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쓰러졌다..사이렌이 울렸다..'해결사'를 만나다

김민영 2018. 11. 10. 08: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구로소방서 하루 동행 취재
반복되는 출동·대기 녹초되지만..인명구조·화재진압 보람
서울 구로소방서 구급팀의 김문기 소방교와 신경준 소방사가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여기 헬스장에 사람이 쓰러졌어요."

스피커가 켜지고, 사이렌이 울렸다. "구급 출동, 구급 출동". 출동을 알리는 소리에 일사분란해진 서울 구로소방서 구급팀. 8일 오전 10시 4분 24초에 떨어진 출동 명령이다. 10초 만에 차량에 탑승한 구급대원들이 곧바로 출동에 나섰다. 구로구 오류동의 한 헬스장 락커룸에서 50대 여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20여분 만에 다시 출동하는 김문기 소방교와 신경준 소방사의 뒷모습은 비장했다. 본지 기자도 구급차 뒷좌석에 타고 사고 현장으로 동행했다.

김 소방교는 이동하면서 전화로 신고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재확인했다. "의식이 있다"는 얘기에 안도했다.

신고 3분 만인 10시 8분께 현장에 도착해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락커룸에서 배를 움켜잡고 있는 이 여성은 다행히 정신은 멀쩡했다. 이름과 나이, 주민번호, 이날 아침 무엇을 먹었는지 등 김 소방교의 질문에 대답도 잘했다. 10시 22분 병원 응급실 후송을 마쳤다. 10여분 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찬바람이 이는 날이었지만 김 소방위와 신 소방사의 얼굴엔 땀방울이 맺혔다. 기자의 몸에서도 열이 올라 왔다. 더웠다. 김 소방위는 "긴장 상태에서 출동과 대기를 반복하다 퇴근할 때가 되면 늘 녹초가 된다"고 했다. 김 소방위는 담배 한 모금에 출동의 여운을 씻어냈다.

점심시간을 코앞에 둔 11시 14분. 이번엔 구조 출동이다. 지휘팀, 구조팀, 구급팀이 각 차량에 탑승했다. 금천구 독산동의 한 중국집에서 면발을 뽑는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지휘팀 남영규 소방장 등 4명과 함께 지휘차량을 타고 따라 나섰다. 지휘팀은 사고 현장의 콘트롤타워다. 인명구조, 화재진압 등 현장에서 대원들을 통솔하고 지휘한다.

출동 5분이 지났을까. 먼저 도착한 구조대가 인명 구조를 완료했다는 무전이 울렸다. 지휘팀원들 얼굴에서 긴장이 가셨다. 차량을 돌려 소방서로 복귀했다.

서울 구로소방서 대원들이 서부간선도로 상에서 난 교통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제공=구로소방서


점심시간에도 긴장의 끈이 놓이지 않는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후다닥 식사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후에도 대기는 이어졌다. 빗방울이 굵어졌다. 대원들은 대기하면서 체력단련을 하거나 장비점검을 했다.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휴식도 취한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출동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오후 3시 52분께 고척동의 한 아파트 19층에 심정지 환자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심정지는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다. 자칫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초긴장 상태에서 출동했다. 도착한 곳에선 60대 남성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었다. 숨은 쉬고 있었다. 심정지 상황은 아니었다. 의식장애로 판단하고 병원으로 후송했다. 신고자인 아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구급대원들은 아들을 안심시켰다. "응급실로 최대한 빨리 옮길 거예요, 병원에서 검사를 해봐야 알지만 의식은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서울 구로소방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구로소방서


다행히 이날 기자가 머문 9시간(오전 9시~오후 6시) 동안 구로소방서 관할인 구로구ㆍ금천구의 화재 출동은 없었다. 소방관들의 분신과도 같은 산소통, 방화복 등 소방 장비를 입어봤다. 소방관의 도움을 받았지만 10여분이 걸렸다. 무게만 20kg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걷기가 쉽지 않았다. 소방관들은 출동하면서 이 장비를 1분30초 내로 입는다. 불이 난 곳에선 장비를 착용한 채 뛰어다닌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소방관들은 시민들의 작은 보답에 보람을 느낀다. 3년차 진압대원인 김미중 소방사는 "한 번은 불을 끄고 나오는데 한 시민이 물 한 잔을 건넸다"며 "이래서 소방관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휘팀 소속 이영재 소방위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봉에서 고생하는 소방공무원들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병로 서울 구로소방서장. 사진제공=구로소방서


김병로 구로소방서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재난 현장을 뛰어다니는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소방차 길 터주기, 화재 예방 등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제(9일)는 '소방의 날'이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