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유가 게임 중독?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PC방 아르바이트생 신 모(21) 씨를 흉기를 이용해 무참히 살해한 이른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원인이 ‘PC 게임 중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게임 중독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범죄심리전문가들이 피의자 김성수(29)의 성향에서 사건 발생의 이유를 찾은 것과는 대조적인 분석이다.
이 가운데 게임 중독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판단도 달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게임 중독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지적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는 이전에도 PC방을 방문해 5시간 이상 게임에 몰입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며 “(이미) 경찰은 (김성수의) 게임중독 성향 및 태도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초등학생 고학년의 91.1%, 중학생 82.5%, 고등학생 64.2%가 게임을 하고, 전체의 2.5%는 게임중독 상태”라면서 “게임중독자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대동소이할 정도로 게임의 중독성은 매우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죄심리전문가들은 앞서 사건의 원인을 ‘게임 중독’ 이라기보다 김성수 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를 ‘수동적으로 공격적인(Passive-Aggressivity)’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평상시에는 분노를 잘 표현하지 못하다가, 본인을 자극하는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폭발적으로 분노하는 일종의 ‘분노조절장애’인 셈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지난 2016년 11월 발표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2723건 중, 분노 범죄에 해당하는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에 있는 경우가 41.3%(14만8천35건)로 나타났다.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건수 975건 중 현실 불만 등 우발적 범죄도 41.3%(403건)에 달했다.
관련 사건으로는 지난 6월 발생한 전북 군산 유흥주점 화재 사건이 있다. 당시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외상값이 10만 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 원을 달라고 해,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당시 화재로 주점 안에 있던 손님 중 5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검찰은 이 씨에게 “보복살인과 약자 대상 범행, 위험물 사용 등으로 극단적인 살인에 해당한다”며 지난 23일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수의 분노조절장애 성향은 학창시절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김 씨 동창생의 증언으로 보면 김성수는 학창시절 괴롭힘 등을 경험했을 수 있다”면서 “평소에는 이런 분노 등 감정이 표출되지 않고 있다가 특정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표출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피해자 신 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죄 수법에 대해서는 “이런 자신의 분노를 투영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성수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PC방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도 돈(게임비)도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만 바보 됐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라 (신 씨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배경이 게임 중독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네티즌들은 불편함을 나타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 청년 절반 이상이 PC방을가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말 한마디로 범죄자 만드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게임이랑 살인이랑 상관있나”라고 토로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5시간 이상하면 중독인가요”라고 반문했다.

한편 게임 중독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게임중독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판단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가 나온 뒤 의학계에서 이를 반박한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헝가리에서 발간되는 임상심리학 분야 오픈 액세스 학술지 ‘행동 중독 저널’(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에 따르면 정신건강 등 게임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 36명이 WHO의 방침에 반대하는 논문을 투고했으며 게재가 확정됐다. 이 논문에는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스웨덴 스톡홀름대 등에 재직 중인 학자들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 해당 진단을 지지하는 연구진들도 게임 장애를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 ▲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도로 질환을 공식화하는 것은 광범위한 범위의 비 임상적인 사회 맥락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또 ▲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 질병 분류 시스템 상 새로운 질환을 공식화하기 이전에 중독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한다는 점 등도 반대 이유에 포함했다.
국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WHO의 게임 장애 분류 시도는 투명성이 부족하고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으며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즉각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2018 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에서 최근 게임이나 도박 중독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며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완치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치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시 도박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홍정익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결정하면 전문성에 대해 인정하기 때문에 정부도 보건 입장에서 동의하고 당연히 그에 맞춰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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