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 "우리의 책임" 꼬집은 오세훈, 존재감 키우기?

이경태 2024. 9.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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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 매서워, 정부-의료계 한발씩 양보해야"... 한동훈 '주춤' 한 사이 분주한 행보

[이경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9월 11일 서울시 보건의료협의체 회의에서 추석 연휴 응급의료 비상진료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매서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장기화 되고 있는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 양측의 양보를 주문했다. 무엇보다 해당 게시글에 "민심의 무게, 우리의 책임"이란 제목을 붙여 정부·여당이 국정운영 책임을 지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오 시장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이 재개됐다"면서 "(연휴 기간) 치솟는 물가, 유례없는 9월 폭염, 무책임한 정치권 등 따가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했던 대규모 의료 공백 사태는 다행히 피해 갔다. 추석 연휴 서울 응급실 내원 환자는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은 2배 이상 늘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으로 안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대규모 의료 공백 사태를 피한 것) 이는 경증·비응급 환자가 대형 병원 방문을 자제하도록 문턱이 높아졌고, 시민 여러분들이 협조했기 때문"이라며 "달리 말하면, 시민들은 평소보다 더 큰 고통과 불안을 감내하셨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장의 의료진은 여전히 지친 목소리로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연휴가 끝난 지금이 진정한 위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 및 타협을 주문했다. 그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오로지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 '각고면려(刻苦勉勵. 고생을 무릅쓰고 힘써 노력함)'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병원 응급실 찾고 의료진 만나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 응급실로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9월 6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오 시장은 그동안 의정갈등 사태와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 2일엔 추석 연휴기간 응급진료 대응을 위해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고 관련 의료진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지난 9일엔 서울 회현 119 안전센터를 방문해 구급대원 처우 개선 및 인력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1일엔 서울시의사회·서울시병원회·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서울시약사회·서울시간호사회 등 6개 보건의료협의체 단체장들과 만나 추석 연휴기간 응급의료 비상진료대책을 논의했고, 연휴 첫날인 지난 14일엔 한 대학병원 응급센터를 찾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매 현장마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면서 현 사태를 현실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따라 붙었다. 지난 2일엔 "의료의 핵심은 의료진"이라고 강조했다. 9일엔 구급대원 처우 개선 및 인력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의료 위기는 서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다. 심각한 의료 공백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엔 "현장을 책임지는 의료인들은 의료체계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라며 "현실을 보다 직시하겠다.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현 의정갈등 사태 가운데 혼선·갈등을 빚으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는 정부·여당과 차별화 하면서 행정가로서의 자질과 강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오 시장이 지난 9일 라디오인터뷰를 통해 현재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론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즉각 선을 그었지만 현재 야당은 물론 여당 중진 일각에서도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복지부 장·차관의 경질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이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갈등 사태 와중 리더십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상황인 것과 대비된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논의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가 대통령실과의 인식 차이, 갈등만 더 부각시켰다. 또한 협의체 출범과 관련한 전공의 단체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추석 전 조사에서 한동훈과 경쟁할 여권 대권주자로 꼽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13일 전통시장을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한편, 오세훈 시장은 추석 연휴기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대표와 차기 대권도전을 놓고 겨룰 수 있는 여권 내 경쟁자로 꼽혔다.

MBC가 (주)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응답률 11.6%)에게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오 시장은 여당 지지층에서 12%의 선호도를 얻어 한동훈 대표(46%) 다음으로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업체 '공정'에 의뢰해 지난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응답률 2.5%)에게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오 시장은 여권 대선주자 중 한 대표(20.7%) 다음으로 높은 7.1%의 호감도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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