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을 지우면 인생이 재부팅될까요? [다시 보는 명대사⑪]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신감 없는 내가 꼴도 보기 싫어질 때 있죠.
나를 위축되게 만든 기억을 잊을 수만 있다면, 가까스로 키운 자존감을 증발시킨 나쁜 기억을 지울 수만 했다면 우리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나쁜 기억만 지운 건데, 어린 시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테니스선수였던 그때 동생을 구하다 사고가 난 이후의 모든 기억을 잃습니다.
'나쁜 기억 지우개 수술'이 이군의 자신감을 되돌려 준 걸까요.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신감 없는 내가 꼴도 보기 싫어질 때 있죠. 명절이 되면 흔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스스로, 또 타인의 시선으로 나에 대한 평가에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감 없음은 종종 내가 바꿀 수 없었던 부정적 상황이든 내가 선택한 의도를 벗어난 잘못된 결과에 뿌리가 닿습니다. 나를 위축되게 만든 기억을 잊을 수만 있다면, 가까스로 키운 자존감을 증발시킨 나쁜 기억을 지울 수만 했다면 우리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드라마 ‘나쁜 기억 지우개’(연출 윤지훈 김나영, 극본 정은영, 제작 스튜디오지담 초록뱀미디어 김종학프로덕션)는 그런 발상에서 출발하는 드라마입니다. 다만 방법이 과격합니다. 뇌수술을 통해 나쁜 기억만을 제거한다는 설정입니다. 본인은 모른 채, 가족의 바람과 동의하에 뇌수술을 당한 건 이군(김재중 분)입니다. 김 군, 최 군 아니고 이름이 외자로 군에 성이 이 씨인 이군입니다.
정신과전문의 경주연(진세연 분)의 주도로 이뤄진 수술. 컬러 세상에서 유독 ‘잿빛’이던 이군은 수술 후 나 홀로 총천연색 무지개가 되어 밝고 맑고 경쾌해집니다. 김재중의 천연덕스럽고 잔망스러운 연기에 힘입어 수술은 꽤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나쁜 기억만 지운 건데, 어린 시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테니스선수였던 그때 동생을 구하다 사고가 난 이후의 모든 기억을 잃습니다. 반대로 또렷한 기억이 있으니 소년 시절 물에 빠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소녀, 첫사랑입니다. 이군은 경주연을 그 첫사랑 소녀로 생각합니다. 실험 대상의 수술 후 부작용, 작은 진실 하나가 전체 기억체계를 무너뜨릴까를 염려한 경주연과 한동칠 교수(김광규 분)는 ‘첫사랑 조작단’을 자청합니다.
이제 의사들과 엄마(윤유선 분), 아빠(이준혁 분), 동생(이종원 분)의 기억 보호 또는 차단 속에서 이군은 계속해서 밝고 맑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쁜 기억 지우개 수술’이 이군의 자신감을 되돌려 준 걸까요.
드라마 ‘나쁜 기억 지우개’는 나쁜 기억을 지워 사람의 병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참신한 설정에서 출발합니다만, 설정일 뿐 주제 의식에까지 ‘나쁜 기억 지우개 수술’을 끌어들이지 않습니다. 아니, 아픈 마음으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흔들리는 이에게 지우개 수술은 답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살며시 제안하는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를 거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인생에 관한 용기를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형 이군이 동생 신에게 4회에서 하는 말입니다.
신: (형의 어릴 적 꿈대로) 우주 대스타가 되실 몸인데 그 몸이 기억할 거야. 형 DNA는 지는 법이란 없으니까.
군: 그런 사람도 있나. 이기고 지는 거, 지면 어때. 그때의 나는 진짜 운이 좋게도 내가 좋아하는 걸 잘했을 뿐이야. 승부는 중요한 게 아니야. 네가 진짜 행복한 걸 하는 게 중요한 거지. 아, 야, 아무튼 (경주연 선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우주 대스타가 되긴 해야 하는데, 그치?
신: 그럼 내가 이뤄줄게, 형 꿈.
군: 네가 왜 내 꿈을 이뤄주냐. 너는 네 꿈을 꿔야지.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잖아, 밀도 사랑도. 그저 내 감정을 알고 그 감정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다만 선 안에서 금 밟지 않고.
인생의 바닥을 찍고 있다고 생각할 때, 자존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여겨질 때, 어쩌면 그 상승과 탈출의 비법은 특별하고 근사한 데 있지 않습니다.
지면 어때? 내가 행복한 걸 하자!
일도 모든 걸 이룰 수 없고, 사랑도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것 이제 우리 다 알잖아? 내 감정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해, 알게 됐다면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야!
이때 중요한 건 선 안에서, 금 밟지 않으면서 행복을 추구하고 내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왜? 선을 넘고 금 밟으며 자신만의 행복만 감정만 노린다면 세상은 서로를 해치고 결국은 나를 해치는 지옥이 될 테니까요.
물론 드라마 ‘나쁜 기억 지우개’가 건네는 말을 실천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는 많이 나약하고 쉽게 이기적이니까요. 그래도 몰랐던 때보단 낫지 않을까요. 새롭게 인생의 목표를 점검해 보는 건 언제나 의미 있습니다, 특히 한 해를 시작하는 설이나 보름달 밝은 한가위 명절에는요~.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짜보다 진짜 같은’ 백현진의 연기 [홍종선의 신스틸러⑲]
- 점 하나의 마법…님에서 남, 미움과 마음 [다시 보는 명대사⑩]
- 오래된 연인들이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 [다시 보는 명대사⑧]
- 연기의 밀도, ‘돌풍’ 설경구 [홍종선의 신스틸러⑰]
- ‘달처럼 불처럼’ 히미츠, 앨범 ‘월‧화’처럼 청량하고 직설적이었던! [D: 인터뷰]
- [2024 美대선] 트럼프 대선 승리 선언 "47대 대통령 당선 영광…오늘 역사 만들어"
- 트럼프 유력에…'외교통' 김건 "김정은과 '브로맨스' 가능성 크지 않다"
- 한동훈 ~ 5·6선 중진, 尹 담화에 "쇄신 계기 되길 기대"
- 해결될 기미 없는, 일반인 출연자 리스크 [D:이슈]
- ‘2+1+1년 계약도 있네?’ 구단은 안전장치·선수는 동기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