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근혜 알잖아”…박정희 조카사위, JP는 MB 밀어줬다

서승욱, 박진석, 김상진, 김기정, 왕준열 2026. 9. 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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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1회 박근혜와의 대결 ② 」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경선판이 과열되면서 나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네거티브 공세가 가해졌다. 급기야 한 친박 인사가 둘째 형님인 이상득 의원과 내가 배다른 형제이며, 내 어머니가 일본인이란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

부모님께서 ‘밝은 보름달’ 태몽에 착안해 ‘밝을 명(明)’, ‘넓을 박(博)’으로 지어주신 내 이름은 어느새 ‘명치유신(明治維新)의 명’, ‘이등박문(伊藤博文)의 박’으로 둔갑해 있었다. 상대 캠프는 이런 헛소리를 공식 석상에서 대놓고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소문의 확산 속도로 볼 때 배후에 누가 있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참다못한 둘째 형님이 나를 찾아왔다.

" 명박아, 이걸 가만 놔두면 어머니가 일본인이 될 판이다. 내가 먼저 유전자(DNA) 검사를 받을 테니, 너도 같이 받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형님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조카들과 함께 어머니 묘소를 찾아 찍은 기념사진. 사진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선뜻 내키지 않아 석 달을 끌며 버텼다. 하지만 가족과 측근들의 권유가 이어진 데다가 명예훼손 사건의 담당 검사마저 “질질 끄는 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촉하는 바람에 결국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2007년 7월 울산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검찰 수사관이 내 입속 상피세포를 채취하도록 허락했다.

검사 결과 형님과 내가 친형제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됐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구속기소돼 훗날 실형을 선고받았다. 참으로 씁쓸한 경험이었다.



운명의 날, 반전의 날…그 다급했던 수신호

" 후보님…. "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전화기 속 목소리는 완전히 풀이 죽어 있었다.

" 현장 개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가 2000표 이상 지는 것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
힘들게 용건을 전한 그 캠프 관계자는 머뭇거리더니 간신히 마지막 말을 토해냈다.

" 그러니까 대회장에는 오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내가 그 전화를 받은 건 2007년 8월 20일 오후,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였다. 그날은 운명의 날이었다. 17대 대선에 출마할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결전의 장소인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이른 시간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양측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날 밤 전국에서 도착한 248개 투표함은 그날 정오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개표 두 시간 만인 오후 2시쯤부터 양측 캠프 참관인들로부터 중간 집계 결과가 속속 타전됐다. 캠프 관계자로부터 ‘비보’와 함께 차를 돌리라는 권고가 도달한 건 그 집계가 한창 진행되던 와중이었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박근혜, 이명박, 원희룡 후보(왼쪽부터)가 2007년 8월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당대표(가운데)와 함께 '아름다운동행' 핸드프린팅을 들어보이고 있다.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함께 나아간다는 다짐이 적혀 있다. 중앙포토

개표 초반, 박근혜 후보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 투표함이 집중적으로 열리면서 우리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 열세는 좀처럼 뒤집히지 않았다. 개표가 종반으로 치닫기 시작하자 우리 캠프는 역전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캠프는 열패감에 휩싸였다. 캠프 좌장이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대회장으로 오던 도중 그 소식을 듣고는 아예 차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질 때 지더라도 그동안 나를 위해 고생한 사람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끝까지 예의를 갖춰 승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대회장에 도착하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참모들이 보였다. 반면 박근혜 진영은 승리를 확신한 듯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박 후보 역시 밝은 표정이었다. 한 참모가 박 후보 앞으로 달려가 두 손의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007년 8월 20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중앙포토

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애써 입술을 깨물고 표정 관리를 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개표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자 나는 패배 승복 및 박 후보에 대한 축하의 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된 건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개표가 중단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무대 쪽을 바라보는데, 한 사람이 객석 쪽을 보면서 다급하게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서청원 의원이었다. 그는 박 후보를 향해 두 팔을 마구 교차하면서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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