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4대그룹 인사 포인트는?
삼성, 컨트롤타워 부활 관심…LG 4대 부회장 체제 변화 여부 촉각
연말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4대그룹 모두 이미 핵심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이뤄진데다, 위기 상황에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던 전례를 감안하면 중요 포지션에서의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업적 변화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일부 계열사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24일 LG그룹을 시작으로 내달 초 삼성과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4대그룹 중 처음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LG그룹은 ‘위기 속 안정’ 기조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최대 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변화를 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CEO 및 사업본부장 선임을 포함한 지난해 총 인사 규모는 181명에 달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지주·배터리·화학·유통을 이끄는 4명의 부회장 체제 유지 여부다. 지난해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권영수 부회장이 LG화학 배터리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동하고 COO 자리에 LG전자 최고경영자(CEO)였던 권봉석 부회장이 발탁되면서 현재 체제를 갖추게 됐다.
전문경영인 중 구광모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권영수 부회장의 입지는 탄탄하다. 구 회장 취임 후 지주사를 이끌며 사업 재편의 핵심 조언자 역할을 했던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맡은 이후 올해 최대 매출 달성에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배터리 업체간 합종연횡 속에서 톱 티어 자리를 지키고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권 부회장은 당분간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권봉석 부회장과 연임에 성공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역시 올해 인사에서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부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석유화학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첨단소재,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 중심 사업에서 견조한 실적을 이끌었다.
이처럼 4명의 회장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다른 계열사 경영체제에는 일부 변화 가능성이 감지된다. 특히 올해 실적이 부진했던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사업 방향 전환과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를 반영할 여지가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1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사장단에서 제5의 부회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올해 LG이노텍의 호실적을 이끈 정철동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라 모듈 경쟁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LG이노텍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어 성과주의 인사 기조가 반영된다면 수장의 승진 가능성은 충분하다.
LG이노텍은 부회장급이 CEO를 맡은 전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더 큰 계열사로 이동할 여지가 크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승진폭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그룹은 지난해 고객가치 중심 경영 가속화, 디지털혁신 및 기술리더십 강화 등 지속 성장 관점에서 사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인재를 적극 발탁한 바 있다.
삼성은 예년처럼 12월 초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개 사업부문의 60대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면서 사업 부문을 세트(DX)와 반도체(DS) 두 부문으로 통합해 50대인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 ‘투톱 체제’를 구축한 상태라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최근 사임한 이재승 전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의 후임 인선이 관심이다. 올해 스마트폰, 냉장고 등에서 불거진 품질·성능 논란과 3·4분기 실적 악화가 인사에 반영될지도 관건이다.
이재용 회장 승진 이후 단행하는 첫 인사인 만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젊은 리더들의 대규모 임원 발탁 및 승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급부로 일부 고령의 부사장급 인사들이 자리를 내줄 여지도 있어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내에 60세가 넘는 부사장급 이상 임원은 약 20명이다.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비전을 만들어낼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경우 임원인사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다면 이재용 회장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팀장(부회장)이 이끌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된 미래전략실에서 경영진단팀장과 인사지원팀장을 역임했던 만큼 새 컨트롤타워를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12월 첫째수 목요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던 SK그룹은 올해 역시 내달 1일께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인사 기조는 ‘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2017년부터 해당 계열사에 몸담았지만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터라 올해도 유임이 유력하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최태원 회장의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맡았던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의 ICT 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도 계속해서 신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10년째 SK E&S 대표이사를 맡아온 유정준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그룹 북미 대외협력 총괄까지 맡게 되면서 자리를 이동할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다만 SK네트웍스나 SK케미칼 등 일부 계열사들은 내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거취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통상 12월 중하순에 인사를 단행해 왔지만 올해는 경영 환경 변화 선제 대응과 조직 조기 안정화 차원에서 내달 초로 앞당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인사에서의 관전 포인트는 부회장직 부활 여부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3년차에 접어들며 세대교체가 마무리된 만큼 핵심 포지션에 정 회장의 의중을 반영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고위 경영진을 배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노사 문제를 전담했던 윤여철 전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정몽구 명예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던 경영진은 모두 사라졌고, 비(非)오너가 전문경영인 부회장도 전무한 상태다.
그 외 임원 인사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당장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과 급격한 경기 위축 등 대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태라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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