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입법 동향 등도 문제 제기
2일 발표될 상호관세 부과, 세율에 미칠 영향 주목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대규모 무기수입 시 기술이전 요구 관행 등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다.
또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 대한 네트워크 망사용료 부과, 온라인 플랫폼 법안 등도 '반(反)경쟁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USTR의 지적사항이 오는 2일 발표될 국가별 상호관세에서 어떻게 반영될 지 주목된다.
USTR은 이날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고기만 수입하도록 한 2008년의 한미 간 합의안에 대해 "과도기적 조치"라며 "16년간 유지됐다"고 비판했다. USTR은 또 한국이 월령에 관계없이 육포, 소시지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대기환경보전법에 근거하여 배출 관련 부품을 규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투명성 결여'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USTR은 또 자동차 수입과 관련한 법을 위반할 경우 한국 세관 당국이 업체를 형사 기소할 수 있지만 세관이 한국에서 제조된 차량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무기를 수입할 때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절충교역'도 시정을 요구했다. USTR은 "계약이 1000만 달러(약 147억원)를 초과할 경우 외국 계약자에게 절충교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 기술과 제품을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비판했다.
USTR은 한국의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 무역 장벽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NTE 보고서는 해외 콘텐츠 공급자가 한국의 ISP에게 네트워크 망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다수의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부 한국의 ISP는 콘텐츠도 함께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의 콘텐츠 제공업자들이 부담하는 망사용료는 한국의 경쟁사들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법안에 대해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과 함께 2개의 한국 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다른 주요 한국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제외된다"며 불공평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제약 및 의료 기기 산업의 경우 한국의 가격 책정 및 변제 정책이 불투명하고 한국 정부가 정책을 변경할 경우 이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출자 금지 ▲케이블·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육류 도매업 등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을 투자 관련 무역장벽으로 명시했다.
NTE 보고서의 내용은 그동안 미국 산업계가 꾸준히 제기해온 사안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불과 이틀 앞두고 공개됐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는 2일에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장벽 등을 고려한 상호관세가 공식 발표된다. 이어 3일 0시1분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밝힌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 및 핵심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다.
현재 백악관이나 미 상무부, USTR 등 관련 부처의 당국자들은 국가별 관세율, 예외 가능성 등에 대해 "트럼프가 결정할 것"이라며 함구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미 무역에서 상당 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어 상호관세 대상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무역경쟁국보다 더 높은 세율의 상호관세가 부여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