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반창고가 고급 향수처럼 전시...동네 약국의 무한변신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대형 현수막이 걸린 세련된 건물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간판에 적힌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 약국(OWM)’ 글씨를 보고서야 이곳이 약국임을 알아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기존 약국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한 중국인 고객은 “먼저 한국을 방문했던 친구가 추천해서 찾아왔는데 친절하게 약사가 내 건강 상태에 대해 들어주고 그에 걸맞은 한국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해줘서 신뢰가 갔다”며 “귀국해서도 장기간 쉽게 복용할 수 있게 포장해줘 만족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이전까지 동네 약국은 그 지역민의 건강상담소 기능을 해왔다. 그러다 의약분업 후 처방전 수용에 급급해 건강 관리라는 본연의 역할을 잃었다. 환자 역시 약국을 질병 치료를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으로 인식했다. 이런 한계에 갈증을 느꼈다. 고령화와 건강 관심 증대로 선제 예방 중요성은 커지는데 가장 가까운 건강 전문가인 약사와 약국은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약국 본연의 순기능을 되살리면서도 건강 관리에 관심이 높은 Z세대도 재방문하는 힙한 공간을 만들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차별점은 세 가지다.
첫째, 높은 만족감을 주는 맞춤 큐레이션이다. 창고형 약국 물량 공세는 자칫 소비자 영양제 오남용을 부를 수 있다. OWM은 대량 판매를 경계하고 약사 전문 상담을 통해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만 제안한다. 오신석 LSP 이사는 “무조건 싼 가격을 내세우기보다 심도 있는 상담으로 고객에게 정확히 맞는 제품을 제안한다”며 “이는 단순한 가격 할인이 줄 수 없는 깊은 신뢰와 높은 만족감으로 이어져 고객 지갑을 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둘째, 고비용 구조를 뛰어넘는 자생 수익 모델이다. 강남점 같은 대형 공간에 고임금 전문 약사가 여럿 상주하는 건 부담스러운 구조다. OWM은 처방전 수익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상담으로 고객 니즈를 파악해 연계 상품 판매를 유도한다. 무엇보다 자체 브랜드 ‘23이얼즈올드’, 건기식 브랜드 ‘모두팩’ 등을 비롯해 다양한 PB제품을 직접 만들고 외부 브랜드 독점 판매에 나서는 등 소싱 다각화에 공을 들였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LSP의 지난해 매출은 약 340억원, 올해는 1000억원 돌파를 낙관할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신규 매장 출점과 함께 기존 800여개 옵티마약국 가맹점도 OWM 모델을 적용해 업그레이드하며 각 지점 매출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실제 본사 큐레이션 역량이 개선된 지점을 중심으로는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매장에서 축적된 양질의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애플리케이션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청사진도 그렸다. 데이터 변화 추이에 맞춰 영양제와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을 재조정해 배송하는 초개인화 정기 구독 서비스가 목표다.
글로벌 진출도 꾀한다. K뷰티에 이어 K웰니스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는 가운데 일본 등 헬스케어 선진국에서도 OWM의 큐레이션 모델은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OWM 모델을 본 일본 약국 체인에서 협업 모델을 제안해 논의 중”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다지고 올해 OWM이란 이름 그대로 일본 1호점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동 지역 합작·라이선스 형태 출점도 검토 중이다.
더불어 전통 약사 사회와 마찰을 줄이고 상생 모델임을 증명해야 한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 매장 확장이 자칫 골목 약국 생존권을 위협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비칠 수 있다. 기존 800개 가맹점 업그레이드 등 동반 성장 청사진을 실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다. 지속적인 브랜딩을 위한 투자비 부담을 뛰어넘을 지속 가능한 캐시카우를 계속 확보해나가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OWM을 운영하는 약사가 처방전 수익 없이 고임금 전문 인력과 대형 공간을 유지하려면 자체 브랜드 흥행과 데이터 기반 디지털 구독 서비스 안착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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