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획]"떳떳이 장사" vs "부자 되면 노점 접나" .. '노점상 허가제' 딜레마
서울시, 내년 1월부터 ‘노점상 허가제’ 서울 전체 도입
서울에는 허가받지 않은 노점상(거리가게)이 6000여 개 있다. 모두 단속 대상이다. 현재 노점상이 합법으로 인정받는 유일한 길은 일부 자치구에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는 것이다. 서울의 전체 노점 7000여 개 중에서 자치구로부터 허가받은 노점은 1000여 개에 불과하다.
단속 중심이던 노점상이 서울시 차원에서 합법으로 인정받는 길이 열렸다. 시는 지난달 초 ‘도로점용 허가제’가 골자인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노점은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 노점상들은 내년 1월부터 각 자치구의 정식 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내면 합법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 별도의 세금은 없다. 노점 허가제를 시 전체에 도입한 것은 광역단체 가운데 서울이 처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세 상인의 생존권과 시민의 보행권을 지키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중랑구의 한 인도. 스마트폰 액세서리 노점상을 운영하는 정모(64)씨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노점상 허가제’ 소식을 듣고 ‘이제 두 발 뻗고 자겠구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03년부터 이 노점을 무허가로 운영해왔다. 그는 “동료 상인들이 단속에 걸리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 마음을 졸여왔다. 이제 떳떳하게, 인간답게 장사하고 싶다”고 했다. 도로법에 따라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물건 등을 도로에 일시 적치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소속 상인들이 지난달 3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8/05/joongang/20180805000152467fwqx.jpg)
사실상 신규 노점 불허 … “까다로운 규제 당연”

시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신규 노점의 영업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시장이 특화 거리조성 등 필요한 경우 생활이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도로점용허가를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은 있다. 또 ‘노점의 세습’도 불허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없다. 이에 대해 노점상인 전모(41)씨는 “노점 개수를 점차 줄여 결국엔 없애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세 상인들의 생계 보장을 위해 특별히 공공의 도로를 점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신청자의 재산 한도를 정하고, 세습을 금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노점 합법화’를 대체로 환영한다. 대학생 전우진(24)씨는 “길거리에서 노점상을 피해 걸을 때 많다”면서 “걷기 편한 길이 되도록 노점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옥 도시사회연구소장은 “일본 후쿠오카시는 2013년 조례를 제정해 노점의 위생, 시민 보행권 등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노점을 도시의 명물로 만들었다”면서 “상인들에게 정책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많은 이들의 동참을 끌어내야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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