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 논란속 노출된 '한국군 벙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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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사ㆍ합참ㆍ계룡대 지하…
국군기무사령부의 이른바 ‘계엄령 문건’ 논란이 확산되는 와중에 예상치 못했던 군내 벙커의 세계가 드러났다. 지난 23일 국방부가 공개한 기무사의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통해서다.
서울 관악산 인근에 자리한 수도방위사령부의 B-1 문서고,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 지하의 B-2 문서고, 육ㆍ해ㆍ공군 본부가 자리 잡은 충남 계룡대의 U-3 문서고가 계엄령 논란 속에 노출됐다. 이 세 곳은 유사시 지휘소인 벙커다.
기무사는 지난해 3월 계엄을 검토하는 이 자료를 만들면서 이들 벙커와 함께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별관ㆍ구 사이버사령부ㆍ구 방위사업청ㆍ전쟁기념관을 준(準) 벙커 개념으로 보고 계엄사령부 후보지로 저울질했다.
기무사는 구체적으로 이들 7개 후보지를 공간, 통신, 위치, 경계, 지원시설 등 5개 기준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공간은 수용 내용과 능력, 통신은 C4I체계(전술지휘자동화체계) 유무, 위치는 수도권과의 접근성, 경계는 경비 수월성 등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되는 B-1 문서고를 방문했다. [사진제공 청와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7/25/joongang/20180725060115932xjfj.jpg)
○(적합), △(일부 부적합), X(부적합)로 매겨진 이들 항목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은 곳은 수방사 벙커인 B-1 문서고가 유일했다. 기무사는 B-1 문서고에 대해 “계엄사령부 구성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서울에 있고, C4I에 기초한 전장 데이터가 집결돼 있으며, 수방사로부터 삼엄한 경계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방사 벙커는 향후 전시작전권 전환을 대비해 지난해 확장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격은 물론, 북한의 EMP(전자기파) 공격에 대비한 방호 설비도 완비했다. 지휘부가 몇 개월간 나오지 않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대통령, 장관, 각군 참모총장의 이름표가 부착된 회의실이 이곳에선 언제나 운영된다”며 “평시에도 전시 상황 때 국가의 두뇌 역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되는 곳이 바로 수방사 벙커인 B-1 문서고다.
B-1 문서고는 전시 대통령 집무실까지 마련돼 있어 군 내에선 ‘대통령 벙커’로도 불린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기무사가 계엄을 준비하면서 당시 청와대와 교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측이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접 지휘를 전제로 해 이 장소를 골랐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2010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합동참모본부 벙커에서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7/25/joongang/20180725060116193ijjm.jpg)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B-2 문서고는 평상시에도 합참 상황실 역할을 하는 만큼 통신 등 각종 시설과 보안이 뛰어나다”며 “그럼에도 계엄사령관으로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 대장을 상정한 기무사가 계엄사령부를 합참 건물에 들이는 게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계엄사령관이 합참의장이라면 B-2 문서고가 1순위로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무사는 국방부 별관을 2순위 장소로 꼽고 C4I 체계 외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계룡대 벙커인 U-3 문서고에 대해서는 C4I가 일부 미흡하고 위치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구 사이버사ㆍ방사청, 전쟁기념관은 후순위로 밀렸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대통령 벙커인 B-1, 합참 벙커인 B-2 문서고 2곳을 놓고 문건을 작성한 측에서 전자를 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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