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부족함 메운 퀸의 위대한 음악들
[오마이뉴스 김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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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 포스터 |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존 디콘(베이스)를 추가하고 밴드의 이름을 퀸으로 결정한 4인방은 그간 모은 돈을 모아 데모 테이프를 제작하는데 이들의 음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EMI레코드사에 발탁, 1973년 데뷔 음반 < Queen >과 싱글 'Killer Queen'을 발표한다. 그 이후 상황은 익히 잘 알려진대로 승승장구. 팀의 프론트맨 프레디는 자신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던 연인 메리(루시 보인튼 분)에게 청혼하는 등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듯했지만 이후 음악 작업에 대한 소속사와의 갈등, 자신의 성 정체성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점점 혼란스런 상황을 맞게 된다.
록 밴드 퀸(Queen)의 동명 원곡을 제목으로 삼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과 이 팀의 리드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1946~1991)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전기 영화다.
퀸은 멤버들의 빼어난 연주력과 무대를 장악하는 폭발적인 카리스마의 주인공 프레디를 앞세우며 하드 록, 프로그레시브 록, 록큰롤, 뉴웨이브, 심지어 클래식 오페라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함축한 작품들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바 있다.
비틀즈,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에 이어 팝 음악 역사상 4번째로 많은 음반 판매량(전 세계 추정치 1억7000만 장~2억 장)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퀸은 1970~80년대 록 음악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팀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들의 음반은 LP와 CD 시절부터 꾸준한 사랑을 얻을 만큼 팝송 세대에겐 필청 목록에 반드시 포함되곤 했다.
퀸의 전기 영화 개봉 소식은 한동안 극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퀸의 음악을 듣고 자랐던 40~50대 중년층에게도 말 그대로 가슴 벅찬 기다림을 안겨줬다,
과연 영화는 이러한 기대감에 충분히 부응해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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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의 한 장면. 프레디 머큐리(레미 말릭 분), 그의 연인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튼 분) |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퀸의 마지막 순회 공연이던 1986년 < The Magic Tour >와 1991년 프레디의 죽음까지 이르는 시기를 생략한 것은 방대한 기간을 다루기 보단 최고의 순간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자 했던 공동 제작자이자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기타, 보컬), 로저 테일러(드럼, 보컬)의 의도도 어느 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영화는 대중적으로 워낙 잘 알려진 밴드와 인물을 다뤘음에도 너무도 예측 가능한 전개로만 일관하고 만다. 새로운 시각에 의거한 퀸 혹은 프레디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진 것도 아니었고 연인과의 결별과 방탕한 생활, 멤버간의 갈등 및 화해 등을 단순한 나열 식으로만 다루는 데 그친다. 이렇다보니 흔하디 흔한 록스타 소재 영화들과의 차별화를 이뤄내진 못한다.
게다가 촬영 막판에 <엑스맨>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사실상 해고되고 새로운 연출자로 <독수리 에디>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긴급 투입되는 홍역도 치르다 보니 매끄러운 극의 전개 역시 기대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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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의 한 장면. |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동명곡을 비롯해서 'We Will Rock You','I Want To Break Free',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등 이들을 사랑한 음악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명곡들이 쉴새 없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선 마치 멋진 라이브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특히 영화의 막판 20분을 할애한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장면은 10만 명 인파의 초대형 무대(런던 웸블리 구장)를 재현하고 당시 녹음 음원도 그대로 사용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영화는 어느 순간 퀸의 콘서트 현장으로 변모, 자신도 모르게 관객들이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마법을 구사한다.
여기서 퀸의 명곡들은 마치 감독이자 주연배우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하는 즐거움의 90% 이상은 이 노래들이 지닌 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밖에 프레디 머큐리의 카리스마에는 다소 미흡했지만 주연을 맡은 레미 말렉을 비롯해서 실제 퀸 멤버들을 쏙 빼닮은 배우들의 캐스팅은 영화의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10월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 대한 TMI 하나] 아쉽게 OST엔 누락된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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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의 한 장면. |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1975년 명반 < A Night At The Opera >의 수록곡이자 당시 'Bohemian Rhapsody'의 싱글 발매를 극구 반대하던 음반사 간부의 추천곡인 'You're My Best Friend'를 비롯해서 'Spread Your Wing', 1985년 프레디 머큐리의 솔로 음반 < Mr. Bad Guy >에 담겼던 'I Was Born To Love You' 등은 아쉽게도 수록되지 않았다.
이밖에 짧은 배경음악으로 활용된 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 트로그스의 'Love Is All Around', 릭 제임스의 'Super Freak', '라이브 에이드' 공연 당시 명 연주로 손꼽혔던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ultans Of Swing' 라이브 버전 등 다른 음악인들의 작품들 역시 배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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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의 한 장면. 1985년 10만명의 관중이 모인 런던 웸블리 구장 무대를 그대로 재현했다. |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 프레디의 연인이던 메리 역을 맡은 루시 보인튼은 역시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도 주인공의 뮤즈로 등장한 바 있다. 180도 다른 화장 덕분에 필자 역시 같은 사람인 걸 뒤늦게 알았다.
- 존 디콘 역을 맡은 조셉 마젤로는 1990년대 촉망받던 아역배우 출신이다. <쥬라기 공원>, <굿바이 마이 프렌드>의 소년 기억하시는가?
- '라이브 에이드'의 주무대였던 런던 웸블리 구장은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이자 록 콘서트의 요람으로 손꼽힌다. 기존 웸블리는 2000년 폐장, 2002~2003년에 걸쳐 철거되었고 지금의 웸블리는 2007년 신축된 구장이다.
- '라이브 에이드' 이후 이듬해 1986년 퀸은 음반 < A Kind Of Magic > 발표와 함께 순회 공연 'The Magic Tour'를 성황리에 끝마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투어는 퀸의 마지막 공식 무대가 되고 말았다. 프레디의 건강 악화로 인해 더 이상 퀸은 공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1년 그는 세상을 떠났다.
- 1980년대 중반 프레디는 퀸의 싱글 'It's Hard Life'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오스트리아 출신 여배우 바바라 발렌틴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퀸 'We Are The Champions' 공연 실황 비디오 (퀸 유튜브 공식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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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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