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까지 콘텐츠 만드는 10대,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토끼풀]
"10대가 행복할 때까지 영상을 만듭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인플루언서의 소개 문구다. 문구의 주인공은 '타라시스'. 10대가 평소 학교나 교육 시스템에 대해 가지는 불만을 지적하는 영상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인플루언서로, 그 역시 10대다.
첫 영상을 업로드한 지 약 2달이 지난 지금, 그의 팔로워 수는 3.5만 명, 영상 조회수는 100만(게시물당)을 오르내린다. 일반적인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른 성장세다. 덕분에 교육계 인사 및 정치인들과 만나 학생들의 고충을 전달할 기회도 얻었다. 최근에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2명을 만났고, 교육감 후보와 함께 '청소년 청문회'라는 이름의 정책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타라시스는 이미 또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명인이다. 하루에 20~30개가 넘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오는가 하면, 졸업한 학교 선배로부터 "타라시스 영상 덕분에 산다"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친한 친구들은 그가 자주 쓰는 훅(영상 초반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멘트)을 따라 하며 놀리곤 한다. 동시에 어른들로부터는 '공부나 해라'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받는다.
요즘은 콘텐츠를 만드느라 새벽 4시에 자곤 한다는 티라시스. 그는 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그렇게 얻은 유명세로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 질문들을 안은 채, 5월 2일 <토끼풀신문사>에서 타라시스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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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인플루언서 '타라시스'가 토끼풀과 인터뷰하고 있다. |
| ⓒ 서부건 |
"학교에서 운동회, 장기자랑, 수련회, 수학여행이 다 사라진 것에 불만을 품고 만든 영상이 3일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다. 많은 학교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껴서, 평소에 생각하던 10대 관련 문제들을 올리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다.
학교의 상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면, '이만큼의 사람들이 동의했으니 바꿔야 한다'고 학교에 제안하기 쉬울 것 같았다. 영상 제작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이런 콘텐츠를 하기 전에는 뭘 해봤나.
"7년간 키즈 채널 운영을 해봤고, 챌린지(인스타그램 등에서 유행하는 특정 행동을 인증하는 것)도 했었고, 마케팅을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영상을 만들어봤다. 그러면서 욕도 많이 먹어봤고, 조회수도 수천 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계속했다. 아크릴 키링을 파는 판매업도 해봤고, 연기 지망생으로 배우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케팅이나 인스타그램 운영, 영상 만드는 법,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법을 많이 배운 것 같다."
"10대가 목소리를 내기엔 구조가 부족하다"
- 10대들에게 가장 시급한 교육 정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고교학점제는 많이 개선돼야 한다. 고교학점제 하나 때문에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더 줄여줘야 한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암기식·주입식 교육을 받기보다, 자기 꿈과 적성을 찾아보는 경험을 학교에서 많이 해야 한다."
-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스스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나처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얼굴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다른 10대들에게 부탁하기엔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다. 그렇게 했을 때 부작용이 얼마나 심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이 청소년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이 생기면 좋겠지만, 그것을 10대들에게 바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10대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자체가 너무 없다. 결국은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10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제한적이고 어렵다."
- 학생 자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 전교 회장을 맡고 있는데 '학생회는 껍데기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학생회가 원래 행사를 준비하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못 한다. 우리 학교는 학생회 예산도 학생회가 관리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관리한다. 3주체 회의에서도 학생이 하는 역할이 학부모에 비해 너무 적다. 정작 학교를 다니는 건 우리인데."
- 학생들은 학생 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생 자치에 관심을 되게 많이 가지고 있다. 행사가 없어지니까 선생님들한테 직접 찾아다니면서 '워터밤이라도 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도 하고, 왜 행사가 사라졌는지 교장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선생님들끼리 정했으니까 못 바꾼다, 내년에 해라'는 말뿐이다. 우리는 내년에 졸업하는데. 결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3년 지나면 떠날,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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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인플루언서 '타라시스'가 토끼풀과 인터뷰하고 있다. |
| ⓒ 서부건 |
"청소년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이게 진짜 10대 정치 참여가 아닐까 싶었다. 교육감 후보를 청소년 손으로 직접 뽑는 것이니까. 그때 팔로워가 1만 명대였는데, 청소년들이 참여했으면 해서 스토리(사진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기능)로 올렸다."
- 직접 투표를 해보니 어땠나. 청소년 입장에서 후보를 판단하고 선택하기에 적합했나.
"개인적으로는 각 후보에 대한 소개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정근식 후보가 2040년 수능 폐지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조사해서 알게 됐다. 그런 정보를 먼저 충분히 소개한 다음에 투표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정치권과의 접점, 그리고 체감된 변화
- 최근 조정훈·백승아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만나 영상을 찍었다. 그 후 체감되는 변화가 있는지.
"교육 정책적으로 정치인들을 한 번 만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정치인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면서, 10대들 사이에서 '정치인들이 아예 외면하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하나의 희망이 생기는 것을 체감했다. DM과 댓글을 통해 많이 드러났다."
- 정치인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도 있나?
"정치세력에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보를 하면 보수를 하고, 어느 한 의견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치인을 통해 학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크리에이터 중 정치적으로 편향된 입장을 전달한 후, 그쪽 세력의 지지를 통해 유명해지는 사례가 많다.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기에 항상 중립을 지키고 있다. 10대들에게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의견을 내게 만드는 몇몇 크리에이터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 10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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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인플루언서 '타라시스'가 토끼풀과 인터뷰하고 있다. |
| ⓒ 서부건 |
"요즘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인식하고, 비판도 비판이 아니라 비난형 비판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사회적 인식 자체가, 목소리를 내다보면 '정치병자'라는 단어를 듣거나 '얘는 내란견이다'라는 식으로 공격받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 인스타그램을 공론장으로 활용할 때 가짜 뉴스나 에코 챔버 같은 문제는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계속 고민하는 문제다. SNS라는 플랫폼 안에서 그 문제를 아예 없애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댓글을 일일이 삭제하고 차단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까.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어느 당이 잘못했다'가 아니라 '지금 이런 문제가 있고,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그나마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게 문제다'라고만 말해왔는데, 앞으로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10대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해보고 싶다."
"지금은 우울한 10대의 현실을 바꿀 영상이 필요한 시점"
- 요즘 들어 청소년들을 위로해주는 콘텐츠도 종종 올리는 것 같다.
"DM을 많이 받는데, 그중 자해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이 굉장히 많았다. 1~2명이면 '힘들었겠구나' 하고 넘어갈 텐데, 너무 많다 보니까 '지금 10대들이 많이 외롭구나, 우울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사람들이 내 영상을 보고 내일 살아갈 힘을 얻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것이 진짜 필요한 영상이 아닐까 해서 만들었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에 10대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없는데, 그들을 모아 보고 싶다. 10대 인플루언서 10명과 교육 관련 정치인 10명을 모아 토론회를 한다든가, 모의고사 대결을 한다든가 하는 등 여러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
또 현재의 인맥과 인기를 활용해 '청소년 사단'이라는 것을 만들고 싶다. 정책을 바꿔보고, 10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꾸고 싶다. 그렇게 청소년 수만 명을 모아 놓은 하나의 '사단'으로 정책이 나오면, 그 정책을 '청소년 사단' 안팎의 10대에게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청소년이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으니까, 내가 그 창구가 되어 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토끼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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