 일반적으로 컴퓨터의 FPU(floating point unit: 부동소수점 처리장치) 성능을 나타낼 때 주로 이용하고 있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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