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 변액보험 불티나게 팔리는데…저조한 수익률 '숙제'

부광우 2024. 10.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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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10배 넘게 급증…업계 선두지만
기반 펀드 운용 성적은 평균치 밑돌아
'ELS 사태' 계기 포트폴리오 손질에도
부쩍 많아진 소비자 눈높이에는 '글쎄'
서울 역삼동 KB라이프타워 전경. ⓒKB라이프생명

KB라이프생명의 변액보험 판매량이 올해 들어서만 열 배 넘게 불어나면서 생명보험업계 선두를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고객 입장에서 중요한 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밑돌며 실망을 안기고 있는 현실이다.

금융권을 강타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 사태를 계기로 KB라이프도 기존 주력 상품이었던 ELS 변액보험에 제동을 걸고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서긴 했지만, 부쩍 많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걸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수익률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라이프가 변액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총 21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8.6% 늘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이로써 KB라이프는 변액보험 신규 영업 성적에서 줄곧 이 시장의 강자로 꼽혀 온 미래에셋생명마저 제치고 생보업계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역시 213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30.0%나 증가했지만 KB라이프를 다소 밑돌았다.

이밖에 ▲메트라이프생명(1801억원) ▲하나생명(1326억원) ▲DGB생명(350억원) ▲BNP파리바카디프생명(186억원) ▲삼성생명(127억원) ▲신한라이프생명(91억원) ▲흥국생명(60억원) ▲ABL생명(42억원) 등이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수입 상위 10개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상위 10개 생명보험사.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KB라이프의 변액보험 확장 행보는 전략적 선택의 결실로 풀이된다. KB라이프의 사업 규모가 아직 생보업계에서 중·상위권에 그치는 걸 고려하면, 변액보험 부문에서의 남다른 질주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라이프의 자산은 32조3698억원으로 국내 22개 생보사들 중 7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KB라이프의 직전 1년 간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은 평균 10.8%였다. 해당 수치는 운용 기간이 1년을 넘은 변액보험 펀드들을 대상으로 각각의 순자산 규모를 가중해 산출된 값이다.

KB라이프의 이같은 변액보험 수익률은 조사 대상 기간 생보업계의 전체 평균인 12.2% 대비 1%포인트 이상 모자란 수준이다. 생보사별로 보면 ▲하나생명(17.7%) ▲미래에셋생명(16.8%) ▲메트라이프생명(15.9%) ▲iM라이프생명(14.9%) ▲BNP파리바카디프생명(14.2%) ▲삼성생명(11.9%) ▲흥국생명(11.6%) ▲신한라이프생명(11.3%) ▲ABL생명(10.8%) 등 9개 생보사의 변액보험 수익률이 KB라이프를 웃돌았다.

이를 KB라이프 변액보험의 판매가 급증한 상황과 맞물려 보면, 저조한 수익률의 직접 영향을 받는 가입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기반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생보업계의 투자 상품이다.

KB라이프의 변액보험 핵심 상품이 특히 올해 들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지점이다. 과거 KB라이프는 변액보험 중에서 ELS와 연계된 상품을 주로 다뤘는데, 지난해 말부터 이를 취급하지 않기로 하고 상품군을 대폭 물갈이했다. 홍콩 H지수가 폭락하고 관련 ELS로 손실이 번지자 은행들이 해당 상품 판매를 잇따라 중단했고, KB라이프도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KB라이프의 변액보험은 올해 초 홍콩 H지수 ELS로부터의 역풍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홍콩 H지수 폭락의 충격이 한창이던 올해 1분기 말 KB라이프의 변액보험 펀드들의 직전 1년 간 평균 수익률은 6.9%로 생보업계 꼴찌까지 추락했다. 이 역시 당시 시점으로 운용 기간이 1년을 넘은 변액보험 펀드들의 수익률에 각각의 순자산 규모를 가중해 계산된 수치다.

다만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탄 ELS를 제외하고 봐도 현재 KB라이프의 변액보험 수익률은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설정된 지 한 해가 넘어간 KB라이프의 변액보험 펀드들 중 이름에 ELS가 들어간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펀드들의 순자산 가중 수익률은 10.7%에 머물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생보사로서 국내 변액보험 시장을 선도했던 옛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으면서 KB라이프가 변액보험 시장에서의 파이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면서도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수익률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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