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LOUNGE] 게임업계 신흥강호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 | 완성도 높은 게임 '검은사막' 인기몰이 '대박'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블루홀 등을 제외하면 새로운 얼굴이 없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펄어비스가 빅3를 위협하는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다. 펄어비스를 설립한 김대일 의장(38)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경영자가 아닌 개발자
▷대학 졸업 포기 후 게임 올인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국 최고 부자 50명을 공개했다. 50명 중 6명은 게임업계 출신이다. 김정주 넥슨 회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 등이다. 이 외 지난해까지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인물이 새롭게 포함됐다. 바로 2세대 게임 개발자 김대일 의장이다. 올해 처음으로 50대 갑부에 선정된 김 의장은 50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1980년생으로 전남 완도에서 태어난 김 의장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당시 오락실에서 즐길 수 있던 ‘스트리트 파이터’는 물론 컴퓨터 게임인 ‘대항해시대2’ ‘삼국지3’ 등을 모두 섭렵했다.
김 의장이 게임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다. 전남대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던 학원 선생님을 통해 게임을 만들려면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김 의장은 자율학습 시간에 C언어나 각종 컴퓨터 프로그래밍 공부만 했다. 당연히 학업 성적은 좋지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 학업에 매진하기 시작했고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다.
대학생활도 중고등학교 때나 다를 바 없었다. 친구들이 술 마시고 배낭여행 할 때 그는 코딩에만 심취해 대학생활을 했다. 그러다 2학년 마칠 무렵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학교를 졸업하면 게임 개발과 인연이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게임 개발을 주제로 하는 하이텔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김 의장은 때마침 ‘릴 온라인’이란 게임을 만들고 있던 ‘가마소프트’ 관계자 눈에 띈다. 그 관계자는 김 의장에게 게임 개발을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게임 개발에 대한 기회가 찾아오자 놓치지 않고 꽉 잡았다. 학교를 휴학하고 ‘가마소프트’에 입사한 것. 게임 개발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불과 21세 나이로 신입 프로그래머가 된 김 의장은 릴 온라인의 3D 프로그래밍 작업을 맡았다.
입사 3년 차인 2002년,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릴 온라인 프로젝트를 이끌던 초기 멤버가 조금씩 퇴사하면서 김 의장이 불과 23세 나이로 개발 총괄을 맡게 됐다. 당시는 온라인 게임 초창기였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아 모든 개발 프로세스를 이해하며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총괄을 맡아야 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김 의장이 총괄의 기회를 얻은 배경이다. 김 의장은 릴 온라인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릴 온라인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마소프트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난다. 3년 반에 걸쳐 프로젝트를 완성한 후 입소문을 얻은 김 의장은 NHN으로 자리를 옮긴다.

▷4년 만에 선보인 ‘검은사막’ 대박
NHN에서 만든 게임은 MMORPG (잠깐용어 참조) 게임인 ‘R2’. 약 3년간 개발 끝에 R2 또한 성공적으로 내놨다. 두 게임을 연달아 성공시킨 후 김 의장은 게임업계에서 인정받는 실력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휴학 상태에 있던 대학을 자퇴한 것도 이 무렵이다.
R2 상용화 8개월 뒤인 2007년 그는 또 다른 게임인 ‘C9’ 개발에 착수한다. R2보다 반년 이상 개발 기간을 단축한 끝에 2009년 C9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오픈 첫날에만 42만명 이상 유저가 몰렸으며 2009년 게임대상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C9을 계기로 김 의장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개발자 중 한 사람이 됐다.
하지만 명성을 얻은 것과 별개로 김 의장은 C9 개발 이후부터 고민에 빠진다. 특정 기업에 속하면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C9 서비스 시작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한다. 6개월간 준비 과정을 거치며 릴 온라인, R2, C9에서 자신과 함께했던 일명 ‘김대일 사단’을 이끌고 ‘펄어비스’를 설립한다. 2010년 8월 일이다. ‘펄어비스’란 사명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진주’라는 뜻으로 김 의장이 직접 내놓은 아이디어다.
펄어비스를 설립한 뒤 김 의장은 오로지 새로운 게임 개발에만 집중한다. 첫 작품인 ‘검은사막’이 나오기까지 무려 4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은 그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MMORPG인 검은사막은 김 의장이 어떤 외부 압력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결정한 첫 번째 작품이다.
2014년 12월 한국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5년 검은사막은 일본과 한국, 러시아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6년에는 북미와 유럽, 지난해에는 대만과 남미 등 100여개 국가로 진출했다.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이 50~60%에 이를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검은사막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펄어비스는 직원 300명 규모 중견 게임사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고 주가 또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현재 펄어비스 시가총액은 무려 3조원이 넘는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약 1조2400억원에 불과했다. 1년도 안 돼 시총이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2월에는 검은사막 모바일을 내놨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2~3위를 유지하고 있다. 펄어비스 2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큰 폭 늘어난 배경이다.
펄어비스는 다른 국내 게임 업체와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행보를 보인다.
국내 일반적인 게임 기업은 요즘 ‘과금’ 제도에 너무 치중한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반면 펄어비스는 순수하게 게임 완성도로 승부한다. 게임 유저 사이에서도 펄어비스는 ‘국내에 손꼽히는 실력파’ ‘요금보다 게임 완성도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간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력을 닦은 김 의장이 계속해서 개발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유저 의견을 많이 참고하고 피드백이 많은 게임 기업으로 유명하다. 김 의장은 검은사막 공식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자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저의 비판과 날 선 목소리를 직접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펄어비스가 단기간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섭렵한 원인 중 하나다.
펄어비스는 하반기 검은사막 모바일 해외 진출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건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8월 말 대만에 정식으로 선보인다. 대만에서 지난 7월 실시한 검은사막 모바일 사전예약은 2주 만에 150만명을 돌파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대만은 펄어비스가 PC 게임 검은사막의 자체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지역으로 현지 서비스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대만에서 좋은 성과를 보일 경우 중국 본토 판권 계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2년 전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게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최대한 오래 개발자로 남고 싶다”는 그의 행보에 게임업계 관심이 쏠린다.
잠깐용어*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줄임말이다. 게임 속 등장인물의 역할을 수행하는 형식의 게임인 RPG(롤플레잉 게임)의 일종이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여러 플레이어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2호 (2018.08.22~08.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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