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에 발목 잡힌 쿠팡 '로켓배송' 쿠팡맨 부족해 배송 지연..성장한계 직면?
# 경기 의정부에 사는 주부 김 모 씨는 최근 쿠팡을 이용했다가 뜻밖의 곤란에 빠졌다. 주문 다음 날 배송해준다는 로켓배송으로 주문한 상품이 도착하지 않은 것. 쿠팡은 배송 예정일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당일 배송이 불가하다는 안내 문자를 보내왔다. 김 씨는 “다른 데서 사면 더 저렴하고 로켓배송 조건인 1만9800원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다음 날 꼭 써야 하는 아이 용품이라 익일배송을 보장한다는 쿠팡을 이용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쿠팡은 ‘내일까지 배송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만 달랑 보냈을 뿐,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 중인 쿠팡이 최근 입점업체 정산 지연에 이어 주특기인 로켓배송마저 지연되는 사태를 연출해 소비자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쿠팡 측은 여름철 성수기에 주문이 몰린 일시적 상황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쿠팡맨 이탈로 인한 인력 부족과 무분별한 외형 확장 추구 등 쿠팡 경영진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쿠팡의 핵심 경쟁력인 로켓배송 전략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켓배송은 1만9800원 이상을 주문하면 익일 중 배송해주는 쿠팡의 전매특허 서비스다. 쿠팡은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로켓배송을 대표 차별화 전략으로 삼고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 2015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3600여명 규모의 쿠팡맨을 2016년까지 1만명, 2017년까지 1만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8월 기준 쿠팡맨 수는 3000여명으로 3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쿠팡 매출이 3배 이상 급성장했음을 감안하면 배송이 원활히 될 리 없다. 최근 로켓배송 지연 사태가 발생한 배경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쿠팡맨 수급 못해
“배송은 차별화 어려워…전략의 실패”
김범석 대표가 호언한 대로 쿠팡맨이 늘기는커녕 감소한 이유는 뭘까.
적자 지속에 따른 열악한 쿠팡맨 근무환경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맨이 근무환경에 불만족해 중도 퇴사한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7월 대전 현직 쿠팡맨 76명의 탄원서 제출, 임금 인상분 소급 지급 지연 논란,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시행으로 임금 감소, 휴무일을 회사가 임의로 정하는 ‘오토휴무제’ 논란 등 대외적으로 표출된 갈등도 적잖다. 쿠팡이 최근 쿠팡맨 채용 기준을 1종 보통면허에서 2종 오토면허 소지자까지 확대하고 오토매틱 트럭을 도입한 것도 쿠팡맨 지원 조건을 완화해 인력풀을 넓히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쿠팡맨에 대한 다양한 혜택도 늘리는 중이다. 쿠팡 관계자는 “오토휴무제라고, 최대한 쿠팡맨이 원하는 휴무일에 쉴 수 있는 방향으로 곧 제도를 변경할 예정이다. 현재 쿠팡맨들과 협의하고 있다. 2종 오토면허 소지자로 확대한 것 또한 차 값과 기름값이 더 들어가지만 그래도 쿠팡맨 편의를 보장하고 더 많은 쿠팡맨을 채용하기 위한 정책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맨 충원이 쉽지 않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쿠팡맨 근무시간이 하루 1시간씩 줄어들면서 덩달아 수입이 감소한 것도 기름을 부었다.
로켓배송 관련 무리한 외형 확장도 도마 위에 오른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로켓배송 상품은 300만가지에 달한다. 웬만한 대형마트의 SKU(상품 가짓수)가 약 5만개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문제는 쿠팡맨 부족으로 기존 물량도 제때 배송 못 하면서 로켓배송 상품 확장에 계속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급성장하는 해외직구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4월 선보인 ‘로켓직구’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쿠팡은 오픈마켓에서 인기 상품을 로켓배송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꾸준히 섭외 중이다. 쿠팡에서 잡화를 파는 A업체 대표는 “로켓배송 서비스로 전환할 것을, 여러 MD가 돌아가면서 수시로 제안한다. 로켓배송으로 팔면 매출이 오르긴 하지만 그만큼 판매 수수료율이 높다. 로켓배송은 부가세 포함해 매출의 16.5%를 쿠팡이 떼가 오픈마켓(부가세 포함 11%)보다 50% 정도 더 비싸다. 판매대금 정산(입금)도 현재는 2개월 정도인데 로켓배송은 3개월까지 늘어난다. 판매 후 1~2주 안에 입금되는 G마켓, 옥션에 비해 현금흐름이 너무 떨어진다. 특히 최근 쿠팡에서 정산 지연 사태까지 겪고 나니 자금에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이 천문학적 적자에도 로켓배송을 필두로 한 무리한 외형 확대에 골몰하는 배경으로 VC(벤처캐피털)의 ‘조건부 투자’ 의혹을 제기한다. 소프트뱅크가 쿠팡 가치를 5조원으로 보고 1조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쿠팡의 경영 성과가 일정 기간 내 특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지분율을 상향 조정하는 식의 ‘옵션’이 걸렸다는 것. 이에 대해 쿠팡 측은 “투자자와의 자세한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로켓배송을 통해 차별화를 하려는 쿠팡의 전략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배송을 통한 차별화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막대한 고정비를 투입해 직접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로켓배송은 전략 자체가 잘못됐다. M&A(인수합병)가 아니면 답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 측은 “최근 사상 최악의 폭염과 CJ대한통운 영남 지역 파업 문제로 단기간에 쿠팡에 주문이 몰렸다. 로켓배송 지연은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발생한 일시적 문제일 뿐”이라는 해명만 반복할 뿐이다. 로켓배송이 언제 정상화될 것인지, 익일배송을 ‘보장’하고도 이를 못 지킨 데 따른 고객 보상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1호 (2018.08.15~08.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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