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4]'침묵의 살인자' 간암, 면역항암제 이중으로 쓰니 생존 가능성 커졌다
AZ의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
5년 OS 20% 확인…기존 치료법의 두 배
국내 허가됐지만 건보급여는 답보상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말기가 돼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말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를 이중 투약할 경우 약 20%가 장기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는 전이까지 치달았을 경우 5년 이상 사는 비율이 3%에 그쳤던 데 비해 장기생존율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로렌자 리마사 이탈리아 후마니타스대 종양혈액학과 교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유럽종양학회(ESMO) 넷째 날인 16일(현지시간)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핀지와 이뮤도를 병용투여한 임상 3상 연구 '히말라야(HIMALAYA)'의 5년 전체 생존(OS) 및 종양 반응 측정에 따른 OS 결과'에 대한 발표에서 "5년 생존 분석은 간암에 대한 3상 연구 중 가장 긴 추적관찰로 5년 생존율 19.6%로 전례 없는 장기 생존 혜택을 입증했다"며 "절제 불가능한 간암 환자 5명 중 1명이 5년간 생존하는 등 간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계속 설정하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리마사 교수는 이번 연구의 제1 저자로 참여했다.
간암은 국내 주요 암 중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으로 치료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이 암이 진행되다 보니 진단받았을 때는 이미 수술 또는 간 이식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는 30% 수준에 그친다. 이로 인해 5년 생존율도 39.3%로 전체 암의 72.1% 대비 절반에 그치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암이 떨어져 있는 다른 장기로까지 옮겨간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고작 3.1% 수준에 그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법이 제시돼왔지만 효과와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치료법은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2008년 넥사바가 개발됐지만 부작용이 많다는 우려가 이어졌고, 2018년 추가로 개발된 렌비마 역시 독성 문제로 환자 예후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아스트라제네카(AZ)가 이 같은 진행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간암 분야에서 내놓은 무기가 면역항암제를 이중으로 쓰는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스트라이드(STRIDE) 요법)이다. 출혈 위험이나 간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장기 생존 혜택을 입증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 몸속의 면역 체계는 암세포를 공격할 힘을 갖고 있지만, 암세포는 이를 피하기 위해 가짜 통행증을 만들어 정상세포인 것처럼 위장한다. 면역항암제는 이 같은 가짜 통행증을 무력화해 면역 체계에서 병사 역할을 하는 T세포가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하는 치료제다. 임핀지는 이 같은 가짜 통행증 중 프로그램화된 세포사멸 단백질(PD)-L1에 자신이 먼저 결합함으로써 T세포가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뮤도는 반대로 T세포에 나타난 CTLA-4에 자신이 먼저 결합함으로써, 암세포가 만들어낸 가짜 통행증인 CD80 단백질이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스트라이드 요법은 치료 시작 시 임핀지와 이뮤도를 동시 투약하고, 이후로는 임핀지를 주기적으로 투약해 이 두 면역항암요법이 모두 효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다.
스트라이드 요법은 이번 히말라야 임상을 통해 안정적인 효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처음 공개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6.4개월로 기존의 표준 치료제이자 대조군으로 설정된 넥사바의 13.8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22% 줄이는 데 성공했다. OS는 해당 치료를 받은 환자가 사망하기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항암제 효능 평가의 주요 지표로 쓰인다.
이어 AZ는 매년 추가로 OS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2년 시점에서는 스트라이드 요법군이 40.5% 생존하고 대조군이 32.6% 생존했던 것을 시작으로 3년 시점에는 30.7%대 19.9%로 생존율 격차를 10%포인트 넘게 벌리는 데 성공했다. 이어 4년 시점에서 25.2%대 15.1%, 이어 마지막으로 이번에 나온 5년 시점에서 19.6%대 9.4%로 이 같은 격차를 유지해낸 것이다. 특히 5년 OS 기준으로는 생존율 격차가 두 배로 늘어나게 됐고, 사망 위험을 24% 줄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면역항암제는 면역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암세포를 제거하는 만큼 장기간의 안정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게 된 것이다. 또한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면역항암제로만 치료를 진행하면서 간암 환자에게 빈발하는 출혈 위험이 적은 등의 안전성 혜택도 이번 연구에서 동일하게 확인됐다.
현재 스트라이드 요법은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 진행성 간암 1차 표준치료로 권고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허가된 상태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 지난 6월 한국AZ는 임핀지의 간암 및 담도암 대상 급여를 신청한 상태다. 간암에서 이 요법은 세계 주요 8개국(A8) 중에서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5개국에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의료기술평가(HTA)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 급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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