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의 퇴임사 "검찰 악마화 심화"

선대식 2024. 9. 1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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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4개월 검찰 수장 마치고 13일 떠나... 김 여사 연루 사건들 마무리 못해

[선대식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임기 마지막 날 이원석 검찰총장이 퇴임사에서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여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면서 "만약 그 일이 상대 진영에서 일어났다면 서로 정반대로 손가락질하며 평가했을 일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여권과 야권 모두를 비판하는 발언으로 해석 가능하다.

13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이 총장 퇴임식이 열렸다. 그는 검찰 수장으로 있었던 2년 4개월을 두고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습니다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하였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총장은 야권의 검찰 개혁 시도와 검사 탄핵과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비판했다. 그는 "지난 정부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형사사법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고 나누고 분산하여 서로 갈등하도록 만들었다"면서 "그러나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그렇게 해서는 일이 되지 않고, 이는 시대정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국가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눈과 귀, 팔과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되면서 명예와 자긍심만으로 버티는 검찰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첨예한 사안으로 떠오른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갈등에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소위 '검찰 정권'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검찰총장이다. 그가 검찰 수장 임무를 수행한 건 직무대리 기간까지 포함해 검찰총장 임기보다 긴 2년 4개월간이었다.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돼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수행했던 이 총장은 같은 해 9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이 총장은 자신의 성과로 증권범죄합수단, 가상자산범죄합수단 설치 등 다른 기관과의 협력을 내세웠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원칙과 기준을 확립해 산업재해 예방에 최선을 다한 점, 제주4·3 사건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의 직권재심·명예회복 추진, 대선·지방선거 사범에 대한 당적·진영·정파와 관계 없는 수사와 처분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을 어느 하나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면서 '빈손 퇴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장은 임기 후반에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결국 빈말이 됐다. 명품백 수수 사건은 검찰수사심의위가 사실상 한번 더 열리게 되면서 스텝이 꼬였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은 퇴임식 전날 전주 손아무개씨가 유죄가 나오면서 한바탕 소용돌이를 앞둔 상황이다.

이 숙제는 후임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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